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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창민] 春嬉 - 봄이 왔다/전쟁연작 2 2021.02.01

*너무 옛날에 쓴거라 다소 말이 안되는 설정 포함

 

-속 Beautiful Thing

 

 

 나는 혼자 이곳에 있습니다. 아, 꼭 혼자인 것만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 나는 혼자입니다. 솔직히 사람이 아주 많아도,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아는 사람이 없으면 대게 혼자라고 느끼게 되지 않나요? 내가 그렇습니다.

 

 그 어느 날 터진 폭탄과 함께 형들은 모두 사라지고, 나 혼자 멀뚱히 있습니다. 목이 터져라 형들을 외치며 찾았지만 형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 혼자 두고 어디 간 거야. 아무리 원망해도 형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나는 내성적입니다. 사람들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벌써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반년이란 게 생물학적으로도 물리학적으로도 그다지 짧은 시간은 아닐 테지요. 더욱이 사람이 느끼기에도 짧은 시간은 아닙니다. 확실히 아닙니다.

 

 그런데 나는 왜 혼자일까요. 내가 다가가지 못해서?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아서? 친해지고 싶지 않아서? 셋 다 맞는 말입니다. 나는 남들에게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내성적입니다. 먼저 다가오지 않으면 좀처럼 사람들과 친해지기 힘듭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내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왜? 내가 퉁명스럽게 대해서 그런가요? 아니요. 그건 퉁명스러운 게 아닙니다. 나름 최대한으로 다정하게 대하는 겁니다. 다만 그 표현법을 몰라서 그러는 것뿐입니다. 아니면 내가 연예인이라서? 연예인이면 더 다가오지 않나? 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다지 친해지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죽는 최전방이라 매일매일 사람들이 갈립니다. 어제 보였던 사람이 오늘은 보이지 않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친해져봤자 어차피 죽을 사람들이란 생각만 하게 됩니다.

 

 이렇게 혼자 마음속에서 웅얼거려봤자 아무도 내 말은 들어주지 않습니다. 지금도 나는 혼자 밥을 먹고 있습니다. 아, 저쪽에도 나처럼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사람이 몇몇 있습니다. 새로 충원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그새 친해졌는지 아니면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인지 서로에게 다가가 잡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나는 그저 한숨만 쉽니다. 이놈의 전쟁이나 빨리 끝나버리라지.

 

 밥을 먹는 동안 다른 부대에서 급한 전갈이 왔습니다. 적의 공습으로 인해 남쪽으로 후퇴하고 있는데 좀 도와달라는 전갈입니다. 남은 밥을 급하게 쑤셔 넣고 사람을 죽이러 갑니다. 

 

 도착했을 시에는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나 있었습니다. 이미 그곳은 적진이 되어있었고, 여기저기 아군들의 시체가 즐비하게 깔려있었습니다. 우리는 소수로 움직였습니다. 적진을 살피면서 대충 죽은 아군들의 군번표를 떼었습니다. 그런데, 쓰러져있는 사람들 중에서 익숙한 모습이 보입니다. 누구야. 누구야. 누군데 이렇게 익숙하지? 이건. 이건. 유천형.

 

 그렇게 찾을 때는 나타나지도 않더니 이런 곳에서 이런 식으로 재회하게 되는군요. 역시 사람 일이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유천형은 나처럼 혼자 있었던 건가요? 그래서 이렇게 찬 바닥에 누워있는건가요? 그랬다면 외로웠겠다. 형. 준수형은 이 사실을 아나요? 준수형은 유천형 없으면 죽고 못 사는 사람인데.

 

 그런데 이상하네요. 나는 유천형의 시체를 목전에 두고도 어쩜 이리 냉정한건가요? 어쩜 이리 차가운가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네요. 나는. 이제는 이런 모습이 익숙한 건가요? 사람이 아니게 된 건가요? 내 자신이 무서워집니다.

 

“전군, 철수한다.”

 

 중사님의 말에 모두는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나는 유천형 앞에 계속 서 있기만 했습니다. 묻어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모자랐습니다. 들쳐 업고 갈 수도 없었습니다. 미안하지만 형. 여기서 이별해야겠습니다.

 

“심창민.”

“예, 이병 심창민.”

“뭐하는 거야 자네? 빨리 오지 못해?”

