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무것도 모를때 썼던 토니스팁 ㅋㅋㅋㅋㅋㅋㅋ
토니는 스팁을 캡시클일 때부터 돌봐왔어. 그냥 아버지가 평생 그를 찾아 헤맸고 이제는 찾았으니 가문의 의무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스팁이 정신을 차리자 그 의무를 다 했다는 생각에 스팁에게 관심을 꺼버렸어. 그 후로는 어벤져스 일때문에 여러번 부딪치고 하면서 우리 아버지는 씨발 저새끼의 뭐가 맘에 들어서 내내 찾아다닌거지? 하는 마음에 뾰족하게 나갔음.
그러다 스팁에게 마음을 갖게 된 계기가 생겨. 길을 지나가는데 평소의 캡과는 다르게 눈에 띄게 우울한 기운을 품으며 노천카페에 멍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본거. 맨날 -"- 이런 모습만 봐 왔는데 저런 우울한 분위기는 처음이라 신기하면서도 당황스러웠어. 그리고는 그도 일상에서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음. 한번 관심을 갖게 되니까 그의 일상이 매우 궁금해져서 평소 다니던 동선을 모조리 파악한 다음 얼마간 그를 몰래 쫒아 다녀보기로 했어. 스팁은 운동을 할 때가 아니면 늘 노천카페에 멍하게 앉아있어. 아주 가끔 그림을 그릴때가 아니면 늘 멍하게. 주변사람들에게 녹아들지도 못하고. 토니는 말없이 스타크타워로 돌아갔고 그 후부터 스팁에게 잘 해주기 시작함.
스팁은 처음에 이자식이 약빨았나 갑자기 왜이럼; 이런 반응이었지만 차차 토니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고 그와 있을 때 자주 웃기까지 해. 얼마 안가 몸을 섞는 사이로 까지 발전하면서 스팁의 주변에 둘러싸여있던 우울한 공기는 사라져버림. 스팁이 안정되자 어벤져스 또한 여유로워졌어. 종종 장난까지 치고.
[캡.]
[무슨 일인가 스타크?]
[오 이런 아니지, 스티브.]
[으, 응?]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줬던가?]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오나;]
[잘 봐.]
토니는 빌런들을 이끌고 하늘을 주욱 돌아다니다 한꺼번에 미사일을 쐈어. 미사일이 빌런들의 몸에 맞으며 폭발을 일으켰고, 그 폭발 궤도가 지상에 있는 사람의 눈엔 하트로 보였던 거임. 스티브는 순간 얼굴이 확 붉어졌고 다른 어벤져스들은 속으로 욕을 삼킴. 토니는 퓨리에게 죽어라 깨지면서도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듯 뻔뻔하게 나갔고 그걸 본 스팁이 풉하고 웃었다가 둘이 같이 깨지기까지 했음.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못한게 스팁의 지시 때문에 토니가 죽고말아. 그날따라 빌런들은 끝이 없었고 호락호락하지 않아 모두들 고전을 면치 못했음. 토니도 출력을 심하게 쓴 나머지 연료가 얼마 남지 않아서 천둥양반한테 충전좀 해달라 할까 고민하고 있었음. 그때 빌런들이 한꺼번에 토니에게 몰렸고 토니는 욕을 내뱉으며 열심히 도망다녔음. 그 모습을 보던 스팁은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토니에게 좀 더 몰이를 해달라 부탁했고, 적당한 위치에 오면 헐크를 보내려 했음. 아머의 출력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시였어. 토니는 일단 알겠다며 몰이를 시작했고 좀 더 힘을 낸 후 토르에게 충전좀 부탁하려고 했음. 스팁이 지시했던 골목으로 홱 꺾었는데 새카만 무언가가 눈앞에 꿈틀거리고 있었어. 정말 듣도보도 못한 크기의 괴물이 버티고 서 있었음. 토니는 재빨리 방향을 틀었지만 괴물에게 허리를 물리고 말았어. 허리를 물린 채 이리저리 휘둘리다 바닥에 버려졌음. 토니는 눈앞에 별이 번쩍였고 허리엔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어. 아머도 연결단자에 문제가 생겼는지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 괴물은 움직이지 않는 토니에게 관심을 끊고는 다른 곳으로 뛰어감. 토니는 혹시라도 스팁이 걱정할까 신음을 일체 내지 않았어. 움직이지 않는 허리 때문에 팔로 질질 기어 구석으로 숨었어. 혹시나 다른 놈들한테 또 공격 당할까봐. 깨진 아머 사이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어느 새 너무 많이 흘렸는지 몸이 추워지면서 부들부들 떨렸음.
한편 스팁은 그 상황도 모르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필사적으로 민간인을 보호하고 있었어. 헐크를 보내기로 한 작전이 다시 생각났고 아직 시야 안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토니를 불렀어.
[스타크? 스타크 응답하라. 누구든 주변에 스타크를 본 자가 있나?]
[없어요 캡. 지금 나 살기도 바빠요.]
바튼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렸고 스팁은 곧 고개를 갸웃하며 토니를 찾아 나섰어. 한참을 찾은 끝에 건물더미 구석에 널부러져 있는, 지나치게 빨간 아머를 발견했음. 스팁의 다가가는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지고 자신이 신은 빨간 부츠와 토니가 흘린 피의 경계선이 닿았어. 발을 옮길 때마다 절벅거리는 소리가 들렸음. 스팁은 자신의 무릎이 빨갛게 물드는것도 모른 채 토니의 목에 손을 대 보았어. 다행히 아직 살아있었음. 스팁은 조심스럽게 토니를 흔들었고 떠질 것 같지 않던 눈꺼풀이 살포시 열렸어. 토니는 나라가 멸망한 듯한 표정의 스팁을 보고 눈이 휘어지게 웃었음.
“토니.”
“오.. 이게 누구신가.”
“..토니. 이게 무슨..”
“아아.. 여기 구석에 저기 저 커다란 게 웅크리고 있었어. 내 허리를 붙들고 놓아주질.. 않더라고. 내가 너무 좋았나봐.”
그 말을 끝으로 토니는 움직이지 않았고, 스팁은 눈을 한번 느리게 감았다 뜨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어.
[캡. 스타크는 찾았습니까?]
스팁은 그 말에 몸을 움찔 하고는 그렇다 말하며 각각에게 새로운 지시를 내려줬어. 팀에 한명이 있고 없고에 따라 전술에서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투는 승리했고 모든 쉴드 요원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을 표출했는데. 토니의 시체를 발견한 나타샤는 그 자리에서 숨을 들이켰어. 그리고 캡틴이 내내 스타크의 이름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는지, 왜 갑자기 전술을 바꿨는지도 깨달았음. 스팁은 다시 토니의 시체가 보기 두려워 다가가지 못했어. 시신은 쉴드에서 수습해갔음.
