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말 했다가

from 고려거란전쟁 2024. 6. 5. 22:32

'자꾸 이럴거면 그만 만나는게 좋겠습니다. 그만 합시다 우리.'
마지막으로 장연우에게 내뱉었던 말만 머릿속에 가득 메워지는, 장연우를 두고 온 서경이 함락되었단 소식을 들은 직 후.

갑주도 못입고 검 하나만 든 채로 서경에 무작정 말 몰고 갔는데, 폐허가 된 서경 속에 서서 장연우 이름만 미친듯이 부르며 헤매이는 유의.

불타서 무너진 서경에서 비를 맞으며 미친 사람 처럼 돌아다니다 바닥에 떨어진 연우의 장신구를 발견하고. 정말 자그마한데 마치 그 구역만 확대해놓은 것 처럼 너무나 잘 보여서, 그 장신구를 움켜쥐고 우는거 보고싶네.

 

-어라? 자네 유의.. 아닌가?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았는데 다 찢어진 옷 입고 서 있는 연우. 어디서 맞았나 싶을 정도로 꼴이 말이 아니었는데 유의는 그런건 보이지도 않고 그저 연우가 눈 앞에서 움직이고 있단 사실 하나만으로 숨 넘어갈 지경이 되고.

 

-아니 이 사람, 갑주도 없이 맨 몸으로 여길 온겐가? 미쳤나!
-장공.. 장공..
-그래. 날세.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장공.. 
-잘못한건 아는구먼. 헌데 내 장신구 못봤나? 아까 사람들한테 밀려서 넘어지는 바람에 자네가 선물로 준 장신구를 잃어버렸지 뭔가. 

 

유의가 울면서 손으로 가리키자 반짝거리는 장신구가 눈에 띄고. 연우는 주워서 웃고, 유의는 미안해서 울고. 다같이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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