형배는 목이 낫자마자 직접적으로 판호를 깨부수러 감. 낌새를 느낀 여사장은 아직도 자기 품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판호를 데리고 도망쳤음. 형배는 목전까지 다가온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매우 분노했고 그 화는 창우들이 고스란히 받아냈지. 창우는 형배에게 판호를 놓친 것에 대한 추궁을 당하고 맞으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음. 이 두 형님들이 서로에게 살가웠던 시절부터 알고 있어서 다른 녀석들처럼 형님이 왜 저렇게 김판호한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지 않아. 투덜대던 녀석들은 또 자근자근 밟아줬지만. 여하튼 자기가 보기엔 형배는 아직도 판호에게 마음이 있어.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지만 판호의 일거수일투족을 굉장히 신경 써. 창우는 나중에야 형배가 판호에게 무슨 말을 해서 목을 뜯기고 왔는지 알게 되었을 때 진짜 자기가 각목으로 흠씬 패주고 싶었음. 천하의 미련퉁이.
판호는 여사장의 케어로 그나마 정신이 좀 들었는데 그에 반비례로 형배에 대한 증오가 더더욱 커졌어. 무슨 면목으로 나에게 그따위 소리를 지껄이느냐며 울고 밥도 못먹고 난리였음. 이건 정신을 차려도 차리느니만 못하게 되었음. 그동안 애써 잊고 있었는데, 예전 안좋았던 그 일들이 생각나자마자 또다시 아랫배가 뜯기듯이 아파옴. 여사장은 이게 다 최형배 때문이라고 아파하는 판호를 붙들고 울면서 원망함. 판호가 아이를 가졌다가 지웠다는 건 알고 있었어. 예전 판호를 좋아할 적, 몰래 호구조사를 하면서 병력까지 훑었거든.
형배와 판호는 쫒고 쫒기는 싸움을 계속 했고 먼저 지쳐버린 쪽은 판호. 계속되는 아랫배 통증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 그래도 자기도 두목이라고 고개 빳빳이 들고 비웃는 얼굴을 한 채 형배를 쳐다봤음.
"여까지 잘 찾아왔네. 근데 니는 와 지집 마냥 내를 쫄쫄쫄 쫒아 다니는데?"
"판호야. 말은 바로 하자. 지집은 너다. 이리 와라. 얌전히 이리 오면 저년은 조용히 보내줄 꺼구마."
"니가 머라고 내한테 오라마라가!"
"한마디만 더 한다. 조용히 이리 와라."
판호는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림. 좀 전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분노만 활활 타올라. 내 인생을 망친 놈. 너만 없었다면 나는 이리되지 않았을 거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판호가 여사장과 함께 나왔을 때부터 그의 말은 개 짖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음. 본인은 모르지만 형배는 질투로 쉬어버렸음. 창우에게 고갯짓을 해서 각목을 하나 가져와 손에 쥐더니 그대로 판호를 패기 시작함. 여사장은 비명을 지르며 그만두라고 소리 질렀지만 멈추지 않음. 판호는 긴 팔을 휘적이면서 막았지만 각목이 부러질 때가 되자 허우적댈 힘도 사라짐. 그냥 축 쳐져서 때리는 대로 맞고 있음. 형배는 기절한 판호를 끌고 갔고 여사장은 감금함. 마음 같아선 찢어죽이고 싶은데 그러면 또 판호 멘붕 올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여사장을 감금한 후부터는 마음 놓고 둘 사이를 추궁하기 시작함. 아무사이도 아니라고 하기엔 몇 번 잔게 걸렸고, 형배가 괘씸하기도 해서 일부러 더 부추김.
“내가 판호랑 무슨 사이면 안되나? 여자랑 남자랑 붙어먹는 게 니 눈에는 이상해 보이나 미친놈아.”
“여자랑 남자랑 붙어먹은 게 이상한 게 아이고, 니년이랑 판호가 붙는 게 문제다. 앞으로 니는 죽기 전까진 여서 못나간다.”
