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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형배판호 4 2013.07.21

며칠이 지나고 술에 떡이 된 형배는 판호가 보고 싶어 몰래 방으로 들어가 침대위로 올라갔음. 판호는 그새 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고 형배를 보자 기겁을 함. 형배는 그 꼬라지가 너무 꼴 보기 싫고 미워서 다짜고짜 옷을 벗김. 판호는 울면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듣지 않았음. 판호의 안으로 밀어 넣고 만족스럽게 허리를 흔들고 있는데 판호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술이 확 깨버림.

“더, 덕수 행님.. 이라지 마세예.. 지 임신하믄 안되예! 제발 지 좀 살려 주이소.” 

형배는 움직임도 멈추고 놀라서 반문함. 

“머..머라꼬?” 

“살려 주이소.. 행배야아.. 내 좀..” 

순식간에 식어버린걸 뽑아내고 판호의 어깨를 잡고 흔듬. 

“덕수행님이 뭐? 니한테 뭐했는데?”

“니는 누고?” 

“내 행배다 판호야. 그 놈이 너한테 문 짓을 했는데!”

 “행.. 행님이.. 내더러 자기 아 좀 놓아 보라꼬..” 

그날로 형배는 덕수를 찾기 시작함. 독립해서 나간 덕수는 자기 파를 꾸리고 있었는데 출소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형배에게 왕창 깨지고 조용히 살고 있었음. 그런데 갑자기 형배가 자기를 찾는대. 갑자기 뭐여 시벌 ㄷㄷ하면서 도망갔어. 쫒고 쫒다가 겨우 잡았음. 덕수는 현재 형배가 왜 자길 쫒고 있는지도 모름. 왜 이러냐고 떨면서 물어봤는데, 형배는 그냥 무지막지하게 패. 패고 나서야 겨우 진정됐는지 숨을 가다듬음. 

“행님. 행님 판호한테 잘못한 거 있지예?”

“판호? 판호 금마가 와?”

딸꾹질을 하면서 무슨 소리냐는 듯 물어. 형배는 화가 남. 그대로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던져버림. 

“모셨던 행님이라고 얌전뺐더니마는 안 되겠네. 니 어디 한군데 작살나야 쓰겄다.” 

덕수는 안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알았다고 내가 판호한테 잘못했으니 사과하겠다고 싹싹 빔.

“뭘 잘못 했십니꺼?” 

“그, 그.. 뭐 뭐더라 내가 판호테 뭘...” 

아무리 그간의 잘못을 떠올려 봐도 판호와 연관된 건 하나도 기억이 안나. 판호에게 했던 짓은 그저 스쳐지나갔던 과거에 불과함. 

“씨발 새끼야! 니가 판호한테 내 아 좀 놓아보라고 했다지 않았나!” 

그제야 생각나는지 눈을 깜빡거리며 ‘근데 왜 이 녀석이 자기한테 와서 그런 소리를 하나’ 머리를 굴려봄. 판호가 형배 애를 떼고 왔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박아댔으면 애를 다 밸까. 궁금한데 우리도 함 박아뿌자. 그래서 제발 안 된다고 우는 판호를 짓눌러서 얼마간 욕구들을 채운 적이 있었지. 판호는 임신하지 못했고. 그게 이제야 생각남. 아뿔싸 형배 이놈아는 지금 그거 때문에 날 죽이러 온 건가 싶음. 

"해, 행배야. 그기 말이다. 살다보믄 누구나 그랄 수도 있는기다. 니도 알잖나? 니도 사내잖나?” 

"뚫린 주둥아리라고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내 지금 니 죽이고 싶어서 아주 정신이 껌뻑거린다. 니 말고 또 누구누구 있노? 다 대라.” 

덕수는 겁먹어서 나머지들의 이름을 모조리 대버렸음. 덕수까지 포함 8명. 형배는 입술을 꽉 물고 창우에게 전화했음. 7명의 이름을 대고 이 새끼들 내일까지 찾아오라고. 다음날 자정 즈음이 되었을 때 창우는 나머지를 다 찾았다고 했음. 형배는 역시 친히 나서서 그 사람들을 반죽음으로 만들었음. 그리고는 덕수를 필두로 판호가 있는 방으로 질질 끌고 가서 무릎꿇림. 판호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림. 

“판호야. 이 아재들 누군지 다 알아보겠나?” 

 판호는 형배와 처참하게 으깨진 덕수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고, 마침내 상대가 누군지 알게 되자 침대 끄트머리로 쭈그러들음. 

“행님들. 이제부터 판호테 무슨 짓을 했는지 하나하나 읊어야 합니더. 그라고 나서 이마가 깨질 때 까지 사과하셔야 합니더. 진심이 담겨있지 않으믄 여서 뒤질거라예.”

“행배야 내좀 봐도 내는 지금 아가 셋인데.” 

개중 하나가 튀어나와 형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사정을 하지만 더 맞을 뿐이었음.

“이 좆같은 새끼야! 사람을 저 따우로 맹글어 놓고 새끼를 키울 양심은 있나! 니들의 좆질 한 번씩에 판호 점마는 저래 맛이 가서 가끔 내도 누군지 몬 알아본다!"

