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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헐크에게 ㄱㄱ당한 캡틴 9 2013.07.21

그 사건 이후로 3년이 지난 후에야 캡틴와 헐크는 같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어. 새로운 수트를 입은 캡틴의 곁으로 헐크가 발소리를 내며 다가왔고 캡틴은 헐크를 보며 환하게 웃었지. 토니는 하늘을 날아다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이게 다 누구 덕분인줄 아냐며 잘난체를 했어. 스티브와 배너 둘 다 웃으며 잘난척 하는 토니에게 손가락질을 했지. 하지만 뿌듯한건 사실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골대던 두 사람이 저렇게 나란히 서 있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 


임무는 순조로웠고 빌런도 없는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던 한가로운 토요일. 토니는 배너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이웃 도시로 출장을 갔고 스티브는 얌전히 집에서 토마토를 씻고 있었어. 자비스를 통해 토니에게 회의가 끝났다며 연락이 왔고 두 사람은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었지. 스티브는 토마토를 갈려 했는데 더미의 실수로 믹서기가 고장났다며 투덜대고 있었지. 굉장한 폭발음이 아니었으면 토니가 집에 가면 더미를 부숴버리겠다고 협박할 타이밍이었어. 그 굉음때문에 스티브는 몸이 얼음장처럼 굳어버렸어. 손에 들었던 토마토 바구니가 형편없이 바닥으로 추락했고 토니의 이어마이크 너머로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고함소리가 오갔어. 그 속에 토니의 목소리는 없었지.


"..토니?"


몇번을 불러도 응답이 없었어. 스티브는 크게 눈을 뜬 채 아무런 생각도 말도 할 수가 없었어. 안돼. 안돼.. 안돼


'아.. 스위티? 스윗... 이봐.'


머릿속이 헝클어져가던 때에 토니의 목소리가 들렸어. 폭발에 휘말렸는지 목소리가 좋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살아있는것 같아.


"토니! 어떻게 된건가?!"

'거기 있군. 스티브?'

"괜찮은건가? 내가 그리로 가겠네! 거기 어딘가!"

'스티브. 스티브.. 허니. 나랑 결혼하자.'

"이 상황에 그게 무슨..! 어딘지 당장 말 해!"

'안할거야? 결혼해줘. 나 당신 사랑해. 스티브..'


갑자기 결혼타령을 하는 토니 때문에 스티브의 심장은 밖으로 빠져나올만큼 뛰고 있었어. 너무 불안해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어. 토니는 그 말 이후로 목소리가 다시 끊겨버렸고 스티브는 쉴드로 가기 위해 몸을 틀었다가 바닥에 떨궈 터져버린 토마토를 밟고 잠시 미끄러졌어. 토마토는 징그럽게 터져 알맹이를 줄줄 흘리고 있었지. 


비상이 걸린 쉴드에 캡틴이 도착한건 조금 시간이 지난 후였어. 스티브의 하얀 티셔츠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 물이 들어있어 모두 피로 오인하고 있었어. 상처를 치료해야한다는 의료진들을 떠밀며 퓨리에게 갔지. 퓨리는 스티브에게 아무런 출동 명령도 말도 하지 않았어. 그저 그 곳에 있는 쉴드 요원들에게 헐크를 보조하라는 명령만 하달하고 있을 뿐이었지. 콜슨은 정신없어 보이는 스티브를 이끌고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어. 스티브는 조용히 콜슨을 바라보았는데 이 어지러운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얼굴이었지.


"스타크.. 아니. 아이언맨을 노린 폭탄 테러였어요."

"..."

"곁에 헐크가 있는건 몰랐을 겁니다. 스타크씨는 괜찮아요. 살아있습니다."


스티브는 육안으로도 떨리는 손을 마주잡았어. 차마 울 정신도 없어서 습한 숨만 쉬면서 계속 콜슨을 바라봤어. 콜슨은 그 시선을 맞추다 피하다를 반복하다 다시 조용히 스티브를 데리고 쉴드 밖을 빠져나갔어.


"어디를 먼저 가시겠습니까? 사건현장과 스타크씨가 수송된 병원중에요."

"...현장."