토니의 장례는 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진행되었어. 페퍼가 회사 차원에서 모든 장례를 총괄하였고 스팁은 말없이 따랐음. 사실 스팁은 토니의 연인이긴 하지만 스타크 인더스트리에서는 그 어떤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기는 무얼 해야 할지 몰랐어. 미군 대표로 있자니 토니가 군인이 아니었고, 쉴드의 대표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다고 어벤져스의 대표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 아무도 캡아의 진짜 정체가 스팁이란걸 모르니까 함부로 드러낼 수도 없어.
스팁은 장례가 끝나는 내내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말도 없었어. 나타샤나 힐 들이 울지도 못하는 캡을 보며 가슴아파해 대신 울어 줄 정도. 자신은 울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어. 토니를 사지로 내몬 것도 모자라 그의 시신도 버려둔 채로 도망쳤으니까. 장례식 내내 토니의 마지막 얼굴이 떠올랐어. 고통에 실핏줄이 터진 그 커다란 눈이, 그 눈이 잔뜩 휘어져 웃던 그 얼굴이. 스팁은 차마 토니의 관을 쳐다보지 못했음.
스팁은 하워드의 묘 옆에 생긴 토니의 묘를 지켜보면서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갔어. 아직 하워드의 죽음도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토니가 죽은지 일주일도 채 안되서 빌런이 또다시 난입을 했어. 저번 소탕작전에 몰살당한 놈들과 한패였던거야. 죽은 아이언맨과 실의에 빠진 캡틴 아메리카, 두 사람이 없이 어벤져스는 출격했고 과연 이번 일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서로 의문을 가졌어. 하지만 나타샤가 위험에 빠지자 그녀를 구하기 위해 캡이 나타났고 나타샤는 매우 놀랐음. 죽을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게 바로 어제였는데 언제나 보았던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으로 나타샤 앞에 서 있었어. 쓰러진 나타샤를 일으키며 서둘러 작전지시를 내리고 자리를 이동했어. 바튼들은 모두가 작전수행 내내 벌벌 떨었음. 도대체 캡틴이 갑자기 왜 나타난거? 추스를 정신도 없을텐데? 하는 물음이 끊이질 않았고 작전이 끝나자마자 참다못한 바튼이 직접 물었어. 스팁의 대답은 가관이었음.
"지금의 나는 스티브 로저스가 아닌 캡틴 아메리카일세. 스타크의 죽음과는 별개야."
아 존나 뼛속까지 군인이세요 씨발;; 바튼은 할말을 잃고 나가떨어졌어. 실제로 스팁은 연인의 49제가 끝나기도 전에 캡아로서 계속 쉴드에 출타했음. 다들 안절부절 어쩔줄을 몰라하는데 오히려 스팁은 멀쩡해. 아니 멀쩡해 보이는거지. 일단 쉴드가 직장이고 자기는 군인이니까 어쩔수가 없잖아. 그저 자기 소속을 생각해서 하는 행동임.
스팁은 쉴드에서 나오면 다시 표정이 없어져. 예전의 우울했던 스팁으로 돌아가버림. 토니와 만나기 이전의 생활처럼 운동을 하고 남은 시간동안에는 카페에서 다른이들의 소음을 배경음 삼아 멍하게 앉아있어. 때로는 커피를 한잔 시켜놓고 몇시간씩, 커피에는 입도 대지 않은 채 멍하게 있을때도 있음.
견디다 못해 스타크 타워 앞을 서성이다 자비스에게 들켜 안으로 들어가 봤어. 랩을 둘러보고 토니의 방에 들어갔어. 토니의 방은 페퍼의 지시로 생전 모습 그대로였고 심지어 침대위에 던져놓은 티셔츠까지 그대로였음. 스팁은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맡아지는 토니의 향에 한번 울컥 했어. 울면 안된다고 자신을 엄하게 꾸짖으면서 방 안을 천천히 돌아봤어. 자비스는 스팁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음.
“자비스. 혹시.. 혹시라도. 토니의 영상을 갖고 있나?”
“물론입니다 sir. 저는 주인님은 물론이고 당신과 관련된 영상들도 갖고있습니다.”
“그럼 내게 보여줄 수 있어?"
자비스는 흔쾌히 승낙했고 스팁은 토니의 침대 맡에 쭈그리고 앉았어. 토니는 꽤 오래전 영상들도 갖고있었어. 40년대 코만도즈와 함께 활동했던 캡의 모습부터 하워드의 영상, 그리고 토니 자신과 최근의 스팁의 영상들. 스팁은 토니의 침대 맡에 쭈그리고 앉아 그 영상들을 계속해서 돌려봤어. 수십번도 더 돌려보며 오후가 저녁이 되고, 새벽이 되어 해가 뜰 무렵까지 봤을때 급작스럽게 화면이 전환되었어. 스팁이 기억하는 토니의 마지막 얼굴이 화면 한 가득 비춰졌음. 스팁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음.
[아.. 캡틴, 아니 스티브. 오 씨발 매우 아프군..]
영상속의 토니가 말을 하며 인상을 찌푸릴 때마다 스팁은 몸을 튕길 정도로 떨었어. 영상 시간은 길었지만 토니가 한 말은 몇마디가 채 되지 못되었고 말을 할수록 스팁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눈물이 굵게 뚝뚝 떨어졌음.
[스티브. 분명 자책하고 있을테지. 그러지 마. 이건 네 탓이 아냐.]
토니가 스르륵 눈을 감고도 영상은 끝날 줄을 몰랐어. 스팁은 입을 틀어막고 끅끅거리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음.
"sir, 너무 울면 좋지 않습니다."
"내 탓이야.. 내탓이야 어쩌지. 내가 토니를 죽였어.."
"당신 탓이 아닙니다. 주인님께서도 네 탓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냐.. 나, 나 때문.."
스팁은 너무 떨리는 몸을 감싸 안은 채 자기 팔뚝을 쥐어뜯었어. 차마 토니의 채취가 사라질까 침대 위에는 올라가지도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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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울다 지쳐 침대에 기댄 상태로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마저 못들을 정도로 깊이 잠들었음. 알람처럼 5분간격으로 울려대던 전화벨소리가 끊기고 부재중을 띄웠어. 자비스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스팁을 흔들어 깨웠고 꿈쩍도 안하던 눈꺼풀이 쉽게 열렸음.
