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간 소린/드왈린소린 2

from 호빗 2014. 1. 30. 00:40

그럼 그동안 에레보르는 어땠을까. 소린이 사라진 시간동안 에레보르는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였어. 스로르 왕은 거의 정무를 볼 수가 없었어.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하루빨리 내 손자를 찾아달라며 중간계 각지에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걸었지. 시체라도 좋으니 제발 찾아달라고. 그리고 어디에나 그런 할애비의 간절한 마음을 갖고 노는 사악한 무리들이 있게 마련이지. 인간 꼬마를 갈기갈기 찢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만든 다음 안타깝게도 손자께서는 발견했을때 이미 이 상태였다며 억지 눈물을 짜내는 인간도 더러 있었음. 스로르 왕은 갈수록 쇠약해졌어. 마음의 병이 육신까지 갉아먹어 결국 생명까지 앗아가고 말았지. 소린의 아버지인 스라인은 그 다음 왕으로 즉위했어. 가장 아끼는 큰아들이 없는 즉위식은 그야말로 침통했지. 스라인도 마찬가지로 현상금을 걸고 내 목숨처럼 아끼는 큰 아들을 제발 찾아달라 간절히 애원했음. 손자를 잃은 할애비의 마음도 절절하지만 직접 낳고 키운 아비의 마음은 또 어떻겠어. 하지만 스로르가 막판에 거의 정무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스라인은 밀린 정무를 보기 시작했지. 왕비는 밤을 새가며 정무를 보는 남편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어. 저리 강인한 척 해도 자다가 소린의 이름을 부르며 깨어나는 걸 직접 목격을 했으니. 다음날 아침. 왕비는 직접 소린을 찾아나서겠다 일렀어. 스라인 왕은 그런 왕비를 가만히 쳐다보다 싶은 한숨을 내쉬며 몸조심 하라 말했음. 단지 그 말 뿐이었어. 몸 조심 하라. 꼭 찾아오란 말이 아닌 단지. 왕비는 자꾸만 에레보르를 뒤돌아보며 결이 부드러운 모포를 뒤집어 쓰곤 성 밖을 나갔어. 시종 한명과 호위 한명을 데리고. 세 드워프는 척박한 땅을 전전하며 잃어버린 첫째왕자를 찾았어. 하지만 그 드넓은 중간계는 세 드워프만으로는 역부족이지. 왕비는 아들을 찾던 중간에 드왈린을 만났어. 드왈린도 소린을 찾아다니느라 온 중간계를 들쑤시고 다녔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거야. 왕비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그저 제 소임 다하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음.

그 날 스쳐지나간 이 후 드왈린이 왕비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곳은 장례식장 이었지. 그것도 왕비의 장례식. 왕비는 소린을 찾아 20년을 떠돌다 그만 몹쓸 병을 얻고 말았어. 발린의 매가 제게 날아와 왕비의 부고를 알렸고 드왈린은 급히 궁으로 들어갔었지. 모두는 슬픔에 젖어있었어. 부왕께서 떠나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왕비님께서 이런 변고를.. 시녀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왕비의 관을 따라가며 한탄을 했어. 우리 가엾은 왕비님. 우리 가엾은 왕비님이라고. 그 뒤를 굳은 표정의 프레린이 말 없이 따르고 있었고 디스는 퉁퉁부은 눈을 애써 가리며 어머니가 생전 아끼던 팬던트를 두 손에 꼭 쥔 채 행렬을 따랐음. 스라인 왕은 부인이 뭍힌 곳에서 한참을 떠날줄 몰랐어.
사랑하는 아내를 그렇게 잃은 스라인은 그 누구도 소린을 찾으러 나서지 말아달라 부탁했어. 살아 곁에 있는 이들의 안위를 지켜달라 신신당부했지. 하지만 드왈린은 따르지 않았어. 폐하. 저는 건강한 장수입니다. 결코 어떠한 병도 얻지 않을 것이고 죽지도 아니할 것입니다. 부디 보내주소서. 제가 앞으로 모셔야 했을 주군을 잃어버린 벌이라 생각하소서. 스라인은 그래 그러마 하고 드왈린을 보내주었어. 발린도 딱히 막지는 않았음. 드왈린의 고집을 알기에 하나뿐인 동생의 안위만 걱정할 뿐이었지. 드왈린.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기면 내 매를 반드시 불러야 한다. 냇가에 아이를 내놓는마냥 걱정하는 제 형에게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드왈린은 에레보르를 등졌어.