아무래도 토니를 볼 용기가 나질 않았어. 현장을 찾아가보면 토니가 어떻게 당했는지 대충 머릿속으로 보이겠지. 콜슨은 스티브를 흘끗 봤다가 절로 혀를 찼어. 울지도 못한 채 눈가가 새빨개져서는 모포를 두르고 떠는 모습이 아주 자기가 테러를 당한 듯 했음. 전용헬기는 뉴욕을 떠나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고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아 도착했어.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어. 연구소의 센터로 보이는 곳 입구가 음푹 패여 당시 폭발이 얼마나 컸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지. 스티브는 콜슨의 도움으로 현장 안 까지 들어갈 수 있었어. 그 음푹 패인 중에는 누가 빨간 물감으로 페인트칠을 해 놓은냥 피가 흥건한 자국이 하나 있었어. 그 자국 옆에는 누군가가 [Stark]라고 하얀 색으로 글씨를 써놓았음. 스티브는 다리에 꼿꼿하게 힘을 주고 서 있었어. 금방이라도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것만 같았지만 그럴수가 없었어. 토니가 살아있다고 했으니 이런곳에 주저앉아 절망할 필요가 없는거야. 다시 콜슨에게 병원으로 이동해달라 요청을 했고 콜슨은 경찰차의 도움을 받아 스티브를 병원 쪽으로 데리고 갔어. 토니가 들어간 병원은 수 많은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지. 도저히 앞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뒷문으로 들어갔어. 하지만 토니는 큰 수술에 들어가 만날 수가 없었지. 대신 배너를 만났어. 배너는 스티브를 보자마자 다가와 두 손을 꽉 마주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혼자 살아남아 미안합니다 캡틴."

"아닙니다. ..토니는..."

"스타크씨는... 글쎄요. 솔직히 말해서 생존할 가망은.."


스티브는 맥이 탁 풀렸어. 살아있다고 해서 울지도 못하고 버텼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울망거리던 파란 눈에서 눈물이 터져나왔어.


"살릴수 없는 겁니까..?"

"제 소견상으론 불가능 합니다만.. 캡틴을 살렸던것처럼 치료석이라도 있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토르는 아스가르드로 돌아갔어. 그리고 치료석이 있더라도 터져버린 배를 꿰멜 수는 없을거야. 배너는 스티브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어. 그저 크게 다쳤다고만 말할 뿐이었지. 폭탄의 위력은 어마어마해서 스티브가 봤던 것 처럼 바닥에 큰 웜홀을 만들었어. 배너가 곁에 있었지만 토니의 몸을 다 막아주지는 못했고 두 사람은 웜홀 바닥에 크게 부딪쳤지. 배너는 상처를 입어봤자 헐크의 치유력 때문에 금세 회복이 되었지만 토니는 아니었어. 파편조각이 스치고 지나간 복부의 갈라진 틈새로 내장이 쏟아져나왔지. 다리도 어디가 작살났는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어. 토니는 이어마이크 너머로 들려오는 스티브의 목소리를 듣고도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지. 너무 아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토니를 살리기 위한 큰 수술은 오랫동안 끝나지 않았어. 결국 체력이 고갈된 담당의사 대신 배너가 들어갔고 콜슨은 가능한 한 모든 연락망을 통해 토르를 불러보겠다고 약속을 하며 쉴드로 돌아갔어. 안에서 몇번이나 위급한 상황이 지나갈 때 스티브는 1초가 1억년인것 같은 시간을 홀로 감내해야 했어. 불이 꺼진 복도에 멍하게 앉아있던 스티브는 3년전 일을 떠올렸어. 아마 그때에 나도 이렇게 병원에 실려와 오래도록 수술을 받았겠지. 토니는 바깥에서 나처럼 이렇게.. 떨고 있었을까. 내가 살아나길 빌었을까. 그래도 난 살아났지만 토니 너도 살아날 수 있을까.

스티브는 콜슨이 쥐어주고 간, 사고 당시 토니의 음성추출 파일을 재생했어. 


[헤이 스티브. 자꾸 이러기야?]

[그런건 더미에게 시키라고. 아. 더미보단 당신이 더 나으려나?]

[오늘 날씨 좋네. 곧 집으로 갈테니까 준비 해. 데이트나 가자고.]

[스티브. 스티브.. 허니. 나랑 결혼하자.]

[안할거야? 결혼해줘. 나 당신 사랑해. 스티브..]

"나도. 나도 사랑해.. 결혼 해줄테니까 제발 죽지마 토니.."


조용한 복도 한 가운데 울려퍼지는 발랄한 토니의 청혼 속에 들어줄 이는 없지만 울면서 대답했어. 결혼하자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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