“Sir, 방금 20번째 부재중 전화가 생겼고 타워 밑에 요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팁은 쉴드에서 온 연락임을 알고 급하게 튀어나갔어. 쉴드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었음. 아참 토르는 토니가 죽기 직전에 아스가르드로 올라가서 아직 없는 상태. 스팁은 급하게 뛰고 뛰어 타워 밑으로 내려갔는데 요원들의 표정이 묘해. 일단 차에 태워 데려가는데 도저히 안되겠는지 곁에서 우물쭈물 하던 요원 하나가 거울을 전해줬어. 얼굴좀 추스르라며. 거울을 본 스팁은 그대로 한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았어. 민간인의 4배에 달하는 회복력이라지만 아직 눈은 퉁퉁 부어있고 눈물길도 제대로 못 닦아서 얼굴에 그대로 남아있었음. 그 모습이 내심 부끄러워서 요원들에게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하며 얼굴을 닦았어.
모두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가운데 늦게 온 스팁이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음. 스팁의 옆자리엔 오래간만에 보는 토르가 있었는데 스팁을 향해 반갑게 웃었다가 스팁의 얼굴이 영 안 좋자 표정을 굳혔고 퓨리마저 초췌한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저었어. 모두가 근심어린 얼굴로 자길 바라보는 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음.
회의는 새로운 어벤져스 멤버가 들어온다는 거였어. 그 상대는 로키. 모두가 반대했지만 스팁은 딱히 반대할 만한 이유가 없어서 수긍했지. 회의 중간중간 토르는 계속 스팁을 힐끔거리며 쳐다봤는데 스팁이 그걸 눈치 챔. 잠시 쉬는시간이 되어 스팁은 토르를 잠깐 불러냈어. 자기가 오늘 너무 엉망인 모습을 보여줘서 토르에게 누를 끼친 것만 같아 사과를 하려했어. 하지만 스팁이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토르가 먼저 말을 했음.
“그대 뱃속에 아이가 든 것을 아는가?”
무슨 씨나락까먹는 소리냐는 듯이 쳐다보자 토르는 고개를 갸우뚱 하며 스팁의 배에 손을 얹어봤음.
“분명히 이곳에서 생명이 느껴진다. 내 어머니는 출산의 신이야. 나라고 아주 영향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니지.”
3개월은 됐을 것 같다는 말에 스팁의 얼굴이 무너졌어. 급작스러운 현기증에 휘청이자 토르는 얼른 그 몸을 붙들었어. 어서 의료진에게 말해야겠다는 토르를 제지하며 우선 회의부터 끝내자고 말을 해.
스팁은 어떻게 브루클린의 아파트로 돌아왔는지 모르겠어. 비밀리에 퓨리와 배너에게 부탁을 해 검진을 해 본 결과 너님 축 임신 맞음. 배너가 아주 조심스럽게 혹시 토니의 아이냐고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못했어. 토니를 만나기 이전에는 성관계란 퐁듀란 것 밖에 모르던 사람이니 아이는 백프로 토니의 아이임.
“임신 3개월..이라고. 그럼 토니..스타크가 죽은지 얼마나 지났습니까?”
“3개월 전이네.”
퓨리의 확인사살을 듣고나서야 나는 토니의 아이를 가졌구나 라고 새삼스레 깨달았음. 남자가, 게다가 캡틴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 들켜선 안된다며 배너와 토르에게 입조심을 시켰고 스팁은 한동안 휴가조치를 받았어. 쉴드 사람들은 급작스레 캡틴이 휴가조치를 받은 것에 대해 아무도 의심을 하지 않았음. 몰골이 너무 안 좋았던 데다가 회의가 끝나자마자 쓰러져 의무실에 실려갔다는 이상한 루머까지 돌았던거임.
스팁은 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어. 모로 누워있자니 제 심장소리가 자꾸만 들려왔어. 천천히 손을 들어 배를 쓰다듬음. 손끝으로 고동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어. 이곳에 있는 아이도 나처럼 심장이 뛰고 있겠구나. 너도 살아있구나. 베싯 웃다가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냈어.
사실 남자에게 임신이란게 가당키나 한거냐고 길길이 날뛰면서 부정을 해야 정상인거고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너무 지쳤어. 3개월 전, 스팁의 세상이 통째로 날아가버렸고 아무 것도 없는 진공상태에서 홀로 견뎌야 했기에 차라리 임신이 반가웠어. 가족. 피붙이. 사랑받고 사랑을 줄 존재가 생겼다는 것에 새까맸던 동굴속에 빛 한줄기가 생긴 느낌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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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토르와 배너가 쉴드의 눈을 피해 조용히 스팁의 아파트로 찾아왔어. 토르는 배너를 재촉했고 배너는 왕진가방을 들고 끙끙대며 들어왔음. 스팁은 이 두사람이 왜 찾아왔는지 모르겠어. 저 큰 가방을 보아하니 놀러온 건 아닐테고. 무슨 일이냐는 물음에 어제 못다한 검사를 하러 왔다고 했지. 쉴드에서 했던 검사는 들키지 않기 위해 최소한만을 했기 때문에 스팁의 상태도, 태아의 상태도 자세히 알 수가 없었음. 배너가 검사를 위해 도구들을 주섬주섬 꺼내는걸 지켜보다 토르에게로 시선을 옮겼는데 눈가가 멍이 든 것 처럼 새파랬어.
“눈이..”
“아. 로키가..”
“아..”
스팁은 어색하게 고개를 주억거렸고 토르는 잠깐 로키를 향해 투덜댔음. 배너는 스팁을 침대위에 눕히고 아랫배에 이불을 덮어준 후 피검사를 하자며 주사기를 들이댔어. 바늘을 꼽자 팔뚝에서 피가 나오는걸 본 토르는 매우 신기해하며 주사기에 관심을 보였음.
배너가 3개월째의 임신 증후에 대해 설명을 하지 스팁은 그제서야 아, 하며 그간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어. 시도때도 없이 어지럽고, 음식 맛이 비리고, 하루에도 기분이 들쑥날쑥 했던 것들. 그저 토니를 잃은 충격이 생각보다 심했나 싶어서 더이상 해이해 지지 말자고 채찍질을 해왔었어. 그게 아이에게 해가 됐을것만 같아서 등골이 오싹. 아무리 스팁이 이런 쪽에 지식이 없다 한들 어깨너머로 들은게 있긴 해. 임신 초기에는 몸조리를 잘 해야 한다는거. 그런데 자기 몸속에서 뭔가가 자라고 있다는것도 모른 채 무식하게 뛰어다녔단말야. 하지만 배너가 뱃속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는 말에 근심을 모두 털어버림.
“엄마를 닮아서 건강한가보네요.”
