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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헐크에게 ㄱㄱ당한 캡틴 11 끝 2013.07.21

1940년대는 지금 보다 좀 더 로맨틱했을거란 환상이 있었어. 어린 토니도 그 중의 하나였어서 아버지인 하워드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지. 아버지도 그 시절 낭만적인 사랑을 했었나요?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쓸데없는 소리 말라는 핀잔 뿐이었지. 그래서 토니는 그 시절 사람들의 사랑을 환상속에 묻어둔 채 어른이 되었어. 그리고 지금 그의 옆에는 정말로 40년대 사람이 서 있었고, 그 사람과 함께 웨딩마치를 올리고 있었지. 비록 꿈꿔왔던 그 시절의 사랑처럼 낭만적이지는 아니었지만 토니는 이것만으로도 매우 행복했어.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기분 말야. 


토니는 결혼식 이틀 전 까지 지하의 랩실에 박혀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어. 휠체어에 앉아있는 토니는 움직이지도 않고 꾸무적거리면서 알지 못할 기계 부품을 손보고 있었음. 그게 뭔지 매우 궁금했지만 가서 구경하고 있어도 뭘 만들고 있는지를 도무지 모르겠기에 그냥 방으로 돌아오곤 했어. 뭔가 콰장창 하는 요란한 소리가 많이 났지. 그럴때면 토니의 몸 이곳저곳에 시퍼런 멍이 들기도 했는데 넘어졌냐고 물으면 기계를 작동시키다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그러는거. 도와주겠다고 하면 안된다고 필사적으로 말려서 좀 섭섭하기도 했음.


결혼식 전날, 드디어 마무리 됐다며 큰 소리를 지른 토니는 휠체어를 끌고 스티브에게 달려와 품에 안겼어. 


"대체 뭘 만든건가?"

"당신에게 줄 결혼 선물. 자세한건 비밀이야."


어차피 내일이면 알게 될거라며 스티브를 침대로 몰았어. 무드를 잡을 수도 없어서 그냥 서로 꼭 끌어안는게 다 였지만 스티브도 토니도 내심 아쉬운건 어쩔수 없었어. 그날은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었고 드디어 결혼식 당일. 스티브와 토니는 입구에서 서로 만나 식장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어. 토니의 휠체어를 직접 밀겠다는 이유였지. 그런데 휠체어가 스티브의 앞에 서자 토니는 손을 들어 멈추라는 제스쳐를 했어. 그리고는 발이 없어 뭉툭해진 다리에 손바닥만한 기계를 올려놓고 버튼을 누르자 기계가 다리를 감싸며 점차 모양을 갖춰갔어. 순식간에 사람의 발 모양을 만들어낸 기계 위에 구두를 씌우고는 휠체어에서 몸을 일으켰어. 허리께에 닿던 토니의 눈높이가 다시 예전처럼 높아지자 믿을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어. 토니는 멍해진 스티브의 손을 잡아 꽉 쥐었음.


"놀랐어?"

"어떻게.."

"매일 몸에 멍이 들었던 결과물이지. 걸음 연습하기 힘들었거든. 그럼 들어갈까?"


아직도 멍한 스티브를 잡아끌며 식장의 문을 열었어. 열자마자 시각된 눈부심에 스티브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고 여러 사람들의 환호소리와 카메라 셔터소리들이 정신없이 들려왔어. 토니 스타크의 결혼식엔 각국의 취재진들과 기타 여러 사람들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뤘음. 주례상단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토니는 스티브를 끌며 그곳까지 막힘없이 걸어갔고 스티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사람들의 소리가 워낙 커 스티브는 큰 소리로 토니를 불렀어.


"토니! 분명 조촐하게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난 조촐하게 준비했어! 이 사람들이 무턱대고 찾아온것 뿐이야!"


스티브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동안 두 사람은 주례상단에 도착했어. 그곳에서 토니는 스티브 로저스란 이 청순 글래머를 아내로 맞이할 것을 선언했고 곧 스타크 인더스트리는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을 했어. 자기 인조 발목을 보여주면서 말야. 결혼식이라기보다는 선언식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것 같은 식이 끝났음을 알린 토니는 준비해 온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스티브를 안은 채 작별인사를 하고 날아가버렸어. 목적지는 스타크가 소유의 작은 섬이었고 그곳엔 배너와 나타샤들이 미리 와 있었지. 스티브는 배너가 조심스럽게 내민 손을 잡고 토니의 품에서 떨어졌어. 

스티브는 얼른 떼내려는 배너의 손을 꼭 붙들고는 환하게 웃었어.


"공교롭게도 행복해야 할 결혼식날 날 에스코트 해줄 아버지가 안계시네요. 닥터 배너가 해주겠어요?"


배너는 조금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마주 웃었어.


"물론이죠 스티브."

"자자. 뭐해? 어서 시작하자고! 결혼식 두개 준비하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거기 배너! 우리 스티브 손 쓸데없이 주물럭 거리지 마!"


나타샤와 바튼은 기가 막히다는듯 피식거렸고 스티브와 배너는 마주보며 웃었어. 저 멀리서 퓨리가 빨리 오라고 소리를 질렀고 콜슨은 토르에게 그만좀 먹으라고 타박하고 있었지. 3년전 끔찍한 사고가 있었던 날. 그날 토니와 스티브는 앞으로 자신들의 인생에 이런 행복이 찾아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스티브는 각각 양 손에 토니와 배너의 손을 잡고는 퓨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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