꿇어앉아있던 사람들은 형배의 분노에 두려워 하나씩 판호에게 기어가 사죄를 했음.  

“미안타 판호야. 니가 이래될 줄은 몰랐다. 그때는 그저 호기심 이었재.”

판호는 구석에서 그들이 하는 말을 듣다가 그때가 다시 생각났음. 


낙태 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몸이 바닥으로 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찍 돌아가려고 했는데 덕수가 태워다 줄 테니 타라고 했음. 그래서 감사하다며 냉큼 탔는데 얼마를 갔을까.

“니 임신 했었대매?”

판호는 깜짝 놀랐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몇 없는데 이 사람이 알줄은 몰랐으니까. 그래서

“예.. 근데 사정이 생겨가...지웠어예.” 

판호는 쓸쓸하게 대답을 했는데 옆자리에 앉은 형님 하나가 비릿하게 웃었음.

“행배 씨가 그래 좋았드나? 우리 씨도 함 품어볼래?” 

판호는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음. 그 차안에서부터 시작. 좁아터진 차 안에서 덕수에게 눌려 몸부림치면서 안 된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음. 그날 밤은 그 차에 있던 셋을 받았음. 다음날은 다른 둘, 며칠 뒤는 셋. 그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판호를 탐했고 판호는 아랫배의 통증에, 자기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있을 형배의 무심한 시선에, 현재 직면한 이 상황에 점점 현실감이 사라져갔고 밤마다 아랫배를 붙잡고 울었음. 다행스럽게 애는 들어서지 않았지만 판호는 점점 정신이 흔들리게 되었고 병원에서 정신병 진단을 받게 되었음. 판호는 그때를 생각하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었고 한때 형님이라 불렸던 사람들은 바닥에 피가 고일정도로 이마를 찧으며 사죄를 했음. 형배는 아무 표정 없이 지켜보고 있었으나 충격을 받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판호가 그런 일을 당했는지도 전혀 몰랐음.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밝았으니까. 그래도 판호의 눈에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는걸 보면서 조금 안도했음. 

날이 밝고 형배는 창우에게 저 새끼들 다 묻어버리라고 시켰고 우는 묻는 척 하면서 앞으로 똑바로들 살라고 방치해뒀음. 

"아, 그리고 신고하면 으찌 되는지 아시지예? 행님들 선택을 믿으면서 가겠소.” 

형배는 판호를 정신병동에 입원시키고 여사장더러 간호 좀 해 달라 시켰음. 형배는 처음엔 정신병원이라 그래서 싫어했는데 진단결과 심각한 상태라 약물치료랑 병행해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음. 판호는 전구가 깜빡거리듯 가끔 정신이 돌아왔음. 다행스럽게 덕수들이 사과한 걸 기억하고 있었지만 형배는 쳐다보지 않았음.

“가둘 데가 없어가 여따 가두는 기가?” 

“가두는거 아이다.” 

형배는 여사장에게 간호를 맡겼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왔음. 먹고싶다는 거 사다주고 보고 싶다는 거 갖다 주고. 여사장이랑 비비적대도 아무 말 하지 않았음. 의사가 환자에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해서 아주 그냥 눈앞에서 꼴뵈기 싫게 붙어있어도 침묵. 판호는 눈가를 씰룩이며 화를 참는 형배를 보며 재밌다고 웃어댔음. 그러면서 둘 사이는 점점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고 얼마가 더 지나고 나자 형배가 정식으로 사죄했음.  

"그때 내.. 니 많이 걱정했다. 미안하고 안쓰러운데 어찌 표현할지를 몰라가 안절부절못하다 니를 혼자 내비둔기라.”

형배는 지난 일들을 얘기하며 그때 너를 어찌 걱정했는지를 말했음. 판호는 등을 보이고 누워서 듣고 있다 벌떡 일어나서는 화를 냄.

“그래 내를 걱정했으면.. 한번이라도 붙잡아줘야 되는 거 아이가! 내가 벼랑 끝에서 살려달라고 그래 소리를 질렀는데 니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이제 와서 뭐? 내를 이래이래 걱정했다꼬? 지금 내를 놀리나?” 

“절대 놀리는 거 아이다.. 판호야. 증말 미안타. 미안타..” 

판호는 형배의 꼴도 보기 싫어져서 오지 말라고 나가라고 소리침. 판호는 쓸쓸히 나가는 형배의 뒷모습을 보면서 속상해서 울어버렸음. 형배는 닫힌 문을 보며 한숨을 쉼. 쉽게 용서받지 못할거란 걸 알고 있지만 막상 닥치니 마음이 아픔. 형배가 나가고 얼마 후에 여사장이 들어왔는데 판호가 울고 있어서 놀람. 

“또 저놈아가 때렸드나!”

“아이다 누나야. 그런 거 아이다.” 

여사장이 판호를 안아서 도닥여주자 판호는 훌찌럭 대다가 눈을 감고 잠들면서 언제나의 버릇처럼 여사장의 가슴을 만짐. 그래도 형배가 사과하니까 판호 마음은 좀 누그러졌음. 이전처럼 틱틱 대던 것도 없고 형배만 보면 아련열매를 섭취한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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