욕을 하는 여사장을 뒤로하고 판호에게 갔음. 판호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채 널부러져있음. 여기저기 멍들고 피가 나서 입고 있던 옷이 얼룩덜룩해. 형배는 판호의 속눈썹을 바라보다 살짝 벌어진 입술을 쳐다보고는 조금 봉긋하게 솟은 가슴팍에 시선이 고정됐음. 피가 묻은 셔츠를 확 젖히고 가슴을 주물러봤음. 급하게 살이 쪘다 빠져서 가슴은 젖 마냥 조금 부풀어 늘어져있었음. 형배는 손으로 유두를 살살 굴리다 입에 머금어 빨았음. 땀 때문에 짭쪼름한 맛도 나면서 판호의 살맛이 같이 느껴졌음. 가슴을 지나 목덜미를 빨아들이고 판호의 콤플렉스인 뱃살도 깨물고. 바지를 벗겨서 뒤에 로션을 잔뜩 바르고는 판호를 본 순간부터 흥분으로 터질 것 같은 자기 것을 넣어버림. 풀어주지도 않아서 뻑뻑하지만 정신을 잃은 상태라 무턱대고 조이지 않아 들어가기 수월했음. 형배는 오랜 시간동안 느끼지 못했던 판호의 안이라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느낌. 와중에 판호는 통증을 느끼고 조금 신음을 내뱉으며 밑을 살짝 조였는데 그게 너무 좋은 거. 형배는 한숨을 뱉듯 신음하면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음. 짜릿한 쾌감이 등골을 타고 흘렀고, 오래간만에 맛보는 판호의 안은 굉장히 만족스러웠음. 판호는 간간히 아픈 듯 미간을 찡그렸지만 깨지는 않았음. 서로의 속궁합은 굉장히 좋은 편이라 예전엔 정말 수시로 서로를 탐했었음. 판호가 임신하고 나서부터 조심한다고 손조차 대지 않았던 게 십년 가까이 되었음. 기절한 사람 데리고 이런 짓을 하는 게 정말 파렴치하고 찜찜했지만 너무 좋은걸 어떡해. 형배는 판호의 안에 한차례 사정을 한 뒤 좋아서 눈물을 한 방울 떨굼. 다시 안게 되기까지 강산이 한번 바뀌었어. 형배는 아직까지 판호가 아랫배를 아파한다는 걸 모르고 있기 때문에 깨어나면 가둬두고 열심히 떡떡 해야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에 스스로 놀라워함.
뭐지? 내가 왜? 나랑 이 녀석은 진작에 끝났을 텐데.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끝까지 부정을 하는데 아직 판호의 안에 있는 것은 판호의 가슴이 오르내리락 하는걸 보면서 다시 흥분해 꼿꼿해짐. 뒤가 다시 채워지는 느낌에 판호가 몸을 잘게 떨며 밭은 숨을 내뱉고 가슴이 좀 전보다 더 오르내렸음. 형배는 두 손으로 판호의 양 가슴을 꽉 움켜쥐어 입을 가져다 대고 게걸스럽게 빨아먹었음. 딱히 허릿짓을 하지 않아도 절정에 이르렀고 판호가 눈을 뜰 때까지 계속 빨고 있었음. 이젠 살맛도 안 나고 조금 달큰한 맛까지 나고 있음. 판호는 눈을 뜨면서 실 같은 신음을 내뱉음. 눈은 떴는데 아직 정신은 제대로 돌아오질 않아서 눈만 꿈뻑임. 흐릿한 시야 속으로 형배가 보여. 으응..하면서 조금 불편한 듯 몸을 비틀면서 잔뜩 어리광을 부림.
“행배야.. 여가 으데고..? 내 와이리 몸이 아프노?”
형배는 칭얼거리는 판호에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손을 들어 얼굴을 쓰다듬어줌.
“판호야. 니 지금 몇 살이고?”
“스무살..”
“우리 판호 스무살이가?”
“응. 내 아프다..”
“몸살인가보다. 한숨 푹 자면 나을끼다.”
“응..”
맞은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다시 맛이 간건지 몰라 불안했지만 오래간만에 어리광부리는 판호를 보니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음. 아직 형배의 것이 안에 들어있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음. 형배는 살짝 입을 맞춰주며 기둥을 뽑음. 그리고는 판호를 끌어안아 옆에 누웠음. “자고 일어나자.”
판호는 이미 잠들었는지 대답하지 않음. 임신을 하기 직전인 스무살의 그때보다 많이 헬쓱해지고 나이 들어보였음. 이게 아닌데. 작은형님의 몫까지 더해서 죽을 만큼 힘들게 해줘야 되는데. 좀 전에 멈춘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옆으로 한줄 흐름.
판호가 깨어난 건 하루 반나절이 지나고서. 형배는 창우로부터 그녀석이 일어나자마자 아픈 몸을 끌고 최형배를 죽여야 된다면서 패악질을 저질렀다고 들음. 그날의 어리광은 스쳐지나갔던 시절이 잠깐 되돌아 왔던 것뿐이란 걸 깨닫자 웃음이 터져 나옴. 그럼 그렇지. 내가 뭘 기대했던 걸까. 형배는 판호가 있는 방으로 가서 방문을 열어젖혔고 판호는 날카로운 눈으로 형배를 노려봄.
“니가 내를 여기 가뒀나? 가둔 저의가 뭐꼬? 굶겨 직일라꼬? 아주그냥 그때 패죽이지 머하러 살려둔기고?”
형배는 판호가 무슨 소리를 하건 무표정으로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누나는 으데다 가둔기고?”
형배는 옆도 안쳐다보고 손에 닿는 물건을 던져버림. 던진 물건은 화병이었고 판호의 몸에 맞고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음. 판호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는데 형배가 어느새 성큼 다가가 웅크린 몸을 발로 차버림.
“내 앞에서 한번만 더 그년 찾다가는 진짜로 직이뿐다.”
판호는 배를 잡고 뒹굴다가 나즈막하게 웃음.
“미친.. 지랄하네. 야. 내 하나만 묻자. 니 와이라는데? 내한테 와 이카고, 누나는 와 그래 싫어하는데?”