 

 미안해요 형. 정말 미안해. 중사님이 화내셔. 나 갈게요.

 

“...자네. 우나?”

“예?”

 

 다행이다 형. 나는 사람이 맞네요.

 

 

-------------

 

 

 2월입니다. 죽어버린 유천형을 보고 운지도 그새 3개월이 흘렀군요. 다른 형들은 무사 한 걸까요? 윤호형은? 재중형은? 준수형은? 모두 무사한걸까요? 이네들의 안부를 알 새도 없이 말이죠, 참으로 시간은 부질없이 흐릅니다.

 춥습니다. 그래도 50년전의 전쟁에 비하면 기온은 큰 폭으로 상승했기에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추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전쟁은 아직도 끝난다는 소식이 없습니다. 언제까지 계속될런지, 언제까지 이어져 죄 없는 목숨들을 빼앗을런지. 위정자들의 그 위대한 속뜻을 나 같은 범인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여러 부대가 한 자리에 모인 어제, 이곳에서 혁재형을 만났습니다. 혁재형은 안타까울 정도로 초췌해 보였습니다. 얼굴엔 이런저런 흉터가 많았습니다. 형은 내 얼굴을 이리저리 쓸어보면서 농을 던졌습니다.

 

“넌 어쩜 이리 얼굴이 깨끗하냐? 관리해?”

“관리는 무슨. 파편들이 얼굴만 피해가나보지.”

 

 웃기지도 않는 농담에 우리 둘은 실컷 웃었습니다.

 

형은 지금은 혼자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강인형과 희철형, 성민형과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강인형과 성민형은 사라지고, 희철형은 죽었다고 하네요. 이곳에 오기 바로 전날에.

 

“뭐.. 그래도 한방에 갔으니 고통은 없었을 거야.”

“...다행이네.”

“너는?”

“난 글쎄. 석 달 전에 유천이형 죽은 것밖에 못 봤어.”

“..유천이가?”

“...”

“그럼.. 준수는?”

“내가 알고 싶어..”

 

 보고 싶네요, 형들. 뭘 하고 있을까.

 

 채 이틀이 되기도 전에 우리 부대는 남쪽으로 내려가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혁재형은 굉장히 아쉬워했습니다. 왠지 형을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근 1년만에 만난 유일한 아는 사람이었던 혁재형.

 

“건강하고, 잘 가. 밥 잘 먹고. 그리고.. 죽지 마라. 응?”

“알았어. 형도..”

“준수 만나면 안부 좀 전해줘. 꼬붕녀석.. 쫄따구도 없이 잘 지내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응. 꼭 전해줄게..”

 

 그래도 웃으면서 헤어져야겠지요. 재수 없는 말이긴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대면이기에, 서로 웃는 낯으로 기억 되어있는 게 낫겠지요.

 우리 부대가 이동하기 시작하자 먼 곳에서 혁재형이 어깨를 떨면서 울고 있는 게 보입니다. 누군가가 날 위해 울어주는 것도 참 오래간만이군요. 가슴이 아려옵니다.

 

 남쪽은 벌써 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방이 노랗고 빨갛고 파랗습니다. 꽃가루도 날립니다. 알레르기 있는 사람들은 재채기 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예쁜 풍경에 나도 모르게 입고리가 올라갑니다.

 이곳이 어딘지는 자세히 듣지 않아서 모릅니다. 나름 설악산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을 해봅니다. 잠시 쉬라는 말에 대뜸 계곡으로 달려갔습니다. 맑은 날씨에 계곡물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습니다. 저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참 맑은.. 물에... 핏물..?

 

 계곡 위쪽에 적들이 있었습니다. 나처럼 계곡 구경나온 동료의 목을 따들고.

 

 아 씨발.

 

 총을 들고 그 자리에 있는 적들을 쐈습니다. 너무나 당황해서 조준해서 쏘지 못해 제대로 맞추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몇몇은 총알을 맞았는지 쓰러졌습니다. 맑은 계곡물에 핏물이 점점 더 진해집니다. 총알이 떨어진 총을 던져버리고 소대가 있는 곳으로 달렸습니다.