소린이 에레보르에서 사라진지 80년이 지났어. 혹자는 소린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었고 혹자는 그저 추억의 반추로써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릴 뿐이었지. 에레보르의 잃어버린 첫째왕자 소린이라고 아는가 하는 식의.
드왈린은 20여년만에 에레보르를 찾았어. 근무하고 있던 형 발린이 버선발로 뛰쳐나왔고 그 뒤를 이어 디스의 꼬마들이 소리를 지르며 나타났지. 미스터 드왈린! 킬리라는 갈색머리의 꼬마드워프는 펄쩍 뛰어 드왈린의 등에 매달렸고 필리라는 금발머리의 꼬마 드워프는 그의 굵직한 다리에 매달렸음. 왕비의 장례식날 어렸던 녀석들이 어느새 커서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드왈린은 두 꼬마드워프를 매달고 꼴 좋게 에레보르에 입궁을 했어. 에레보르는 여전히 화려했고 여전히 분주했지. 쉴새없이 금들을 퍼나르고 있었고 그 속에서 약간 가느다란 눈을 크게 뜨며 가까이 오는는 큰 드워프가 있었어. 드왈린은 그에게 프레린 전하 라며 깊이 허리를 숙였고 프레린은 반색하며 어색한 칭호 집어치우라며 그를 맞았지. 폐하의 용태는 어떠합니까 전하? 아직 차도가 없어. 아마 곧 장례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스라인 왕은 아내와 아들을 잃은 슬픔이 너무 커 말년에는 거동을 할 수 없을만큼 건강이 나빠졌어. 가까이서 본 스라인 왕은 안색이 너무 좋지 않아 자칫 죽은이처럼 보이기도 했음. 스라인은 드왈린에게 가까이오라 손짓을 하며 잘 돌아왔다, 혹 소린의 소식을 들은것이 있냐 물었어. 드왈린은 순간 프레린의 눈치를 살폈고 역시나 그는 표정이 좋지 못했지. 드왈린은 침을 한번 삼킨 후 소식이 없노라 고했어. 침통한 표정의 노왕은 신음을 흘리며 왕좌에서 몸을 굽혔고 시종들이 얼른 그 몸을 받아들어서 침전으로 모셨지. 왕이 빠져나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던 프레린은 눈만 돌려 드왈린을 쳐다봤어. 정말 아무것도 들은게 없냐 물었고 드왈린은 잠깐의 침묵 후 그렇다고 말했지. 프레린이 소린의 존재를 매우 껄끄러워하기 때문이었어. 사실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한것은 아니야. 그간의 유랑생활중 얻었던 가장 큰 수확은 소린일행을 납치했던 조직을 발견했단 것이었어. 그들을 잡아 심문을 했지만 이미 세월이 오래지나 그 일을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지. 그 시절의 인간들은 너무 늙어서 조직을 떠났거나 이미 죽었거나. 소린이란 드워프를 아느냐 그를 어디로 보냈느냐 목에 핏대가 설 만큼 소리치며 분노했지만 얻을수 있는 가장 큰 실마리는 어느 영주에게 팔려갔단 것이었음. 드왈린은 분노로 그들을 다 죽여버리고 소린이 팔려갔다는 영지로 찾아갔지만 역시나. 이미 세월이 오래 지나 이 마을에 팔려왔다는 어린아이들을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 에레보르 왕명이라며 영주를 닥달했을때도 마찬가지였어. 꼬마를 죽게만든 두번째 영주는 단명했고 지금의 영주는 그의 아들이었어. 두번째 영주는 소린이 미쳐버리자 영지 밖으로 버려버렸으니 그의 아들인 세번째 영주는 그 드워프 아이들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지. 이 소식을 들고 에레보르에 왔을때 스라인은 몸져누웠고 프레린이 대리청정을 시작하고 있을때였음. 프레린에게는 소린에 대한 그 어떠한 얘기도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이 일은 드왈린만 아는 일이 되었음.드왈린은 프레린의 아들 소린왕자의 안위를 물었어. 프레린은 역시나 제 형과 같은 이름인 아들 소린에게도 적개심을 품고 있었음. 소린이란 이름은 스라인이 지어준 이름이었어. 처음엔 제 아들에게 왜 형의 이름을 붙여주느냐 반발했지만 왕좌에 앉은 왕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지. 프레린은 한숨을 쉬며 지금 교육을 받고 있다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어.


다시 벌판으로 돌아온 드왈린은 불쌍한 소린왕자에 대해 생각했어. 두린왕가의 후계자이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해 말라비틀어진 나무처럼 비실거리는 어린 왕자를. 스라인 왕은 자신의 큰아들 소린을 그리며 내려준 이름이었지만 프레린에게 있어서는 그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거든. 프레린은 소린이 너무 싫었어. 너무 싫어서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갖고있을정도로. 소린이 사라지고 온 왕국의 관심은 소린에게 집중되었음. 안그래도 소심하고 섬세한 프레린과는 다르게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소린이 특히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그가 사라지고나자 조막만큼이나마 있던 부모의 관심을 온통 다 빼앗기고 말았음. 어머니는 자신과 디스를 버려둔 채 소린을 찾아나섰고 할아버지는 충격으로 돌아가셨으며 아버지는 언제나 근심어린 얼굴이었지. 그나마 디스는 공주라 부담이 덜 했지만 프레린은 그게 아니었어. 소린이 사라지고 30년이 지나자 그제야 프레린에게 후계자의 자리가 넘어왔어. 후계자가 되어 짝을 만나 혼인을 하고 자식을 낳았지만 자식에 대한것까지 소린의 망령이 파고들었음. 프레린이 조용히 웃으며 차라리 죽었으면 좋을텐데 라고 말 하는걸 들었을때, 발린은 만약 소린이 에레보르에 돌아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을 해보았어. 결과는 보지 않아도 끔찍하겠지. 일부러 드왈린에게는 말하지 않았어. 어차피 소린이 죽었을거라 생각을 했고 하나뿐인 동생이 좌절하는걸 보고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소린은 살아있었고 현재 드왈린이 한번 지나친 곳에서 살고 있었어.