배너는 검사 결과를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음. 혈청에 의한 변이를 내심 걱정했었는데 그런것도 없고 그냥 평범한 태아들처럼 잘 자라고 있었어. 토르는 곁에서 진심어린 축복을 전했음.
두 사람이 돌아가고 다시 적막해진 아파트 안으로 붉은 노을이 들어왔음. 스팁은 배너가 타다 준 따뜻한 차 한잔을 들고 침대 위에 앉아서 떨어지는 해를 바라봤어. 토니의 수트만큼 새빨간 하늘속에 하얗게 빛나는 태양이 건물더미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음. 스타크 타워의 꼭대기에서 토니와 함께 바라본 노을은 언제나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는데 이곳은 층이 너무 낮아. 토니를 생각하다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면서 차를 홀짝였어. 이렇게나 눈물이 많아지다니 마음이 너무 약해진 것 같지. 그래도 조금은 울어도 되잖아. 너무 많이 참아왔어. 토니를 잃은 슬픔과 아이를 얻은 기쁨이 교차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손에 든 머그컵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 허둥대다보니 눈물은 점점 더 굵어졌고 계속 눈물을 닦던 소매는 다 젖어버렸어. 아이가, 너의 아이가 생겼는데 왜 너는 모르고 있는거야. 갑자기 토니가 너무 보고싶어서 온 집안을 뒤져 토니의 사진을 찾아봤는데 없어. 토니가 사 줬던 핸드폰을 뒤져보려 했는데 찾을 줄을 몰라. 사용법을 몰라서 사진찍기는 고사하고 전화도 받는것 밖에 몰랐어.
등신. 미련퉁이. 스팁은 미련했던 지난날의 자신을 욕하며 집 밖으로 나와 스타크 타워로 향했어. 자비스에게는 토니의 영상과 사진이 무궁무진하게 있으니까. 헐떡이며 도착한 스타크 타워 앞에는 페퍼가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려던 차였어. 페퍼는 울어서 엉망이 된 스팁을 보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엘리베이터 맨 꼭대기 층을 눌러줬어.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올 때 까지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고, 다만 스팁의 훌쩍이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음. 언제나처럼 페퍼는 엘리베이터 밖에서 스팁을 올려보냈어. 자비스는 스팁을 알아보고 어서오시라 인사를 했음. 스팁은 우물쭈물 하다 고개를 들고 눈물을 뚜욱 흘린 채 명령을 내렸음.
"토니의.. 모든 사진을 보여줘."
자비스는 갖고 있던 토니의 모든 사진을 보여줬어. 막 태어났을 때의 모습, 하워드와 함께 있는 사진 등등. 스팁은 새벽녘까지 줄줄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음.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다시 돌아온 페퍼는 토니의 침대 위에서 쭈그린 채 잠 든 스팁의 위로 이불을 덮어줬어.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퉁퉁 부은 채로 잠든 모습을 보자 절로 머리가 아파왔어. 한숨을 쉬고 스팁을 자비스에게 부탁 한 후 회의를 하러 내려갔음.
스팁은 그날 이후로 마음속의 근심을 모두 털어내버리기로 했어. 토니는 이미 죽었지만 아직 아이가 남아있으니 살아야지.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라도 밝아져야 해.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지분은 차기 회장으로 올라간 페퍼에게로 돌아갔고 스팁은 그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어. 페퍼가 회장으로 올라가기 전, 서로 지분을 차지하려고 싸우는걸 보고 질려버렸거든. 뱃속의 아이가 저기에 휘말릴 생각을 하니까 너무 끔찍한거야.
스팁은 낮에는 집 안에 있고 밤이면 밖으로 나와 주변에 있는 공원을 조용히 산책을 하곤 했어. 퓨리도 스팁을 배려해서 쉴드 관련 얘기는 일체 꺼내지 않았고. 가끔 배너가 검진을 하러왔고 토르는 말동무라도 해주려 왔음. 토르의 말에 따르면 로키는 어벤져스로서의 생활에 아주 잘 적응했다며 좋아하는데 배너의 표정을 보면 그것도 아닌거 같음 ㅋㅋㅋ
퓨리가 스팁에게 말해주지 않은건 비단 쉴드관련 얘기 뿐이 아니었어. 스팁이 해동되기 몇십년 전에 쉴드는 윈터솔저라는 코드네임을 가진 적에게 크게 곤혹을 치룬적이 있었어. 한동안 서로 싸우다 쉴드에게 크게 당한 윈터솔져-버키-는 자취를 감췄어. 간간히 나타나긴 했었는데 10여년전부터는 아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음. 그래서 버키의 존재를 간과했던거야. 그런데 이녀석이 스팁이 해동된 이후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어. 퓨리는 여태 스팁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아서 지금도 모르고 있어. 그냥 계속 모른 채로 아이 낳고 잘 살기를 바랬는데, 이놈의 버키가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더니 이젠 아예 브루클린쪽에서 일을 팡팡 터뜨려줘. 뱃속 아기에게 푹 빠져서 잠시 현실에서 멀어졌던 스팁도 이젠 근처에서 계속 일이 일어나는데 관심을 안 가질수가 없겠지.
스팁은 당연하게도 퓨리에게 이게 무슨 일인지 물어봐.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이 터지는데 가만히 있을수가 없잖아. 자기가 직접 나설수는 없더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는 알아야겠어. 하지만 퓨리는 신경쓸거 없다면서 안가르쳐 주려고 해. 스팁은 나와 내 아이의 신변이 위험한데 내가 가만히 있어야겠냐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지만 돌아오는 답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어. 너는 절대 나설 일 없으니 가서 얌전히 있으라고 하는게 전부야.
퓨리는 살아있는 버키를 보게 될 스팁의 반응이 두려웠어. 그것도 세뇌되어 쉴드와 척을 지고 있는 버키를. 토니가 죽고나서 완전히 풀죽어버렸다가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이제야 겨우 미소를 되찾았는데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았음. 개인적 동정이라기보다는 쉴드를 위해서였어. 캡틴이 무너지면 좋을게 없잖아.
그날 저녁, 스팁은 방 안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 생각도 나지 않는 부모님의 얼굴과 하워드를 그렸고 페기, 버키, 마지막으로 토니를 그렸어. 그새 시간은 흘러 토니가 죽은지도 다섯달이 되었어. 뱃속 아이도 그만큼 자라 제법 태가 났지. 스팁은 토니를 그린 종이를 배 위에 얹었어.
"네 아버지다 아가. 넌 아버지를 많이 닮았으면 좋겠구나."
