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에 해당되는 글 15건

  1. 형배판호 1 2013.07.21

*트위터 썰이라 중구난망

*엠프렉


형배와 판호는 같은 조직 동기이자 같은 방을 썼던 막내들. 같은 방을 쓰며 자주 보게 되니 정이 들고, 그러다보니 배가 맞고 눈이 맞아 열심히 서로 떡을 빚었음. 판호는 형배만 보면 배실배실 웃으면서 아주 기분 좋은 티를 팍팍 내고 다니고, 형배는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판호를 굉장히 좋아하고 있음. 그러다 판호가 임신을 했는데, 처음엔 임신한 줄도 모르고 그냥 컨디션이 좀 안 좋다고만 여겼을 뿐이었음. 몸이 이상해서 내과를 갔더니 의사가 "산부인과 가보세요" 하고 웃으며 얘기를 해 판호는 어안이 벙벙해짐. 방금 전까지도 담배를 뻑뻑 피우고 왔는데. 산부인과 가서 검사를 하니까 어머나 웬일 임신인데 너 5주됐음 님 추카 하는게 아니겠음? 판호는 너무 놀라워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기쁜 일이야. 으아니챠 나에게 드디어 가족이 생기는 것인가! 부모 없이 혼자 크다시피 한 판호는 너무 기뻐서 방방 뛰다가 저 멀리서 형배가 오는 걸 발견. 그 앞에 두다다 달려가 기웃 거림. 형배는 뭐하는 짓이고? 하면서 귀찮다고 가라 하는데 막 히죽 웃고는 배를 쑥 내밀고 알짱댐. 짜증이 나서 니 지금 머하는기냐고 라고 하면서 치워버리려고 했더니 

"아 이 새끼 눈치 참 없네! 내 임신했다! 니 아 가졌다꼬!"
 버럭 승질을 냈는데 못 알아들은 형배는 머? 김판호 짜증이 맥스를 쳐서 형배의 등짝을 후려침.
"야! 귀머거리가! 내 임신 했다꼬! 니 새끼가 여 들어 있다꼬!"
하면서 배를 쑥 내밈. 형배는 매우 당황. 아니 난..결혼도 안한 총각인데..라는 생각도 들지만 판호에게서 자기 애가 생길 줄이야. 형배는 헤벌쭉 웃었음. 판호는 좋아가지고 실실 웃고 다니고, 그 좋아하던 술 담배도 다 끊어버리고 남들 안볼 때 몰래 배를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길 지나가다가 아기용품점이 보이면 곁눈질로 훔쳐보기도 하면서 들떠있었음. 그건 형배도 마찬가지였고.
"행배야. 니는 야가 누구 닮았으면 좋겠나?" 
"딸이면 니 닮고, 아들이면 내 닮아야제."
"빙시야. 딸은 아빠 닮고 아들은 엄마 닮아야 이쁘다캤다."
"지랄마라. 내 말대로 될끼다." 
어느 날 두 사람을 조용히 지켜보던 조직의 작은형님이 형배를 부름. 너랑 판호랑 심상치 않은거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다가 판호가 임신을 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넘어갈 수가 없다고. 이곳에 계속 있을 거면 판호더러 애를 떼라고 하던가 아니면 니가 직접 애를 떼게 만들던가 하라 함. 형배는 눈앞이 캄캄해. 아기를 가지고서 매우 행복해하는 판호를 봤는데 그 앞에 대고 애를 지우라고 하라니. 형배는 한참을 말없이 허공만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함. 형배에겐 거부권이 없음.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그의 무조건 말을 들어야만 함.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기분 안상하게 잘 말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 계속 고민을 하다가 머리가 아파서 소주한잔 하고 있는데 판호가 헤벌레 웃으며 건너편 의자에 앉음. 판호는 마구 들떠서 우리 아기가 딸이면 어쩔거고 아들이면 어쩔거고 주절주절 늘어놓는데 지금 형배는 그게 귀에 하나도 안 들어와. 소주잔은 손에 들고있고 눈은 판호를 보고 있는데 귓속으로는 식당에서 틀어놓은 뉴스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들밖에 안 들어옴. 판호는 형배가 눈에 초점도 없이 멍하게 자기만 바라보니까 이새끼 취했나 싶어서 눈 앞에 손을 휘휘 저어봄. 형배 손에 들린 소주잔을 확 뺏으면서 마! 니 내말 안듣고있제! 하면서 짜증내는데 형배는 다시 잔을 도로 빼앗아 소주반병을 연거푸 따라마심. 핑 하고 취기가 돌고 판호가 슬슬 두개로 보여서 이때다 싶음. 