드왈린이 그 자를 처음 보았을때, 그 자는 매우 남루한 차림을 하고 있었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배시시 웃고 있었어. 행색이 지저분하고 천해보였기 때문에 드왈린은 딱히 관심을 갖지 않은 채 그냥 지나쳤어. 하나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면 인간 남성이라기에는 키가 매우 작았던 것 뿐이었음. 그분은 왕자이시고 고귀한 분이라 저런 차림새를 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거야. 그때에 드왈린은 다가오는 두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아버지 푼딘이 거처하고 있는 청색산맥으로 가던 길이었음. 청색산맥에서 가까운 길목에 위치한 달리는조랑말 여관에서 잠시 목을 축이기 위해 들렸음. 
맥주를 마시며 술취해 노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드왈린은 문득 자신을 바라보는 한 회색의 노인을 발견했지. 곧 그 노인은 서서히 드왈린에게 다가왔어. 이 여관에 드워프가 무슨 일이오? 드왈린은 상관하지 말라며 손을 쳐냈지만 그가 정식으로 자기를 소개하자 곧 자세를 고쳐앉았지. 회색의 간달프. 위대한 중간계의 현자였음. 그는 이 거친 드워프가 왜 이런곳을 헤매고 있는지 알고있었지만 직접 입으로 듣고 싶어 이유를 물었지. 드왈린은 어쩔수 없이 답해야만 했어. 내 주군이신 소린을 찾고있다. 이미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 그가 죽었으린란것을 알고있지만 유해이라도 찾고 싶어 이리 떠도는 것이다. 한숨을 쉬며 말하는 드왈린은 그 다음에 이어진 간달프의 말에 눈이 커질수밖에 없었지. 그대가 지나쳐온 마을 중 하나에 소린으로 보이는 이가 있다고.

간달프가 소린을 발견한건 우연한 기회였어. 중간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동안이었으니까. 지금처럼 펍에 가만히 앉아 인간들이 떠드는 소리를 동냥하고 있던 차에 그의 귀를 자극하는 말들이 있었지. 양쪽 귀가 잘린 남창의 이야기. 사내놈 주제에 아무에게나 다리를 벌리는 지저분한 놈. 우리 마을에 그놈이랑 안 자본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짓만 하고 다니느라 먹을 시간도 아까워 키가 자라지 않았다는 둥, 꼴에 사내라고 수염은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모른다는 둥 지저분한 얘기들 뿐이었지만 요상하게 간달프의 귀에 걸렸어. 그 자를 어디서 볼 수 있소? 사내들은 영감님도 끌리냐며 그가 자주 돌아다니는 곳을 알려줬음. 간달프는 그 즉시 펍을 떠나 사내를 보러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보통의 인간보다 한참은 작은 사내가 발을 바삐 놀리며 일을 하고 있었어. 인간보다 작은 키. 덥수룩한 머리숱. 짧고 굵은 손가락 등이 그가 드워프임을 나타내고 있었어. 이 곳의 인간들은 드워프를 본 적이 없어 그저 좀 기형적인 사내로만 알고 있었던거지. 


간달프는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았어. 아마 직감대로라면 저 자가 소문의 소린왕자일 가능성이 있어. 하지만 직접 끼어들기보다는 어서 빨리 에레보르의 드워프들에게 이 소식을 알려야만 했지. 그 곳은 브리의 근처였고 마침 드왈린을 만난 차였어. 소식을 들은 드왈린은 침통한 표정을 지울수가 없었어. 아닐것이다. 그럴리 없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만약 그가 정말 소린이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는거지. 드왈린은 그 즉시 간달프와 인간 마을로 갔어.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소문의 그 사내는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사내들 무리와 걸어가고 있었어. 드왈린은 큰 소리로 그 무리를 불렀고 인간남자들은 그를 데려가려는 것에 항의를 했지. 아랫도리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라며. 드왈린은 도끼로 내려치고 싶은 마음을 애써 타이르며 그들에게 큰 금화를 던져줬고 인간들은 입을 삐죽이며 금화를 들고 사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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