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쇠>
사랑하는 모 님께 커미션 의뢰했습니다. 사랑해요. 님들아 같이보자..
리바이 아커만이 아주 처음 그의 앞에서 바지를 벗었을 때, 엘빈 스미스는 무척 까마득했던 옛날의 기억을 홀로 더듬고 있었다. 그것은 엘빈에게 거의 관성이 된 습관 중 하나였다. 밤은 언제나 혼자고, 혼자면 언제나 빌어먹을 과거를 떠올리는 것. 그 빌어먹을 것들을 늘 더듬어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 것. 엉망진창이 된 속을 그러나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그저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는 것. 아버지와 어머니의 동그란 눈동자. 파괴흔조차 수습할 길 없어 폐허가 된 벽의 동그란 자국. 그리고 엘빈 스미스의 동그랗게 닳은 마음. 리바이 아커만은 그것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오늘도 홀로 하얗게 지샐 그의 밤에 무단으로 침입한 이유엔 엘빈 스미스의 마음같은 건 한톨도 없었다. 리바이 아커만은 오로지 제 커져가는 마음 하나만을 스스로 추스르지 못하고 엘빈의 그 밤을 찢으러 온 것이었다. 리바이 아커만의 그러한 마음도 동그랗다면 동그랬달까. 죽음과도 그렇게 닮았던 사랑이란 이름으로.
사실 엘빈 스미스에게 그 난폭할정도의 강요는 사랑보다는 맹목에 더 가까워보였다. 맹목도 사랑 중 하나라고 한다면 뭐 더 할 말은 없겠지만. 리바이 아커만은 바지와 아랫속옷을 동시에 잡고 아래로 내렸고, 엘빈 스미스는 동그란 눈동자로 드러난 리바이의 맨다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늘씬하고 마른 뼈위에, 단단히 붙은 근육질 지방과는 달리, 푸르게 비춰보이는 혈관은 퍽이나 느슨해보일 지경이었다. 그리고 자상들과, 자상과 별다를 바 없는 입체기동장치의 밧줄자국들. 리바이는 거의 무생물같아 보이는 나의 금발 남자의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아, 그가 무생물한 눈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가 바라보고 있는 내 헐벗은 다리가 무생물같은 건가, 라는 생각에 미쳤다. 그러다 이 상처투성이의 헐벗은 다리와 그 사이 짧은 거웃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는 남성기에 엘빈 스미스가 성욕을 느낄거라 생각한 자신의 단순함에도 기가 차고말았다. 혹자는 보면 유혹이라 하겠지만, 리바이 아커만이 그의 앞에서 다리를 벌린다면 그것은 유혹이 아니라 헌신이 될 것이므로. 리바이 아커만이 이 밤, 순간의 욕구를 참지 못하고 엘빈 스미스의 혼자만의 밤을 영영 찢으러 온 것은 욕구는 순간이었을망정 그 순간이 탄생한 것에는 지고지순한 긴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긴시간동안 리바이는 엘빈에게 충성을 느꼈고 또 그 비슷한 수준의 흠모를 품었다. 짝사랑은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하게 존재해야 할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는데, 그것을 리바이는 언제까지고 견딜 자신이 있었지만, 이 밤의 욕구만큼은 진정되지 않았다. 그러니 욕구를 형체로 띄워 엘빈 스미스에게 보인 것인데, 사실 아까 가랑이사이에 늘어져있는 성기라고 말했지만 리바이의 성기가 그저 늘어져 있지만은 않았고 반쯤 발기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엘빈 스미스의 앞에서 바지를 벗은 것만으로 리바이 아커만은 발기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엘빈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리바이 혼자만의 해면체 반응이다. 