쓸쓸하게 웃으며 배를 쓰다듬었는데 창 밖으로 요란한 소리가 들렸어. 후다닥 달려가서 밖을 보니 1킬로정도 떨어진 곳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곧 요란한 총소리와 번개를 만들어내는 토르를 볼 수 있었음. 스팁은 배를 꼭 부둥켜 안고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어. 알 수 없는 적과의 거리가 매일 가까워지고 있어. 혹시 나를 노린걸까. 스팁은 두려움에 떨었음. 한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정리된 듯 했고 토르가 스팁의 안위를 살피기 위해 아파트로 찾아왔음. 아무 이상이 없다는걸 알고 나서 곧바로 돌아가긴 했지만 토르 역시 이 일은 가벼히 넘길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쉴드에게 스팁을 다른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건의를 했음.
스팁은 브루클린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 얼마 없는 짐들과 아기용품들을 주섬주섬 가방 안에 넣고 헬기에 올랐어. 헬기는 스팁조차 한번도 가본적 없는 먼 곳으로 향했고 헬기소음 외에는 고요한 그 안에서 가만히 석양만을 바라보았어. 도착한 곳은 꽤 큰 도시였고 스팁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는 집에서 살게되었어. 빌런들이 캡틴을 찾을것을 대비해 일부러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간거. 퓨리는 이 곳이라면 아이를 낳을때 까지는 안전할거라고 했음. 스팁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풀어 집을 꾸미기 시작했어.
한동안 브루클린 근처에서 일어나던 테러는 스팁이 그곳에서 사라지자 바로 멈췄어. 당연히 그건 스팁을 노렸던 짓이었다는게 판명이 되었지. 쉴드는 스팁 주위에 병력을 배치해 24시간 감시하라고 일러뒀어. 스팁이 모르게 해뒀기 때문에 본인은 그저 혼자 그곳으로 간거라 생각했음.
스팁은 뱃속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는게 신기하면서도 기특했어. 종종 남자인 내가 왜 임신을 하게 됐지? 내가 이 아이를 잘 낳을수 있을까? 어떻게 키우지? 같은 원초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자기 곁에 누군가가 생긴다는 것이, 그것도 자기 피붙이라는게 너무나 기쁜거야.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시고 주변에 친인척도 없이, 친한 사람이라고는 버키가 전부였던 터라 늘 가족을 갖는걸 꿈꿨어. 그 꿈을 토니가 이뤄줄거라 생각했지만 이뤄지지 않았지. 그리고 남은게 이 아이야. 배너는 아이가 딸이라고 했어. 그래서 아기용품도 전부 부농부농하고 예쁜것들로 준비를 했음. 스팁은 항상 그날 산 아기 옷을 배 위에 얹어두고 자랑을 했지.
"이게 네가 입을 옷이란다."
그러면 아이가 뱃속에서 꿀럭여. 배가 울룩불룩하고 움직여서 위에 얹어둔 옷이 밀려나가 툭 떨어져. 스팁은 그게 마음에 들어하는거라 생각하고 웃으며 옷을 정리함.
"어서.. 네가 태어났으면 좋겠어. 파파가 많이 사랑해줄게. 토니 몫까지 많이 사랑해줄테니까 어서 만나자."
스팁은 그 말을 하면서 잠깐 눈물을 떨궜는데 자기가 울고있었다는걸 눈치채자 당황스러워하며 눈가를 한번 슥 닦았어. 눈물이 많아져서 탈이야. 얼른 아이가 태어나서 같이 웃었으면 좋겠어. 다시는 울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 정리하던 아기옷을 그냥 손에 쥔 채 침대에 누웠어. 꿈에 토니가 나왔으면. 그리고 스팁은 현관 밖에서 담배를 피며 서 있는 한 남자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로 잠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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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는 스팁을 감시하던 요원들이 살해됐다는 말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음. 그렇게 빨리 찾을줄은 몰랐거든. 게다가 윈터솔져가 스팁을 노리고 있는게 확실해졌어. 퓨리는 일이 더 시끄러워질것을 대비해 스팁을 아예 쉴드기지 내부로 옮길까 하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배너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음. 혼자있는게 좋을것 같다면서. 정 불안하면 내가 가겠다고 했지. 하지만 퓨리는 고개를 내저었고 바튼과 나타샤에게 정황을 설명하고 급히 보냈어. 스팁이 있는 곳은 좀 많이 먼 곳이어서 두 사람이 그곳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예정이었어. 두 사람은 이동시간 내내 자기들이 들은 말을 곱씹었어. 캡틴이 임신이라니. 그것도 토니의 아이를. 남자가 임신을 했다는것도 신기하긴 했지만 그동안 스팁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생각하며 각자 괴로워했지.
며칠 후 두 사람은 그 도시에 도착해서 스팁이 모르게 조심스레 행동했는데 딱히 그럴 필요도 없던게 스팁이 집에서 안나왔거든. 배가 불러있으니 눈에 띄니까 안나왔던거. 날이 추워지며 옷을 껴입을 수 있게되자 아주 가끔씩 나와서 천천히 동네를 둘러보기도 했어.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멀리서 지켜보던 바튼은 행복하다는 듯이 배를 쓰다듬는 스팁을 보니 되게 묘했어. 저 사람이 저렇게 웃을수도 있구나 싶은거. 자기들과 있을땐 항상 딱딱하기만 한 사람이었으니까. 나타샤는 그런 스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덩달아 웃었어. 행복해 보이네요 캡틴.
스팁은 핫초코를 처음 먹어봤어. 어릴때는 돈이 없어서 못먹었고 그 이후로는 시간이 없어서 못먹었어. 달달한게 굉장히 맛있어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려. 덕분에 펴놓은 연습장에도 귀여운 곰돌이 같은게 그려져있음. 나중에 이런거 연습해서 아기 동화책이나 만들어줄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건물이 무너지고 있어.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스팁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하다가 테이블에 배가 걸리는걸 느꼈어. 자기가 지금 임신하고 있는 상태란걸 다시 깨닫게 되었음. 건물 안에서 갈팡질팡 하는 사람들을 서둘러 비상구로 대피시키고 빼꼼히 건물 밖으로 나왔어.
바튼과 나타샤는 자기들이 잠복해있던 건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보고 재빨리 몸을 날려 미사일을 피했음.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폭발의 충격에 몸을 추스르는 동안 스팁을 놓치고 말았어. 낭패감을 이루말할수 없어서 서둘러 자리를 이동했음.
스팁은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과 뱃속 아이를 위해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있어. 사람들의 비명은 더더욱 커지고 있었고 바닥은 죄없는 그들의 피가 흘러 넘치고 있었어. 사람들과 함께 도망을 치던 스팁은 두 눈을 꽉 감고 뱃속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 전력질주까지는 아니었지만 달려서 쓰러진 사람들을 일으켜주고 건물더미에 깔린 이들을 꺼내주고. 마침내 스팁을 찾은 바튼은 그 한심한 작태를 보고 급하게 달려가 말리려고 했어.