"행배야. 니 와그라노? 문일 있드노?"
걱정하는 판호를 멀거니 쳐다보다가 입을 뗌. 
"판호야. 니 아 지워야겠다."
"..어?" 
판호는 그저 문만 동그랗게 뜨고 형배를 바라봄. 방금 들은 말이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라면서. 
"아 띠라꼬."
형배가 다시한번 말하니까 그제서야 반문을 할수 있었음. 
"와? 와.. 띠라카는긴데?"
"..."
"야. 와 그라는긴데?"
"작은행님이 알아버렸다. 가서 지우고 오라카시데. 이란데서는 아 못키운다꼬.."
"못키운다는 말이 으뎄는데? 내가 키우면 되는거 아이가?"
"그기 말처럼 쉽나? 늬 새끼도 깡패로 키우지 말라고 그라시는거니까는"
"싫다! 시발.. 시발 니는.. 그런 말 그리 쉽게 하는거 아니다. 그라고 이 안에서 못키우는 거면 내가 나가면 되는거다."
"마! 조직에서 나갈라믄 우찌 나가야 되는지 니 알지 않나? 애 떨어지는건 마찬가지다 시발놈아. 얌전히 가서 띠고 와라."
"아니다! 내는 키울끼다!"
형배가 멱살이라도 잡으려는 사이에 판호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음. 형배는 취기와 흥분으로 현기증이 와서 비틀거리며 판호가 나가버린 밤길을 더듬었지만 찾지 못했음. 반나절이 지났고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판호. 형배는 안되겠다 싶어서 작은형님한테 이런저런 사정을 말씀드리려고 찾아갔는데 문 안쪽에서 판호가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옴. 
"행님 지 정말 잘 할 테니깐예 야는 좀 봐주이소. 야 띠면예 지 으찌 살아야 될지 모르겠어예."
작은형님은 그만하라고 만류했고 판호는 계속 빌었음. 형배는 굳은채로 한참을 듣고 있다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무릎을 꿇고 눈물콧물 범벅이 된 채로 빌고 있는 판호였음. 형배는 작은형님한테 꾸벅 인사를 하고 판호의 머리채를 잡아 쥔 채 그대로 방 밖으로 나옴. 머리채를 잡힌 판호는 별다른 반항도 못하고 끌려 나갔고, 형배는 여전히 머리칼을 쥐어 잡은 채 판호의 뺨을 여러 차례 내려침. 형님 앞에서 무슨 추태냐면서. 형배가 잠시 숨을 고르다 다시 때리려는데 눈을 질끈 감고 있던 판호가 살며시 눈을뜸.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애처롭고 상처받은 눈으로 고개를 들어 형배를 바라봄. 형배는 움찔하며 순간적으로 머리채를 놔버렸고, 판호는 형배한테 맞았다는 것에 놀라 움직이지도 못한 채 부들부들 떨다가 일어나서 건물 밖으로 나가버림. 형배는 차마 잡을 수가 없음. 잡을 면목도 안서고. 애는 판호 혼자 만든것도 아닌데 어째선지 모든 짐은 판호 혼자 짊어지게 만든거 같아서 죄책감도 느낌. 그리고 판호는 그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왔음. 손에 들고있던 종이뭉치를 형배 얼굴에 던지고는 베싯 웃어버림. 
"니 소원대로 띠고왔다. 얼마 안걸리데?"
형배는 경악함. 움직일때마다 술 냄새가 풀풀 풍기고 말할 때마다 혀까지 꼬부라지고 있음.