그러니 엘빈에게 호소하려면 그의 앞에서 대뜸 바지를 벗을 것이 아니라, 그의 다리사이에 무릎을 꿇고 정중히 그의 바지를 벗겨야 하는 것일테다. 성급했군. 엘빈 스미스의 저 눈동자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리바이는 여전한 무표정으로 순순히 자신의 어지간한 갈급을 인정했다. 내 금발남자가 너무 충동이어서. 아까부터 멋대로 내 금발남자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은 한 번도 리바이 아커만의 남자가 된적이 없는 엘빈 스미스는, 그러니 여전히 별다른 의미가 담겨져 있지 않은 눈동자로 리바이 아커만의 헐벗은 다리-정확히 말하면 반쯤 발기한 성기-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엘빈 스미스는, 뭐랄까, 솔직히 좀 울컥했었다. 이 밤도 언제나처럼 혼자만의 까마득한 밤이 될 거였는데, 갑작스레 방해를 받아서. 리바이 아커만이 자신을 향해 어떤 사랑과 비슷한 뜨거운 감정을 품고있다는 것을 모르긴 어려웠지만, 그것이 제밤을 과감히 방해할정도로 커다란 것인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솔직해지자면, 사실은 이 밤을 방해받은 것에서 화가 났다기보다는 이 밤을 방해해준 그의 존재가 어느정도 위로로 다가온다는 사실때문에 엘빈 스미스의 기분이 더 그랬다. 자신의 나약함을 정면에 마주하는 것은 그다지 기쁜일이 아니었다. 그것이 리바이 아커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또한 더더욱. 하지만 엘빈 스미스는, 갑자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벗은 다리를 접어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다리앞에 무릎을 꿇고 얌전히 고개를 들어올리는 리바이 아커만을 거부하지 않았다. 리바이는 접혀있는 엘빈의 무릎에 고개를 얹고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그 무표정한 얼굴로 속삭였다. "봉사하게 해다오." 그는 사랑이라고도 연모라고도 하지 않았다. 역시 너에게 나란 헌신일 뿐이지. 엘빈은 리바이 아커만의 깜빡이는 속눈썹이 꼭 흩어지는 밤결의 공기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저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무거운 입술을 한 엘빈 스미스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이 밤이기 때문이겠지. 밤에 잠들지 않은 엘빈 스미스는 무거운 공기를 묶어놓은 자루같았다. 리바이 아커만은 제가 받은 허락이 무거운 공기처럼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을 원치않아 또다시 성급해졌다. 그리고 드디어 리바이 아커만은 이 밤에 제가 원했던 것을 얻어냈다. 엘빈 스미스의 육중한 발기와 고요한 흥분과, 절정에서 쏟아지는 체액과.
그것이 두 사람의 정사의 아주 첫날이었다. 그저 헌신이 정사가 될 수 있다면 말이지만.
두번째 정사도 거의 비슷했다.
첫 날의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듯 리바이는 두번째부터는 대뜸 바지부터 벗지 않았다. 엘빈 스미스는 그 태생과 성품만큼이나 정중한 것을 좋아했고, 리바이 아커만은 막되먹었을망정 그가 원하는 태도를 흉내낼 수는 있었다. 그리고 리바이는 기꺼이 그렇게 했다. 침대에 앉아있는 엘빈 스미스의 바지와 아랫속옷을 벗겨내고 그의 전혀 흥분하지 않은 성기를 입에 물었다. 아직 물렁한 채의 살덩이는 입안에서 천천히, 어쩌면 지나칠정도로 천천히 단단해졌고 리바이는 늘 엘빈이 그다지 원하지 않는 일을 기꺼이 감수해주는 동정심같은 걸 느낄 수밖에 없었다. ...뭐, 어떠한가. 