"캡틴!!"
바튼이 스팁을 큰 소리로 불렀고 스팁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지. 바튼이 왜 여기있는거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튼의 뒤쪽 먼 곳에 굉장히 익숙한 실루엣이 있었어.
"버키?"
그 실루엣은 버키를 매우 닮아있었음. 스팁이 그 실루엣에 잠시 정신을 뺀 사이 바튼과 스팁 사이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났고 두 사람은 폭발에 휘말렸음.
아주 크게 휘말리진 않았지만 그 충격으로 바튼은 정신을 잃었고 스팁은 바닥을 나뒹굴었음. 충격이 좀 커서 몸에 무리가 와 스팁은 한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었음. 비틀거리면서 일어나 서둘러 바튼에게 걸어갔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한 후에 안전한곳으로 끙끙대며 옮겨놓고 이마를 닦았는데 소매에 피가 축축하게 배어나와. 그제서야 이마의 찢어진 통증이 느껴졌음. 통증은 이마에서 온 몸으로 퍼져나가다 종국에는 배에 집중되었어. 좀 뻐근하게 아프던게 점점 아픔이 커져가는데에 덜컥 겁이 나면서도 고개를 들어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던 그곳을 쳐다봤어. 그 곳은 아무도 없었음. 이 이상 움직이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실루엣의 주인을 알고 싶은게 더 커졌어.
"버키? 버키!"
말도 안되는 거라 생각하면서도 계속해서 버키의 이름을 부를 수 밖에 없었어. 어릴때부터 늘 봐왔던 익숙한 실루엣이었는데. 잘못봤을리가 없었어. 하지만 아무리 목청을 높여 불러봐도 그 실루엣의 주인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다시한번 스팁 주변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음. 소리를 지르며 도망다니던 사람들의 몸통이 조각이 나 허공에 흩뿌려졌고 스팁 자신의 몸도 붕 뜨는것이 느껴졌어. 몸이 공중에서 한바퀴 돌아 배부터 바닥에 내리꽂혀졌는데, 그 이후로는 몸통이 조각나는것 같은 고통을 끝으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음.
눈을 뜨니 병원이었어. 자신의 단단한 팔에 링겔이 서너개가 꽂혀있었고 코에는 호스가 꼽혀져 있었음. 눈가가 빨개진 나타샤와 이마에 붕대를 메고 있는 바튼이 보였고 왠일인지 퓨리가 그들 건너에 서 있었음.
"캡틴.. 괜찮습니까?"
왜 모두들 저런 눈으로 날 쳐다보는걸까 싶었는데.
"죄송합니다. 아기는 구하지 못했어요."
정신을 차린 바튼이 스팁을 발견했을 땐 배를 감싸쥔 채로 곧장이라도 숨을 거둘것 처럼 하얗게 질려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어. 너무 아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도 배를 꽉 끌어안고 있었는데 스팁이 자주 입던 베이지색 바지는 뱃속에서 쏟아진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음.
'캡..틴. 캡틴 정신차려요!'
'버.. 키.. 아.. 끅.. 아기 좀....살려...'
스팁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하자 바튼은 소리를 지르며 구조요청을 했고 멀리서 나타샤와 쉴드요원들이 나타나 스팁을 실어갔어. 그리고 지금 여기 병원 안.
스팁은 멍청하게 손을 들어 평평해진 배를 쓸어봤어. 이 안에서 꿈틀거리며 매일매일 자라나던게 하루아침에 사라졌어. 사람들을 구하다가 그랬느냐. 그것도 아냐. 그저 단순하고 멍청한 호기심에 이끌려서 이렇게 된거야. 세상에. 그렇게나 멍청한 짓을. 죽었을게 분명한 사람의 환영을 따라가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피붙이를 죽게 만들었어. 다시는 만날수 없는, 사랑하는 토니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였는데.
아직 정신을 다 차리지 못해 묵묵했던 얼굴중에 입술이 먼저 파르르 떨렸어. 촛점도 없이 흐려진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쏟아져 내리더니 이내 온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와락 울어버렸어. 아직 20대의 반도 살지 못한 어린 청년 스티브 로저스는 어벤져스 리더로서의 위엄도 내버린 채 몸을 까뒤집고 발버둥쳤어. 말도 되지 않은 소리를 내뱉으면서 몸부림치고 울다 보다못한 바튼이 스팁을 품에 안았고, 스팁은 바튼의 품에 안겨 한참을 통곡했어.
"어..떡하지 나.. 나.. 내가.. 다, 죽였어, 어떡하지.."
스팁은 토니도 아기도 자기가 죽였다는 말만 미친 사람처럼 반복했고 모두는 감히 위로를 건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한숨만 쉬고 있었음. 그리고 그 병원 밖, 병실 바로 아래에 있는 벤치에는 죽은줄 알았던 버키가 앉아있었어. 발밑에는 수북한 담배꽁초가 놓여있었고 막 새로 꺼낸듯한 담배 한개피를 손에 들고 있었음. 불을 붙일 생각을 못하는건지 그저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며 스팁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있었어. 일반인들에겐 들리지 않지만 스팁처럼 슈퍼솔져 혈청을 몸 안에 갖고있는 버키라면 가능했음. 버키는 러시아에서 구조된 후 곧 세뇌되었고 스팁처럼 혈청을 맞았던거.. 원작은 안그러겠지만 몰라 내맘이다. 스팁의 울음소리가 커질수록 버키는 점점 세게 제 머리카락을 양 손 가득 그러쥐었고, 스팁이 울다 지쳐 정신을 잃을 때 까지 그 곳에서 움직이질 못하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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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키가 마지막으로 본 스팁은 기차 위에서 저를 향해 애타게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이었음. 멀어져가는 울먹이는 눈을 보며 나를 잃고 살아갈 그 모습이 안쓰러워 조금 눈물지었어. 하지만 곧 낙하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떴을 땐 알아듣지 못할 말들로 지껄여대는 사람들에 둘러싸인채 누워있었음.
소련은 어찌어찌해서 스팁에게 맞췄던 혈청에 대한 논문을 독일에서 구하게 됨. 치열한 연구 끝에 샘플을 몇개 만들었고 실험으로 몇사람이나 죽어나가면서 비밀리에 숲솔 프로젝트를 진행해. 버키도 그중 하나긴 했음. 나머지는 다 죽고 버키만 살아남은거. 레드스컬에게 당했던 실험이 유용하게 작용했다 치자. 버키는 숲솔이 되었고 그들에게 세뇌되어 모든걸 다 잊었어. 하지만 파랗고 슬픈 눈동자 하나가 잔상처럼 기억속에 남아있었음. 기억속의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음.
