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는 토니가 죽어도 별로 울거나 그러진 않았음. 임무중에 죽은거라 장례식때 조차도 그는 진정한 히어로이고 훌륭한 인물이었다는 것만 낭독해주고 말았지 별 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어. 스티브가 약간 동요를 내비친건 토니의 시신이나 보여달라 청했을 땐데, 그나마도 시신의 상태가 너무 안좋아 안보는게 낫다면서 만류하자 그러마 하고 금방 마음을 추스렸음. 사람들은 경탄하면서도 안타까워했지. 정말 보통 정신으로 캡틴을 하는게 아니구나 하면서. 그 후로도 스티브는 슬퍼한다거나 무기력해하는 모습같은건 전혀 비추지 않고 팀을 위해 전술을 짜고 지휘하면서 항상 승리로 이끌었음.
어벤져스에는 스파이더맨도 포함되어 있는데 스파이더맨은 아직 어려서 전투에 많이 끼워주지 않았어. 아직은 세상을 누리라는 스티브의 배려로 쉴드의 출동명령을 그다지 많이 받지 않았음. 피터는 자기를 아껴주고 챙겨주는 스티브가 좋았어. 토니가 살아있을적에는 저녀석이 내 캡틴을 노린다며 질투를 하기도 할 정도로 많이 좋아했어.
그렇게 세상을 누리며 살다 오래간만에 쉴드에 들렀는데 피터는 들어오자마자 스티브를 찾았지. 뭔가 뒷모습이 스티브인거같은데 이상한 위화감이 들어 긴가민가하다가 스티브가 뒤를 돌아보자 그제야 알아보고 뛰어드는거. 품에 안겨서 부비부비 하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아무래도 위화감을 느낀 피터가 물어보는거.
"캡틴. 머리가 새하얘요. 탈색하셨어요?"
모두는 그 말에 놀라 두 사람을 쳐다봤고 스티브는 굳은 얼굴로 통유리에 비친 자기 모습을 한번 지긋이 쳐다보고는 다시 웃었음.
"..응. 어울리나?"
"어울리긴 한데.. 지나치게 밝긴 한데요.. 마치 할아버지 처럼. 약간 어둡게 염색해보는건 어때요?"
"그런가. 그러도록 하지."
피터가 그 말을 해 주기 전 까진 콜슨도, 쉴드도, 스티브 본인도 모르고 있었음. 매일 마주쳐 그 소소한 변화를 채 몰랐다는것도 있지만 그런걸 신경써주기엔 쉴드도 콜슨도 지나치게 바빴고 스티브도 스스로를 돌보기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래서 아무도 그의 머리카락이 점점 하얗게 새어만 가는걸 눈치채지 못했어. 짙은색의 머리였으면 지나가다가만 봐도 알아차릴 정도로 눈에 띄었겠지만 스티브는 금발이었고 대부분 수트를 풀세트로 차려입고 있어서 아무도 몰랐던거.
피터와 헤어지고 화장실 거울을 보고 서 있는데 말 대로, 머리카락이 지나치게 새하얬음. 왜 이걸 몰랐는가. 그만큼 토니가 죽은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했나보다 하면서 자조적으로 웃고는 화장실을 나가겠지. 그리고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스티브는 거울 앞에서 변해버린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밤 새도록 울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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