동정이면 좀 어떠한가. 비록 늦을지언정 엘빈은 리바이의 입속에서 흥분하고, 그의 흥분맛을 혀끝에 머금은 덕분으로 리바이도 완전히 발기한다. 그의 사정을 유도하며 자신도 정액을 분출한다. 리바이에게 그정도면 충분한 밤이었고, 완벽한 성행위였다. 바지와 속옷은 좀 볼품없어지더라도 그또한 빨래라는 것에 약간의 발품만 팔면 되는 것을. 대신에 리바이는 엘빈의 침대나 그의 옷가지를 더럽히지 않도록 조심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점점 느는군." 엘빈 스미스가 사정직전에 그런 말을 했을 때, 리바이 아커만이 느낀 감정은 뿌듯함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거야 같은 짓을 몇번이나, 몇번이나 하면 실력이 느는 것이야 당연했다. 하면 는다, 는 것은 리바이 아커만의 별 것 없는 수십년의 삶에서 가장 큰 진리 중 하나였다. 리바이 아커만은 뭐든 하면 늘었다. 공부하면 늘었고, 연습하면 늘었고, 말하면 늘었다. 구강성교쯤이야 말 할 것도 없었다. 늘 무는 것이 엘빈 스미스의 것 하나뿐인 것도 그의 실력에 박차를 가하는 요소였다. 한사람만의 반응만을 살피고, 그 반응에만 따라 행동하면 되는 것. 세상에서 이렇게 간단한 것이 어디있을까? 그리고 모든 인간들의 종말을 겨우겨우 붙잡아 억지로 늘리고 있는 것 같은 이 별 것 없는 시대에 그런 존재가 되어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리바이 아커만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제자신또한 결국 그의 무거운 짐 중 하나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리바이 아커만은 엘빈 스미스의 흥분이 기꺼웠다. 엘빈 스미스의 "점점 느는군."이라는 말을 그리하여, 리바이 아커만은 좀 오해한 것이다. 리바이는 그 말속에 깊숙이 박혀있는 엘빈 스미스의 허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뇟속 어딘가가 반짝거리는 감격만을 소리없이 느꼈더랬다. 엘빈의 곁에 있는 이유. 엘빈의 옆에 있을 수 있는 이유. 엘빈의 밤을 공유하는 이 순간. 그 모든 것을 담아 리바이 아커만은 자신의 기술을 한층 더 연마했다. 엘빈이 참지 못하고 허리를 달싹일 때까지, 꽈악 조인 엉덩이 근육이 더욱 바싹 힘이 들어갈 때까지. 입안을 엘빈 스미스의 성기로 가득 채우다 못해 목구멍 깊은 곳까지 부풀려야 할 정도가 될때까지.
엘빈 스미스의 성기는 특히 뭉툭한 귀두부분이 컸고, 그 아래 기둥에서 꿈틀대는 시푸른 혈관은 손으로 더듬었을 때 울룩불룩한 게 느껴질정도로 생생했다. 굵기와 길이는 말할 것도 없었다. 리바이 아커만은 자신이 그의 것을 삼킬 때마다 돋아나는 그의 허벅지 동맥의 선연함을 짜릿해했다. 눈앞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그 푸른 길을 이렇게 계속 지켜볼수만 있다면 목구멍에 귀두가 걸려 죽는 세상에서 제일 꼴사나운 최후마저 기꺼울 것 같았다. 리바이는 입술에 힘을 주고 기둥을 가장 고환에 가까운 곳에서부터 귀두 밖 요도구멍까지 쭈욱 훑어내린 후 이를 세워 기둥 아래쪽 꿈틀대는 혈관을 살짝 긁어내리는 것을 순서로 여겼다. 그렇게하면 엘빈 스미스의 느린 발기는 어찌됐든 풀발기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의 완전발기한 음경은 한꺼번에 입에 담기 어렵고, 리바이 아커만은 그 순간 진심으로 제 목구멍이 평소보다 두 배, 어쩌면 세 배로 부풀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왜 사람은 식도를 단련할 수 없는가. 단련할 수만 있다면, 리바이 아커만은 자신있었다. 그는 하면 느는 사람이니까. 장기를 단련시킬수만 있다면. 인간이 거인이상의 힘을 단련으로 가질수만 있다면. 엘빈 스미스의 미래를 거인으로부터 지킬수만 있다면. 