버키는 윈터솔져로 활동하면서 소련과 냉전체제인 미국을 단단히 긴장시켰고 쉴드에서도 버키를 잡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번번히 실패했어. 세뇌는 시간이 지나면 풀리게 마련인지라 소련측은 버키에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세뇌를 시켰고 그걸 동력으로 임무를 수행했음. 하지만 소련은 미국에 패했고 버키는 토사구팽이 되었음. 이제는 소련에서도 미국에서도 버키를 제거하려고 난리부르스를 췄지만 버키는 끝끝내 살아남았어. 이쯤에서 그만 죽을까 싶어도 머릿속에 각인된 그 눈동자가 생각나 죽을수도 없었음. 그가 누군지 너무 궁금했거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세뇌가 풀린 버키는 그 눈이 스팁이었다는걸 생각해냈어. 스티브. 세상에 둘도 없는 내 친구. 정신이 번쩍 들어 세상으로 다시 나갔어. 버키가 있는 곳은 중앙아시아 한복판이었고 시간은 96년이었음. 그날 이후로 너무나 긴 시간이 지났다는것에 절망을 하면서도 스팁도 자기처럼 숲솔혈청을 맞았다는것에 내심 기대를 가졌어. 신분을 위장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스티브를 찾았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고 숭고한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을 구하고 자기 목숨을 희생했다는 이야기만 전해져 올 뿐이었음. 버키는 너무 화가났어. 스팁의 곁에 없던 자기에게도 매우 화가 났지만 스팁을 죽여버린 미국에 굉장히 화가 났음.
미 정부의 자료창고로 몰래 들어가 스팁에 대한 이런저런 보고서를 읽어봤더니 전투기를 탄 채로 북극에 쳐박히곤 시체도 못찾았대. 아무리 숲솔이라지만 혈혈단신으로 북극에 쳐들어갈 수 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래서 생각해낸게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북극 얼음공주()찾기 프로젝트에 일꾼으로 들어가는거. 정교한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무나 뽑지 않았을테지만.. 뭐 어떻게든 들어갔겠지. 버키는 그렇게 십여년을 북극에서 스팁을 찾아 헤매다 드디어 그 얼음공주를 찾았어. 시체라도 찾았다는 생각에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음. 그런데 얼음째로 들고 가서 녹여놨더니 살아있대. 버키는 모두가 잠든 시간을 틈타 스팁이 누워있는 연구실로 들어갔어. 근 70년만에 보는, 얼음속에 잠들었던 스팁의 모습은 예전과 전혀 다를게 없었어. 바로 어제 봤던 것처럼 주름하나 지지 않은 깨끗한 얼굴의, 22살때의 모습 그대로였어. 나는 이렇게나 변했는데 너는 그대로구나. 아직 창백한 손을 마주 잡으며 그 위에 눈물을 뚝뚝 흘렸음.
이놈들이 스팁을 녹여서 살려놓으면 데리고 도망치려고 했더니 설상가상으로 프로젝트를 종료. 토니가 직접 너네는 우리 일꾼 아님 접근하지 마셈 이라고 토를 달았음. 그렇게 쫒겨난 버키는 정체를 드러내며 스팁을 데려가기 위해 쳐들어왔지만 아이언맨 아머를 입은 토니를 이길 수는 없었음.
몇번이나 쳐맞은 뒤로는 더 이상 스팁에게 접근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버키는 세를 불리기 시작함. 그 사이 스팁은 정신을 차렸고, 번뇌했고, 토니와 사랑에 빠졌어. 버키는 담배를 피며 토니와 스팁이 키스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음.
"안돼 스티브. 그녀석들과 가까워지지마. 다신 널 북극에서 혼자 잠들게 두지 않겠어. 내가 구해줄게."
버키는 쉴드를 몇차례 공격했음. 스팁을 이끌어내기 위함이었지만 쉴드에서는 상대가 버키임을 확인한 후엔 절대로 스팁을 출동시키지 않았어. 아이언맨과도 몇번 마주쳤음. 둘은 만나면 다른 여타의 적들을 만났을때와는 다르게 더욱 거칠게 싸웠어.
"너같은 놈에게 스티브는 과분해."
"나도 알고있어. 장인어른. 하지만 허니는 이대로 친정에 끌려가기엔 날 너무 좋아하는데 어쩌지?"
빡친 버키는 그날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고 토니의 아머는 평소보다 좀 더 걸레가 되어버렸음. 스팁이 걱정어린 눈으로 어떤 빌런이기에 아머가 이리 되었냐며 걱정했지만 토니는 마냥 웃을 뿐이었음.
다른 빌런들의 소행으로 토니가 죽자 버키는 상심하고 있을 스팁을 생각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어. 그런데 멀쩡하게 나와서 캡아짓을 하고 있으니 버키는 머리가 멍한거야. 뭐지. 뭘까. 제 아무리 스팁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저렇게 멀쩡히 돌아다닐리가. 그리고 그날 저녁 스팁이 스타크 타워로 들어가 토니의 영상을 보며 숨이 끊어져라 울었다는 소리를 듣자 머릿속이 다시 불타올랐어. 반드시 구해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브루클린 주변을 공격해갈 때 스팁이 임신을 했다는 소리를 전해들었음. 버키는 절망을 하며 계획을 수정해야만 했어. 혹시 임신중에 자기가 나타나면 너무 놀란 나머지 몸에 무리가 갈 까봐 다가가지도 못하겠는거. 그러다 예상치 못한 빌런무리가 임신한 스팁의 주변에서 일을 터뜨렸고 버키는 스팁을 구하려고 자기도 모르게 뛰쳐나갔어. 쭉 달려나가다 스팁과 눈이 마주쳤어.
"버키?"
스팁의 목소리에 그 자리에서 언 채 꼼짝 못하던 몸이 반응을 했어. 얼른 뒤를 돌아 다시 스팁에게서 멀어졌지만 섣부른 행동의 결과는 지금 벤치에 앉아있는 이 병원이었음. 발 밑에 쌓여가는 담배꽁초를 바라보며 버키는 한숨을 흘렸어. 오늘 아침에도 발작처럼 소리지르며 우는 스팁을 진정시키기 위해 토르가 출동했음. 버키는 이 일이 마치 제 죄인냥 느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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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팁은 이게 꿈이라는걸 자각하지 못한듯 눈 앞에 보이는 행복에 몸이 녹아내릴것만 같았어. 품에 안겨오는 작은 아이와 옆에서 조근조근 말을 걸어오는 토니. 세 사람은 해가 지는 노을속에서 해변가를 드라이브 하고 있었음. 스팁은 토니의 잘 생긴 옆얼굴을 계속해서 쳐다봤어. 시선을 느낀 토니는 고개를 돌려 스팁을 바라봤고 행복한 듯 웃음을 지었음. 스팁은 품에서 꼬물거리는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아기의 얼굴이 점점 흐릿해져가. 제 품에서 사라져가는 아기를 황망하게 바라봤어. 먼지처럼 흩어지는 아기를 더 이상 새어 나가지 못하게 꽉 끌어안았음.