 

 총성을 듣고선 이미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소대원들이 보입니다. 나는 바닥에 떨궈져 있는 총을 아무거나 하나 들고 다시 계곡으로 달렸습니다. 뒤에서 중사님이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 적들과 마주쳤습니다. 쐈습니다. 그냥 무조건 쐈습니다. 퍽퍽하고 피가 튀깁니다. 뒤따라온 소대원들도 나와 같이 총을 쏩니다. 사람들이 총에 맞습니다. 피가 튀깁니다. 뼈가 부서집니다. 팔다리가 나뒹굽니다. 정신이 없습니다. 무섭습니다.

 

 맑았던 하늘에 빨간 노을이 꼈습니다. 맑았던 계곡물은 핏물천지입니다. 사람의 떨어져나간 팔이 계곡의 흐름에 따라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갑니다.

 중사님께 맞았습니다. 지시도 없이 혼자 뛰쳐나가 애꿎은 소대원들만 죽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날 죽인다는 걸 사람들이 애써 말려 지금은 좀 잠잠해졌습니다. 사람들은 맞고서는 축 쳐저있는 내가 측은해 보였는지 달래줬습니다.

 

“다음에는 조심해요.”

“......”

“솔직히 계곡에 간 네놈 잘못 아니냐?”

개중에는 시비 거는 사람도 있습니다.

“네놈만 계곡에 안 갔으면 이번 일 없었어.”

“........”

“중사님 말마따나 애꿎은 소대원들만 죽이고.”

“그건 사과드리겠습니다..”

“사과? 사과한다고 죽은 사람들이 돌아오냐? 동방신기는 사과를 그따위로 해?”

“거기서 동방신기 얘기는 왜 나옵니까?”

“너 말하는 게 웃기잖아! 기집애들이 무대 밑에서 꺅꺅 대주니까 아주 뵈는 게 없냐?!”

 

 결국은 멱살을 잡고 싸워버렸습니다.

 

“잘못은 내가했잖아 새꺄! 형들까지 싸잡아 욕하지 마!”

 

 동방신기는 사과를 그따위로 하냐니. 안그래도.. 유천형은.. 불쌍해 죽겠는데 죽어서까지 욕을 먹어야 하다니요. 나 때문에. 그래. 내가 잘못했어요. 다 내가 잘못했어요. 미안해 유천형. 미안해 형들. 죽어버린 소대원들도 미안해요. 다 내가 잘못했어.

 

 원래 나에 대해 냉랭했던 소대원들이었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는 아무도 나를 쳐다보는 것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인생사, 스쳐가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애써 마음을 달랬습니다. 달래고 달랬지만, 머릿속은 차가워졌지만, 마음은 따라가 주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혁재형이 있던 부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 정말인가요 중사님?”

“그럼 내가 거짓말 하겠나?”

“..진짜예요?”

“이봐.”

“진, 진짜냐구요.. 진짜 전멸이래요? 아무도 살아있지 않대요?”

“심일병.”

“진짜냐구요... 진짜냐구요..”

 

 혁재형의 웃는 모습이 생각납니다. 마지막을 웃는 모습으로 기억하는건 이래서 좋은가봅니다. 하지만 정말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았습니다.

 

 다음날 우리 부대는 작전에 투입되었습니다. 전날 하루종일 울어 늘어져있는 나를 사람들이 끌어냈기에 어거지로 따라갔습니다. 오늘은 정말로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갔습니다. 숲이 울창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숲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적들은 봄에 취해 다들 늘어져 있었습니다. 능선을 타고 올라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진격했습니다. 적들은 우왕좌왕합니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옵니다. 기분좋은 바람냄새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가만히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산들바람에 꽃가루가 무던히도 날립니다. 화약 냄새가 나기도 했지만, 나에겐 꽃냄새가 더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주변에 꽃이 많이 피어있습니다.

 

“1소대!”

 

 중사님의 부름에 깜짝 놀라 달려갔습니다. 급하게 만들어진 참호 안에서 모두 즉각 정조준 자세를 취했습니다. 큰 소음을 내며 총알은 잘도 사람들을 뚫습니다.

 희뿌연 먼지 속에서 뭔가가 팔랑거리면서 이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순간 놀라 총구를 들이댔습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면서 다가온 건. 나비다. 나비. 나비입니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봅니다. 무슨나비지? 호랑나비?

 

왠지 만져보고 싶다.