리바이는 흥분하는 엘빈 스미스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조금 흐릿해지는 시야에 억지로 힘을 주곤했다. 눈에 힘을 주면 벌리는 입 속의 압력도 더 높아지는 듯 했다. 그럼 엘빈의 그러한 성기를 더욱 깊숙이 삼킬수도 있었다. 그의 금발 남자는 깊이 삼켜 입술로 꽉 조이는 동시에 혀로 귀두 끝 파인 홈을 콕콕 찌르는 것을 좋아했다. 구멍을 쑤시는 것처럼 작게 만든 혀로 후벼파는 것에는 견딜 수 없다는 듯 액을 쏟아냈다. 그때 일그러지는 미간을, 그의 굵은 눈썹과 눈썹 사이에 그어지는 가느다란 세로 홈을, 리바이 아커만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떨어지는 땀방울도 그러했기에, 가령 엘빈 스미스가 이 생생한 흥분을 절망이라고 여겨도 어쩌면 상관없지 않을까 했다. 리바이는 목구멍 깊은 곳으로, 목젖너머의 어느 캄캄하고 붉은 곳으로 엘빈을 더욱 초대했고, 그럴때마다 숨구멍은 막혀갔다. 타액은 역류하고, 정액은 비강으로 역행한다. 리바이 바커만은 틀어막히는 숨통에 잠시 뇌기능이 멈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지만, 어쨌든 엘빈 스미스가 제 입속에서 절정에 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시금 되살아날 수 있었다. 정액이 콧물처럼 흐르는 날에도 엘빈 스미스는 리바이 아커만을 보고 웃지 않았다. 리바이는 그저 콧속이 조금 매웠다. 목구멍은 지나칠 정도로 뜨거웠고.
리바이 아커만의 제스스로 만지지조차않은, 바지안으로 갇힌 성기가 사정한 것을 그의 바지앞섶의 축축함으로 확인한 엘빈 스미스는, 우선은 절정에 흐트러진 숨부터 고르는 듯 했다. 굵고 딱딱한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지르다, 제 눈두덩을 꾹꾹 누르는 그 거침없는 손길을 보는 게 좋아 리바이는 혀위에 고인 정액을 삼킬생각도 뱉을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머금은 채 넋을 놓곤 했다. 말초신경의 자극에 의한 흥분은 뻔한 것이고, 정신적 흥분으로 중추신경이 오작동을 일으킨 것에 의한 사정은 완전히 신세계였다. 리바이는 이러한 세계도 있다는 걸 엘빈에게 알려줘 그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인가, 아니면 이런 세계의 문을 열어버린 자신을 경멸하는 것을 허할까 고민했고, 리바이의 그 터무니없는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눈을 뜬 엘빈 스미스는 이제 또 완전히,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는 사정하여 흠뻑 젖은 리바이의 앞섶과 한 번 사정 후 고환위로 늘어진 제 큰 음경을 번갈아 쳐다보았고, 리바이도 이끌리듯 그의 시선을 따라 제몸과 그의 몸에 시선을 왕복했다.
"기분좋았나?"
리바이 아커만은 웃는 게 어설펐다. 물론 웃는법을 배웠다면, 잘했을 것이다. 그게 리바이 아커만이니까. 하지만 울고싶은 기분인 것도 아니었던지라. 리바이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엘빈 스미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우울하게 들리는 건 그건 그냥 밤이라서, 밤이라서 그런 것이라 착각하고 싶었다.
"잘됐군."
"넌 어떻지? 엘빈. 난 네 기분을 위해서 일주일에 4일정도를 이러고 있는 것인데."
네가 언제 내 기분따위를 고려했을까. 네가 정말 내 기분을 고려했다면 이런 막무가내 행위를 몇 달동안 반복해오진 않았을 거야. 엘빈은 마음이 순간 뾰족해졌지만 그런 소리를 내뱉지는 않았다. 리바이 아커만은 상처받을 것이고, 그럴지언정 이 밤의 행위를 끝내진 않을 거였다. 엘빈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을지 알고 있었다. 애초에, 거부하지 않고, 매일밤 그를 제방안으로 들이는 것은 다름아닌 엘빈 스미스아닌가.