"토니! 어떻게좀 해보게! 우리 아기가..! 토니!"
대답이 없는 토니가 의아해 고개를 돌려봤더니 토니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그리고 품속의 아기도 완전히 사라져버렸음. 그들이 달리던 해변가는 어느새 맨하탄의 도심 속으로 바뀌었어. 수 많은 사람들 가운데 덩그러니 남아버린 스팁은 선 자리에서 안절부절 못하다 이내 사람들을 헤치고 두 사람을 찾기 시작했어. 애타던 부름은 이내 울음으로 바뀌었고 스팁은 또다시 엉엉 울며 꿈에서 깨어났음.
스팁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채를 모두 잃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어. 로키마저도 스팁의 상태를 보고 놀라서 병문안을 오기도 했음.
로키는 처음 스팁의 소식을 듣고는 그저 혀만 ㅉㅉ 차면서 안됐군 하고 말았단 말이지. 미천한 미르가르드 인이지만 안된건 안된거니까. 그러다 토르가 로키에게 부탁을 해. 너의 마법으로 스팁을 조금만 편안하게 해달라고. 내가 왜?ㅎ 하면서 비웃었던 로키는 토르의 끈질긴 설득으로 병문안이나 가보자며 갔어. 마침 스팁은 잠들어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봤을때보다 너무나 안좋아보여. 게다가 자면서도 표정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루말할 수 없이 불쌍해 할 표정으로 자고 있었음. 마음이라도 안정되라며 마법을 걸어주려던 찰나 스팁의 감은 눈에 눈물이 점점 고이더니 볼을 타고 또로록 흘러.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면서 우는걸 보고 로키는 스팁의 눈 위로 손을 덮고 재빨리 마법을 걸어줬음. 스팁은 다시 고른 숨소리를 내며 편하게 잠이 들었어.
스팁은 오래간만에 꿈도 꾸지 않고 하루 종일 편한 잠을 자고 있었음. 로키와 토르가 떠나고 병실이 잠깐 비워진 사이. 칠흙같이 검은 옷을 빼입은 버키가 조용히 병실 안으로 들어왔어. 새벽녘이라 근무하는 간호사도 적어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음. 은은한 조명 아래서 잠든 스팁은 창백하게 질린 채 입을 살짝 벌리고 자고 있었어. 버키는 스팁의 옆에 앉아 한참을 얼굴만 바라봤어. 고른 숨소리와 가끔씩 떨리는 눈꺼풀. 버키는 손을 들어 하얗게 텄지만 도톰한 스팁의 입술을 더듬었어. 곧 입술을 지나 꺼슬해진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푸석해진 금빛 머리카락을 정돈해줬어.
"스티브."
나즈막한 버키의 목소리가 병실을 울렸지만 스팁은 눈을 뜰 줄 몰랐음.
"미안해 스티브. 널 지켜주려던 거였는데. 나 때문에 아이를.. 하지만 네가 이렇게 아파하는걸 보고싶은게 아니었어."
버키는 오늘 하루 울지 못한 스팁을 대신 해 울었어. 눈이 빨개지도록 울고 난 후 몸을 일으켜 스팁의 이마에 나즈막히 키스를 하고는 무언가를 망설이는 듯 했어. 그러다 이내 눈을 꼭 감고는 스팁의 몸을 안아들어 병실 밖을 빠져나갔음.
다음날 스팁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쉴드가 발칵 뒤집어졌어. 정확히는 어벤져스 멤버들이. 토르가 급하게 병실로 날아갔더니 정말 텅 비어있어. 쉴드에서는 서둘러 병원 안의 모든 cctv를 뒤졌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을 찾았지. 버키는 자신의 정체를 숨길 생각을 한건지 못한건지 너무나 대놓고 병실까지의 동선 안 cctv에 찍혀있어. 퓨리는 한숨을 쉬며 전 대원들에게 전했지. 이건 명백한 선전포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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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팁은 오래간만에 푹 잔듯한 느낌에 기분이 좋았어. 꿈도 꾸지 않은 편한 잠. 얼마만에 이렇게 자봤지? 살풋 미소까지 지으며 눈을 떴는데 여기가 어디야; 매일 보던 하얀 병실이 아니야. 눈이 부실만큼 환한 햇살에 창문 바깥엔 푸른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었어. 이게 무슨상황인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때 뒤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어.
"일어났어?"
스팁은 순식간에 몸이 굳어 뻣뻣하게 뒤를 돌아봤어. 의문을 담고있던 얼굴에 점점 경악이 퍼져가자 버키는 어깨를 으쓱하며 들고있던 물잔을 탁자에 내려놓았음.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 나 처음봐?"
스팁은 비틀거리며 일어났지만 다리에 힘이 안들어가 몇번이나 나동그라지면서 버키에게 다가갔어. 버키는 허우적거리는 스팁에게 다가가 부축을 해주고는 옛날처럼 거칠게 어깨를 끌어안았어. 스팁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가늠되지 않는것 같았어.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도 자꾸만 버키를 만지고 쓰다듬으면서 버키의 이름을 되뇌었어.
"버, 버키. 버키..맞아?"
"그래. 나야 스티브. 제임스 뷰캐넌 반스. 네 친구."
"말도 안돼. 버키. 넌 죽었잖아."
"오 이 망할 브루클린 애송이. 날 네 멋대로 죽이지 말아줘. 이렇게 살아있는걸."
스팁은 그제야 울음이 터졌어. 버키는 계속해서 자기를 매만지며 오열하는 스티브를 진정시켰음. 버키의 모습은 스팁의 기억보다 아주 조금 나이가 들어보였어.
"미..안해 버,키 나, 나 때문에"
"괜찮아. 난 살아있어. 울지마."
"버키. 버키."
"쉬.."
스팁의 마른 등을 쓰다듬으며 버키도 조금 눈물지었어. 가엾은 내 친구. 이제는 세상에 나밖에 남지 않은 내 친구. 버키는 다시 한번 스팁을 꼭 지켜줘야겠다고 다짐했음.
*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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