 

타앙

 

“심창민!”

“심창민씨!”

 

어.

 

“심창민!!”

“미친거 아냐? 왜 갑자기 일어나서 총 맞는 거야?!”

 

 어. 어. 눈이 뜨겁습니다. 눈을 감싸고 있던 손을 풀어보니 피가 흥건히 젖어있습니다. 지금도 턱을 타고 피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머리가 몽롱해집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습니다. 그런데 나비는 어디 갔지?

 

 누군가가 나를 밀쳐서 바닥을 쓰러뜨립니다. 그러고서는 총 맞은 눈을 꾹 누르고 있는 사람은, 저번에 멱살 잡고 싸웠던 사람이로군요. 괜히 몸이 움츠러듭니다.

 

“저.. 저 지금 총맞은건가요?”

“그럼 돌멩이 맞았냐? 입 닥쳐! 지혈하게!”

 

 역시나 좋은 말은 내놓질 않습니다. 급하게 위생병이 달려와 응급처치로 붕대만 감아줬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어디로 빠질 수도 없어 그냥 전투가 종료될 때까지 멍하게 참호 안에 앉아있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주변엔 벌은커녕 새한마리도 없는데 나비라니. 헛것을 봤나 싶지만 정말로 나비였습니다. 얘기해줘봤자 아무도 믿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긴장을 푸니 통증이 극도로 심해집니다. 너무 아파 몸이 떨립니다.

 

 작전은 꼬박 하루를 넘겼습니다. 시야가 뿌옇습니다. 온 몸에 힘도 들어가질 않습니다.

 

“어이. 이봐들. 이거 심창민이좀 먼저 옮겨. 탈진해서 다 죽어가네.”

 

 이제는 통증도 둔하게 느껴집니다. 좀 어물쩡거리던 사람들이 나를 들어 구급차에 실어놓습니다. 오래간만에 산소 호흡기를 껴봅니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양 옆에 있으니 무슨 장의행렬같아서 기분이 묘합니다.

 

“심창민씨. 눈에서 총알 뽑는데 좀 아플꺼에요. 마취 해드릴테니 주무세요.”

 

게다가 좀 오싹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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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취제가 모자랐던 게 틀림없습니다. 부분 마취만 한 게 틀림없다구요. 다친 눈 부위만 아무런 감각이 없습니다. 마취는 또 얼마나 빨리 풀리는지 벌써 시큰거리기 시작하는 게 두렵습니다.

 좀 전에 의사가 다녀갔습니다. 실명이라네요. 총알의 압력으로 인해 안구가 터졌다는군요. 시신경도 손상되어서 평생 한쪽 눈으로밖에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답니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 건 시신경만 손상 된 거라 합니다.

 눈알 없이 눈꺼풀만 있는 건 징그러울 거 같아 죽은 사람 꺼 아무거나 갖다가 이식 좀 해 달라 했습니다. 하필 그날따라 죽은 사람은 도대체 왜. 백내장에 걸려있던겁니까. 차라리 좀 기다렸다가 할껄 그랬나봅니다. 아무리 환자의 요청이라 하더라도 백내장 걸린 사람의 눈을 이식하다니요. 제정신입니까? 망할 돌팔이 같으니라고.

 

 이곳 군 병원엔 제대로 봄이 찾아왔습니다. 전쟁터에서는 보지 못했던 살아있는 것들이 많이 보입니다. 꽃도 있고, 벌도 있고 강아지도 있습니다. 나비도 있습니다. 그때 보았던 것과 똑같은 나비들이 사방팔방 날아다닙니다.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이 나비들. 날 살려준 게 되는군요. 눈알에 총이라도 맞지 않았으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죽어갔을지 모를테니까요. 혹시 수호천사가 아닌가 하는 유치한 생각도 해봅니다.

 퀘퀘한 소독약 냄새만 진동하는 병원 안 보다는 밖이 훨씬 좋네요. 진짜 봄입니다. 봄. 좋아하는데 작년에는 전쟁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누려보질 못했었네요.

 

 유천형도 혁재형도 봄 좋아했었는데. 뭐 거기는 여기보다 더 따뜻하려나요. 나머지 형들도 보고싶네요.

 

 아무래도 이번 봄은 전쟁터보다는 안전한 병원에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즐겁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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