"니 지금 그 몸을 하고 술 쳐먹은기가?"
"와? 묵으면 안되나? 인제 못묵을 이유도 없는데?"
판호는 웃다가 갑자기 핀이 나가버린 것처럼 바닥으로 무너져내림. 형배는 허둥지둥 판호를 주워들어 방안으로 데려가 눕혔는데 애가 열이 펄펄 끓어. 낙태한데다가 술까지 들이 부었으니 몸이 남아날 리가. 창우는 형배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쩔쩔 매는것을 보고 형님 진정하시라고 달래고는 판호를 병원으로 데려갔음. 

판호는 형배한테 맞고나서 배신감이 들어 펑펑 울면서 병원으로 달려갔음. 임신을 진단했던 의사가 판호의 얼굴을 보더니 무슨 일이 있었냐면서 걱정해. 판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는데, 형배와 서로 아이를 가진 것에 대해 행복해 했던 것과 아기용품을 보면서 즐거워했던 것들, 배를 쓰다듬으면서 요렇게요렇게 예뻐해 줄게 하면서 말을 걸었던 게 머릿속을 싹 스쳐감. 판호는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았지만 애써 목소리를 쥐어짜내 말을 함.
"슨상님. 이 아 좀 지워주이소."
판호의 목소리가 처절하게 갈라졌음. 의사는 그래도 이건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설득하지만 판호는 안된다고 해. 지금 당장 지워 달라 하자 결국 의사는 수술을 감행했고 판호는 몸속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감각이 몸서리쳐서 덜덜 떨고만 있었음. 수술이 끝나고 입원해서 몸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수술비를 지불하고 형배에게 보여줄 진단서 몇 장을 끊고는 그냥 뛰쳐나와. 가다 슈퍼에 들러서 소주를 두병 샀고 으슥한 골목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면서 소주를 목구멍 속에 들이 부었음. 찬 바닥에 앉아서 수술한 몸에 소주를 부었으니 이 지경이 된 거.
형배는 미처 챙기지 못했던 종이뭉치를 창우에게서 건네받아 읽어봤음. 의사가 써놓은 이런저런 꼬부랑글씨는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그게 뭘 뜻하는건지는 대충 알 것 같음. 일종의 뱃속 아이의 성장에 대한 보고서. 그리고 마지막에 적혀있는 임신중절수술 이라는 단어. 형배는 손안에 들린 종이를 잔뜩 구겨 쥐었음. 껄렁하게 다니며 늘 애정에 말라있어 보였던 김판호가 자기를 만나서 행복해하고 아이를 얻어 기뻐하던 것들이 눈앞에 스쳐지나감. 형배는 입에 물고 있는 담배가 너무 써서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림. 눈을 뜬 판호는 열 때문에 정신이 없으면서도 아랫배를 만져봄. 사랑을 주던 아이는 죽었고, 이곳이 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비참해서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함.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형배는 판호를 진정시키면서 달래줌. 
"울면 열 더 오른다. 울지 마라." 
"행배야.. 우리 아 불쌍해서 우야노.." 
"고마 잊어라. 잊는거다 판호야." 
"행배야.. 행배야.."
"미안타.."
 형배는 울다 지쳐 잠이든 판호 옆에서 밤을 꼴딱 새버림. 판호는 일주일간 입원을 했고 그 사이에 형배는 아이에 대한 흔적을 모조리 지워버림. 퇴원한 판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웃고 떠들었지만 형배에게만은 싸늘했음. 형배 얼굴만 보면 헛구역질이 차올라. 명을 내린 건 작은형님인데 어째서인지 형배가 더 미웠음. 형배는 그런 판호를 이해하고 그냥 아무 터치를 안 하기로 했음. 
그 즈음 해서 형배랑 판호는 숙소생활을 끝내고 각자의 집을 얻게 되면서 마주칠 일이 더더욱 없어짐. 그때 즈음 판호와 형배의 윗사람들이던 덕수들이 판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됨. 형배의 아이를 가졌었다니 귀가 쫑긋 서면서 군침이 돌아. 그래서 판호를 불러보기로 함. 

