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두번이나 더 뜨고 지는동안의 시간이 지나고 스티브는 겨우 그의 입에 배너의 이름을 올릴 수 있었어. 토니는 스티브와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스티브가 안절부절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달달 떨더니 닥터 배너는 지금 뭘 하고 있느냐고 물었어. 기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떠올리는것 조차 힘겨운지 그만 먹은 점심을 모조리 게워냈음. 토니는 부쩍 말라버린 그의 등을 두들겨주며 안쓰럽게 바라봤어. 점심이고 뭐고 더 이상 먹을 분위기가 되지 않아 데려다 침대에 눕혔는데 신물까지 쏟아내고는 속이 따가운지 눈가가 발개진 채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음. 토니는 가슴께를 쓸어내려주면서 배너의 근황을 생각했어.


닥터 브루스 배너는 아직 쉴드의 구금실에 갖혀있었어. 이제 그만 나와도 좋다 말한게 한참 전인데 스스로가 거부하는거. 배너도 스티브 못지않게 정신적으로 너무나 충격을 받았어. 스티브의 임신진단을 해준게 자신이었는데. 그날. 빌런이 공기중에 무언가를 뿌리더니 스티브가 먼저 쓰러져 수트가 젖을정도로 애///액을 쏟고 있었어. 임산부라 힛싸가 올 수가 없었는데 도대체 뭘 뿌려댔는지 임신한 사람이 힛싸열에 덜덜 떨고 있었더랬지. 겨우 정신을 차렸을때 자신은 홀딱 벗은 채로 토르에게 목덜미가 잡혀있었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스티브의 아래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짓이겨졌다는거야. 믿을수가 없었지. 자신이 알파란 사실을 그때만큼 저주해 본적이 없었어. 충격받은 배너를 케어해줄 이도 없고 너무나 큰 충격에 죽고싶은데, 죽을수도 없으니 구금실에 내내 갖혀있는거지. 


토니는 단 한마디로 소식을 전했어. 배너는 구금실에 갖혀있다. 스티브는 간단하게 요약된 소식을 들으면서도 몸을 잘게 떨었어. 


"닥터 배너가.. 가여워."

"지금 네가 배너 걱정할 때야?"

"하지만 그도 원해서 그런..일을.. 저지른게 아니지 않나.."


말하는 중간중간 헛구역질을 하는 주제에 용케도 할 말은 다 하고는 정말 동정을 느끼는지 빨갛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어. 토니는 거칠어지는 스티브의 호흡을 진정시키며 눈가에 짧게 키스를 해주었음. 착해빠진 연인은 자신을 강////간하고 죽일뻔한 이를 동정하고 있었어. 다른사람 같았으면 상황이 어쨌든 그자를 죽여버릴거라고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을텐데. 성자같은 태도가 매우 맘에 들지 않으면서도 그게 또 스티브 다워서 웃겼어. 뭐가 웃기냐고 흘겨보는데 그게 또 웃겼어. 한참 낄낄대며 웃던 토니는 잔뜩 부은 얼굴을 하고 있는 스티브의 볼에 연신 키스를 퍼부었음. 그만 하라고 할때까지 쉼없는 키스세례가 끝나고 나서는 떨림이 멈춘 몸을 가득 끌어안았어.


"스티브. 나랑 결혼하자."

"...싫어."


스티브의 얼굴은 조금 굳어있었어. 명백한 거절에 그럴줄 알았다는 둥 내가 너무 완벽해서 부담스럽냐는 둥 농담을 하다 품속으로 파고드는 스티브에 말 문이 막혀버렸어. 토니는 스티브의 고른 숨소리에 맞춰 조용히 눈을 깜빡이다 스티브의 어깨 너머로 빨갛게 물을어가는 하늘을 바라봤지. 가을이 되면서 해가 짧아졌어. 점심먹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왜 싫은지 물어봐도 돼?"

"자네도 알지 않나."

"몰라. 말로 해줘."

"..나는.. 아이를 갖지 못할거고.."

"그리고."

"그리고.. 내가 언제까지 잠자리를 거부하게 될지.. 모르겠네."

"또."

"그 증거로 자네는 8개월동안 욕구를 풀지 못했잖나."

"나에 대한건 신경쓰지마. 또."

"또..."

"어서 말해."

"..그 두가지 이유가 가장 크네."

"내겐 전혀 크지 않은 이유야. 난 아이 없어도 돼. 그리고 너와 잠자리 안가져도 돼. 아, 물론 바람핀다는 얘기는 아냐. 나는 그저 아무런 물리적인 욕구 없이 너 하나만 내 곁에 있어주면 되는데. 그래도 안되는건가?"

"....그렇네. 내가 너무..... 미안하네."


스티브가 너무 완고했기 때문에 크게 실망했어. 하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토니 스타크가 아니라고 다짐하면서, 열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동양의 속담을 가슴속에 새겨넣었음. 토니는 끊임없이 청혼을 할거고 스티브 또한 끊임없이 거절을 할거야. 누가 이기나 두고보자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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