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청이 사라지는 스티브

from Marvel 2013. 7. 21. 02:19

토니와 사랑을 키워가던 스티브는 어느 순간부터 자기 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축 쳐진다는게 느껴졌어. 에이 그냥 좀 피곤한가보지 하면서 넘어갔는데 어느날 열이 펄펄 끓으면서 온 몸이 갈라지는 것 처럼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어. 놀란 토니가 이게 무슨일이냐며 쩔쩔매다가 페퍼의 도움으로 쉴드의 의료진을 불러왔는데 이것저것 진찰을 해보더니 토니의 동의도 없이 스티브를 쉴드로 데려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항의를 했지만 씨알도 안먹힘.

스티브는 이것저것 검사를 받았는데 혈청이 부작용을 일으켰다는거야. 그래서 지금 겪는 고통은 혈청으로 만들어진 몸이 다시 원래의 멸팁으로 돌아가기위해 엄청난 세포분열을 하는거라고 했어. 말이 세포분열이지 뼈 크기가 쉴새없이 줄어들고 피부도 수축하는데 안 아플리가 없잖아. 결과를 들으면서 열로 인해 눈도 제대로 못뜨면서도 혼란스러워 하는 토니를 달래주고 있어. 나는 괜찮으니까 진정하라면서. 하지만 곧 진정할 수가 없게된 게 스티브가 눈까지 뒤집으면서 고통에 몸부림치는데 그걸 고스란히 보면서 진정할 수가 있겠냐고. 토니는 병실 밖으로 끌려나가면서 스티브를 부르며 울부짖었어.


한달간의 시간이 지나고 스티브는 원래의 멸팁으로 돌아왔는데 그동안 고통에 몸부림치느라 엄청난 체력소모를 해서인지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해. 천식도 전보다 더 심해져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어야 할 정도로. 눈을 감고 쌕쌕거리며 자고 있는 스티브를 보면서 토니는 스티브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도 못잔 채 덜덜 떨리는 손을 스스로 주무르고 있었어. 원래의 멸팁이 된것까지는 좋은데, 갑작스런 신체변화에 장기들이 미처 적응할 시간을 갖지 못해 이리저리 뒤틀린거. 어제는 위에서 위산이 역류해서 질식해 죽을뻔했어. 이런식으로 스티브는 하루하루 몸 속에 시한폭탄을 달고서 살아야 하는거나 마찬가지인 몸이 되었음. 아파서 죽을지도 모르는 주제에 눈만 뜨면 토니를 불러 자기는 괜찮다고 웃으면서 달래줘. 토니는 괜찮긴 뭐가 괜찮냐면서 소리도 질러보고 울어도 봤는데 스티브는 계속 자기는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래. 그래서 종국에는 그냥 스티브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어. 그러면 스티브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조금 더 지나자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토니는 스티브를 납치해 스타크타워로 데려갔음. 쉴드가 한번 뒤집어졌고 토니는 엄청난 소리를 들어야만 했음. 대신 의료진이 수시로 스타크타워로 들락거렸음. 의료진은 스티브에게 삶에 대한 미련은 버리라고 계속해서 충고를 해줬어. 스티브는 예전 하워드와 처음 만났을때도 혈청이 완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너에게 무슨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얘기는 들었었어. 스티브는 충분히 각오를 했기 때문에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이 일도 덤덤히 받아들였음. 토니는 아니지. 토니는 끊임없이 ...혈청만든 박사 이름이 뭐지 하여튼 그 박사와 아버지를 저주했어. 스티브와 토니 두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반들어버린 그들을. 스티브는 또다시 그들을 용서하라며 토니를 설득했고 토니는 그저 수긍했음.


뉴욕 한복판에 빌런이 쳐들어왔어. 토니는 아머를 입고 출격을 했고 스티브는 스타크타워 위에서 불안불안하게 모두의 모습을 지켜보았어. 스티브는 토니 몰래 자비스를 통해 쉴드의 통신로를 찾아 듣고있었어. 지원병력이 부족하다는 급박한 전보가 들어왔고 곧이어 토니가 위험하다는 소식도 들어왔음. 그 소리를 듣자마자 스티브는 무슨 힘이 났는지 침대에서 내려와 자기 방에 놓아두었던 방패를 들고 타워 밖으로 뛰쳐나갔어. 평소와는 다른 방패의 무게와 말을 듣지 않는 몸으로 겨우 토니에게 다가갔어. 토니는 여러 빌런들 틈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는데 그 틈으로 스티브가 방패를 날려 빌런들을 날려버렸음. 돌아온 방패의 무게 반동으로 스티브는 저만치 떨어졌고 다른 빌런 하나가 나뒹구는 스티브의 멱살을 잡아 벽에 던져버렸어. 엄청난 힘으로 인해 스티브의 작은 몸이 벽을 뚫었고 우득 하는 소리가 귓가에 너무나 크게 박혔어. 놀란 토니가 빌런들을 헤치고 스티브를 잡아 하늘로 올라갔어. 스티브는 토니의 품 안에서 맥없이 흔들렸는데 그것때문에 토니는 더더욱 급하게, 제일 가까운 스타크타워로 올라가서 침대에 뉘었음. 코에서 입에서 피를 쏟으며 눈앞에 통곡하기 직전인 토니를 쳐다봤어.


나는 괜찮네. 어차피 죽을거잖나..


씩씩대던 숨소리가 잦아들며 그 여리고 작은 몸이 뻣뻣해져가자 토니는 죽어라고 소리를 지르며 그 몸을 열심히 주무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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