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내를 마음에 둬 본 적이 없어. 미안하네 유의.

 

제 속관의 마음을 너무나 훤히 알고 있는 터라 더 마음이 안좋은 장연우. 하지만 어쩌겠어. 자기한텐 첫사랑인 부인이 너무 소중한걸. 부인 이외에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헤테로중의 찐 헤테로인 남자인데. 누구한테 마음 줘 볼 생각도 없는데. 거절의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가는 뒷모습 퍽 안타까우나 그만일 뿐.

유의도 이해했음. 사별한 부인을 얼마나 애틋해 하는지 아니까 미안하다는 말에 그러마 하고 바로 뒤돌았지. 우리의 연은 여기까지 라고 생각해 다른 부서로 전출을 신청했는데, 굳이 그럴필요 까지 있냐는 장연우의 말에 유의는 고개를 슬슬 저었음.

 

-상공을 뵙지 않아야 편할것 같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아예 궁을 떠나고 싶지만 여태 해왔던 일들이 있으니 남아보는 겁니다.
-어이구야.. 역시나 건방져. 남의 의중은 묻지도 않고 혼자 슥 정하고 떠나겠다는 말인가? 나는 말일세, 편견같은거 없네. 응. 정말일세. 마음 정리하라고 한 적 없단 말일세.

-지금 사람 갖고 장난 하십니까? 완곡한 거절 아니셨습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미안하잖은가.
-됐습니다. 이런식으로 정 떨어뜨리려 하시는거라면 우습습니다.

미친 상공 같으니라고. 몸이라도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질거 같으니 그리 하려는건데, 떠나지도 말라 마음주는걸 그만두지도 말라 뭐 어쩌란 말인가? 그 날 유의는 씩씩거리며 퇴청했음.

'고려거란전쟁'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4.06.20
황보가에 애 뺏긴 장  (0) 2024.06.20
나쁜말 했다가  (0) 2024.06.05
기일  (0) 2024.06.04
혼자 기억하기  (0) 2024.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