판호는 혼자 지내게 되면서부터 자다가 자꾸 일어나게 됨. 아랫배가 자꾸 긁혀나가는 듯 한 느낌이 들어서. 내장만 차 있는 뱃속에 뭔가가 들어 차 있어서 그걸 누가 긁어내는 것만 같음. 그런 느낌이 들 때면 아랫배가 너무 아파옴. 판호는 울면서 형배 이름을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음. 판호는 몸이 회복되자마자 형배고 뭐고 잊어보려고 몇 번 여자를 샀는데 그때마다 아랫배가 뜯어질듯이 아파오는데다 꿈에서는 죽은 아이가 자꾸만 나와서 결국은 섹스리스가 되어버림. 섹스라는 행위가 임신과 연관이 되어 그 자체에 트라우마가 생겼음. 판호는 이를 득득 갈게 됨. 나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형배 저놈은 너무 태평해 보여. 작은형님 새끼가 지 애를 지우라 했다는데도 한번이라도 판호 편을 들어준 적 없이 때리기만 했음. 판호는 술을 마시면서 떨리는 손을 들어 배를 문지르면서 웃기 시작함. 
"엄마가 니 직인 놈들 다 직여 뿌릴끼다. 우리 아 태어났으면 벌써 돌이 지났을낀데.."
첫 아이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컸던 나머지 아직까지 놓지를 못했음. 그리고 서서히 형배와 작은형님을 쳐낼 궁리를 시작함. 형배는 형배 나름대로 심란했지만 티를 내지 않았을 뿐임. 애를 지우고 나서 지나치게 밝아 보이는 판호가 걱정이 돼. 몸은 괜찮은 건지도 궁금하고 아이는 잃었는지도 궁금하지만 물어볼 염치가 없음. 형배도 판호 못지않게 힘들어. 판호만 보면 열이 펄펄 끓어서 자꾸만 우리 아기 어떡하냐고 되묻던 모습이 생각나. 판호야 니 정말 괘안은기가? 얼굴만 보면 묻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판호가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나 싸늘해서 다가가지도 못함. 밤에 쉬러 집에 돌아가면 조용히 책상 서랍을 열고 그 안에 담겨있는 진단서들을 꺼내봄. 수도 없이 봐서 닳고 달았는데 또 꺼내봐. 자기가 생각해도 청승맞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음. 괴로운 그 일, 그 일을 다 잊은 것 같은 판호 대신 자기라도 기억하고 괴로워해야 판호에게 낙태를 종용한 자신의 죗값을 치루는 것 같아서. 낙태하고 반년이 지난 후, 판호가 동생들이랑 여자를 사러 갔다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얘기를 들었음. 다들 신나게 여자를 안고 나왔는데 판호가 식은땀을 흘리더니 아랫배에 통증을 호소했다고. 형배는 듣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튀어갔음. 어딘가 잘못된 줄 알았지만 검사결과 아무 이상 없었고, 판호는 그저 하얗게 질린 채 누워있었음. 안절부절 못하는 동생들을 보낸 후 혼자서 판호를 돌봤음. 판호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형배야 아가야 하면서 신음했고 형배는 판호가 아직도 잊지 못했는데 그동안 잊은 척 한걸 알아챘음. 너무나 큰 죄책감에 감히 머리한번 쓰다듬어주지도 못하고 한참을 쳐다만 보다가 동이 트기 전에 동생들을 불러놓고 가버렸음. 판호는 형배가 가고서 한참 뒤 눈을 떴음. 눈떠보니 어제 봤던 그 얼굴들이 그대로들 있어서 의아해. 분명 형배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그냥 꿈이겠거니 하면서 묻지도 않고 퇴원을 함. 그리고 나서부터 판호는 난폭해지기 시작했음. 여전히 제 동료들에게는 살갑게 웃었고 형님들에게는 재롱도 부리고 하는데,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야차같이 굴어. 다른 파벌과 싸움이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한 사람만 죽어라 패는 판호를 말리느라 싸움이 중단 된 적도 있었음. 판호에게 맞았던 사람은 결국 병신이 되서 건달 짓도 못하게 되었음. 작은형님이 불러 그간의 행실에 대해 니 와 그렇게 변했냐면서 혼내는데 판호는 조용히 듣고 있다가 느닷없이 소리를 지름. "이게 다 누 때문인데!!!"