형배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음. 왜냐고? 그야. 남이 보면 질투인데 본인은 인정을 안 하니 대답할 수 있을 리가. 판호는 키득거리며 웃어댔고 형배는 뒤돌아 나가려함.
“니 내더러 미친놈이라카제? 내가 봤을땐 니도 만만찮다 씨발놈아!”
형배는 그날 하루 종일 사무실에 틀어박혀서 멍하게 생각을 했음. 판호한테 왜? 그야 조직을 망가뜨린 장본인이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나는 왜. 나는. 아직까지 그녀석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음. 어리광부리는 판호를 보면서 가슴아파하고 여사장과 있는 판호를 보며 분노했는지. 두 손을 깍지 껴 고개를 묻었음.
마음을 깨닫고 난 후부터는 판호에게 가기가 무서웠음. 이전과 같은 감정을 품고 있다 해도 현재는 상황이 다르니까. 판호가 웃을 때 같이 웃어줄 수 없었고 울 때 같이 슬퍼해 줄 수 없으니. 이 상황은 모두 자기가 그렇게 만들었어. 지나간 모든 일들이 자신의 과오라 생각하지만 그것을 덮고 싶어 더욱 독해진 행동밖에 나오지 않았음. 두 사람은 매일같이 싸웠음. 물고 물어뜯고 패고. 곁에서 지켜보던 창우마저 질려서 눈길을 돌렸음.
언젠가는 형배가 판호를 안으려 시도했었고 판호는 비명을 질러가며 반항을 했음. 형배는 막무가내. 반항을 못하도록 패고 나서 축 늘어진 판호의 몸에 꽂아 넣으려 했을 때 판호는 몸을 떨면서 아랫배를 움켜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허우적대는걸 보고 잠시 망설였지만 전희 없이 단박에 밀어 넣었음. 판호는 입을 꿈뻑거렸고 눈에는 초점이 사라져감.
“사, 살려주이소.. 이라시믄 안되예.. 행배야! 내 좀 살려도!”
“니 지금 내를 누구랑 착각하는 기고 썅년아!”
형배는 화가 나서 마구 박아댔고 판호는 숨도 못 쉬면서 떨었음. 형배야 살려달라고 우는걸 보면서 니가 찾는 형배 여기 있다고 뺨을 갈겼음. 니 형배는 여기 있는데 누굴 찾느냐면서 울음이 터졌음. 억울해 죽겠어. 나는 너를 해하기 위해서 안는 게 아냐.
“니가 행배가? 아이다.. 행배는 내를 이래 아프게 안한다.. 니는 행배가 아냐.”
형배는 한번 사정을 하고나서 뒤처리도 해주지 않은 채 밖으로 나와 버렸음. 모시겠다는 창우도 본체만체하고 혼자 차를 타고 해운대로 가버림. 밤바람을 맞고 있는데도 속이 답답하고 누가 가슴을 찌르는 것 같음. 숨이 막혀. 턱턱 막혀와서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음. 숨을 들이마시자 바닷바람이 한꺼번에 폐로 들어왔고 눈물이 다시 주륵 나옴. 아이 하나 지운 대가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음. 판호가 아이를 지우는 걸 그렇게 싫어할 줄도 몰랐고 그것 때문에 정신마저 망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어. 이럴 줄 알았으면 둘이 도망가서 낳고 키우자고 했을 거야. 형배는 판호가 망가진 이유는 얼핏 알지만 아직 어떤 식으로 망가져갔는지는 모름. 가서 사죄라도 하고 싶을 정도. 내가 미안하다. 내 모두 잘못했으니 모든 걸 용서해달라고 무릎 꿇고 빌고 싶을 지경임. 그렇게 해운대에서 청승맞게 울고 있을 때 창우가 달려왔음.
“지금 판호 행님 숨넘어갈라 캅니더.”
형배는 얼른 되돌아갔음. 판호는 공포와 고통 속에 사색이 되서 뒹굴고 있음. 나죽는다면서 뒹굴고 누나 어딨냐면서 울고 형배야 하면서 소리 지르고 가관이었음. 형배는 손도 못써보고 멍하게 있다가 여사장에게 달려갔음.
“니.. 판호 달랠 줄 아나?”
“니 또 판호한테 먼 짓을 한기고!”
“가서 판호 좀 달래주라.”
형배는 울릴 줄만 알았지 달래 줄줄은 몰라서 발을 동동 구르다 결국은 여사장을 찾았음. 판호가 여사장에게 안겨 얌전해지는걸 보고 할 말을 잃고 말았음. 나와 있으면 판호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건가 하는 의구심마저 듬. 그래도 판호를 놓고 싶진 않음. 얼마나 기다렸고 얼마나 바랐던 사람인데. 마음을 깨닫고 난 이상은 결코 이전처럼 버려둘 수가 없음. 여사장이 판호를 달래놓고 나서 뺨을 갈기며 욕을 할 때도 묵묵히 있었음. 건달의 가오 따위 잠시 내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