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어라 하셨습니까? 아이를 내놓으라뇨?


들은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어 수차례 되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황보가의 씨를 내놓으라. 아이는 불행히도 극양인으로 태어났기에 대를 이어야 하느니 천한 음인이 데리고 있으면 안된다는 말이었다.

전 가주의 장남 황보유의가 전사 한 후, 장연우는 그의 가문에 잉태소식을 알렸다. 나 장연우, 황보유의의 상관이 그의 아이를 가졌노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어리석은 짓일 수가 없는데 그때엔 그것 밖에 답이 없었다. 전쟁이 일상인 때, 몸을 위탁할 곳이 필요했다. 유의의 아버지는 기댈 곳 없는 연우를 받아주었고, 아직 혼인하지 않았던 그 아이, 그래도 마음 나눈 이 있어 다행이라 말하며 눈물 지었다. 연우는 울 새가 없었다. 자식과 형제를 떠나보낸 이들의 슬픔을 달래야 했고 시기와 질투에 맞서야만 했다.

 

황보가에서 그는 특히나 이질적이었다. 대부분이 양인인 그의 가문에 외따로이 있는 몸집 큰 음인. 그렇기에 다른 이들의 일방적인 시비를 받을 일이 많았고 황보가의 가주는 그들을 나무랐다. 무엇때문에 이리 하는지 안다. 하지만 이 자리가 네들에게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던 가주는 돌연 죽었다. 가족을 연달아 둘이나 떠나보낸 유의의 어머니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연우가 그를 돌보고 있을때, 유의의 이복 형제가 가주 자리를 강탈했다. 그는 연우에게 속히 떠나라 경고 했으나 유의의 어머니가 아직은 건재했다. 어찌 감히 내 손을 내쫒으려 하냐며 호되게 호통을 쳤다. 그러나 어머니의 힘도 마냥 크지는 못하여 연우가 양인 아이를 해산 한 후, 연우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 어찌 저를 외면하십니까? 어머니를 돌보고 가족을 돌본것이 저인데, 저를 이리 내치시려 하십니까?

 

유의의 어머니는, 갓난 아기를 안은 채 몸을 돌려 저택 안으로 들어갔고, 연우는 대궐같은 문 앞에서 비를 맞은 채 밤새도록 울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울고 있을 수는 없는 일. 황보가의 소식을 지척에서 듣기 위해선 다시 궁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궁에 돌아가 자리에 앉으려는 찰나 양협이 황제의 칙서가 적힌 글귀를 내밀었다. 판어사대사 장연우는 오늘부로 말단 한직으로 좌천된다. 당장에 황제에게 가 읍소하며 빌었지만 한번 굴러 떨어진 일, 다시 장공의 힘으로 올라오시란 말이 다 였다. 
장연우는 생각했다. 왜 갑작스레 이런 일들이 일어났느냔 말이다. 

 

작년 이맘때 쯤 일 것이다. 유의와 전쟁터에서 사랑을 한번 나눈 것이 다였다. 단 한번의 사랑으로 단번에 회임을 한 것을 알게 된 후, 당신은 변방으로 빠지라며 유의 혼자 황제의 부름에 나갔던 것이다. 그 자리는 치열했다 들었다. 생존자가 극히 드물었다.

전 같으면 정신 잃고 울었을 찰나, 복중의 것이 생각나 정신을 차린 후 시신을 수습했다. 멀쩡한 곳이 없는 그의 시신을 이끌고 황보가의 집으로 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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