작은형님이 놀라서 뚫어져라 저를 바라보니까 판호는 또 영문을 몰라 하며 눈을 깜빡임. 
"와 그래 보십니꺼?;;" 
판호는 순간적으로 자기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는 것도 모르는 듯했음. 작은형님은 저거 미쳤다고, 내가 괜한 짓을 시켰다고 머리를 감싸 쥠. 작은형님도 건달생활을 한지 오래 된 사람. 여태껏 만나온 여자들도 많았고 임신시켜서 낙태하라고 돈 던져준 적도 많았음. 떼기 싫다고 우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럭저럭 살고 있단 말임. 판호도 그네들처럼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같은 경우는 처음 봐. 거의 2년이 가까워오는 이 시점까지 오면서 오히려 상처는 더더욱 커져 애가 맛이 가버렸음. 작은형님은 오히려 판호를 내보낼 궁리를 하기 시작했음. 도저히 이대로 두고 보기가 괴로우니까. 형배는 판호가 작은형님에게 소리를 질렀다는 얘길 전해 듣고 판호를 불렀음. 혹시 낙태의 상처가 곪아 터졌던 건가 싶어서. 근데 소릴 질렀단 걸 전혀 기억해내질 못해. 판호는 작은형님만 보면 속에서 치대는 감정이 있긴 했었음. 저게 원흉이다. 저거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된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불러내서는 너 요즘 왜 그러냐고 혼내. 계속 혼내는걸 듣고만 있다가 갑자기 눈앞이 새하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순간의 기억이 사라져있음. 정신을 차려보니 작은형님은 놀라서 자기를 쳐다봐. 상황은 그게 다 였음. 판호는 눈알을 데록데록 굴리면서 매우 불안해 함. 다른 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몰랐는데 단 둘이, 어느 정도 판호 자기의 상태를 아는 사람 앞에 있으니 이토록 불안해하는구나 싶었음. 불안에 떠는 어깨를 안아주고 싶었는데, 그동안의 차가운 눈빛이 생각나 무서워져서 그냥 말았어. 그리고 형배는 그 일을 후회하게 됐지. 마지막 기회였는데. 

 그즈음 판호는 외부사람들과 접촉하고 있었음. 조직 이 외의 곳에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음. 자기가 힘이 생겨야 복수를 해줄 거 아냐. 판호의 위치는 그 조직에서 딱 중간정도의 위치였고, 형배는 그보다 좀 더 위의 위치였음. 판호도 멀쩡했으면 좀 더 높이 올라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질 못했지. 그리고 작은형님이 판호를 곧 내보낼 생각을 하고 있어서 직급을 올려주질 않음. 판호는 그것 때문에도 이를 갈고 있음. 둘이서 작당을 하고 자기를 폄훼하고 있는 거라고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음. 외부에서의 활동은 자기가 직속으로 데리고 있는 동생들 말고는 조직 내부 사람들 아무도 모르게 진행했음. 형사들에게 조직의 활동을 몰래 찔러 준다던가 검사들에게 가서 아부를 떤다던가. 내 이 경찰 놈들 복수만 끝나면 다 조사버릴거야^^ 하는 마음으로. 형배는 조직 내부에서 누군가 외부에 조직 내 사정을 발설하고 있다는 걸 짐작했음. 그렇지 않으면 조직이 일을 할 때마다 이렇게 경찰이건 다른 조직이건 따라다니지 않을 테니까. 내부에 스파이가 있을 거라 짐작하고 그게 누군지 색출해내는 과정에서 판호가 눈에 띄었음. 형배는 설마 하는 마음이 있어서 판호의 뒤를 밟았지만 잠시 방심하면 금세 놓쳤음. 그리고 다음번 사업 건으로 조직원들이 활동을 할 때, 그때 다시 한 번 판호의 뒤를 밟아보자 생각했음. 그리고 일이 터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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