"기분좋아. 당연하잖아. 누구보다 네가 가장 잘 알텐데. 내가 대체 매일밤 누구의 입안에서 분출하고 있는데."
"...매일밤이 아니라 일주일에 네 번, 많으면 다섯 번 정도야."
"그래. 매일이 아니라 일주일에 네 번, 많으면 다섯 번."
"네가 기분좋지 않으면 의미없는 행위야. 이런 생활, 이런 삶, 쌓이지 않을 리 없잖아. 적당한 분출구는 당연한거다."
"적당한 분출구. 꼭 도구같은 말투로군. 그게 너라는 거지."
"...나 자신을 도구로 비하시킬 생각은 없어."
"그나마 다행이로군."
"......"
엘빈 스미스는 그제야 어떤 따뜻한 계열의 감정을 리바이에게 언뜻 내비쳤다. 리바이 아커만은 제때 입을 다물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 운명도 내 어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아, 네가 거절하지만 않는다면 난 기꺼이 내 금발의 남자를 위해 창기질도 할테니까. ...그런 말까지 내뱉었으면 얼굴로 주먹이 날아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애초에 전제가 틀리다, 리바이 아커만은 제가 원해 그의 것을 무는 것이 아닌가. 그게 어째서 창기질인가. 엘빈 스미스를 희롱하는 짓이지. 봉사라는 이름으로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너를 위해서란 포장으로 사실은 제 사욕을 아귀처럼 채우는 것 아닌가. 리바이 아커만은 목구멍에 들러붙은 정액을 상기하며 입안을 혀로 더듬었다. 맛이 남아있고 향이 남아있고. 문득 바라본 엘빈 스미스는, 지쳐보였다. 절정 직후 허전할 정도의 여운도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상기된 뺨, 흘린 땀, 늘어진 아랫입술을 하고도 어째서 저렇게 외로워보일 수 있는걸까.
"리바이."
"응."
그제야 입가를 닦는 시늉을 하며, 리바이는 재빨리 멀쩡한 척을 했다. 사실은 아랫속옷이 질퍽한 게 찝찝하고, 처음엔 뜨거웠던 액이 식어감에 따라 생기는 그 척척함에 짜증이 났다. 심지어 입안에 고여있는 그의 냄새를 아직 좀 더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엘빈 스미스가 사정후 원래 상태로 돌아갔기 때문에, 리바이 아커만도 최대한 그러한 척을 했다. 그의 살냄새가 나는 거리감이 여전히 리바이의 머리를 지글지글 끓게하고 있었다.
"넌 입만으로 만족하나?"
"...그건 내가 해야 할 질문같은데."
"뭐, 내가 바라면 항문이라도 벌려줄텐가?"
"......"
눈꺼풀은 느리게 깜빡여지고, 입술의 핏기도 가고 있지만, 대답만은 빨랐다. "네가 더럽게 여기지 않는다면. 지저분한 것을 보고있단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하지만 거기보단 입이 나을거다. 항문은 작다. 입이 더 크고, 조임도 내가 조절할 수 있다."
"...! 하..."
엘빈 스미스는 리바이 아커만과의 정사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 처음으로 소리내어 웃었다. 그렇다. 이 밤에, 엘빈 스미스가 웃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하. 작다니. 직접 본적이라도 있는건가."
"글쎄. 어떨 것 같아."
"하하. 이런, 리바이. ...리바이 아커만."
내 말은 내 것을 입에 무는 것만으로 정말 만족하느냐고, 난 널 조금도 만지지 않고 있는데 괜찮은거냐고, 사실은 내가 널 만져주길 바라는 게 아니냐고, 그런 걸 묻는 것이었다고 엘빈 스미스는 느리게 속삭였다. 리바이 아커만은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도 잠겨있는 것은 다 밤의 탓, 밤이라서 그런 것일 뿐이라고 자조했다. 리바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엘빈도 별로 대답을 기대하는 것 같지 않았다. 엘빈은 그저 손을 뻗어 리바이의 목덜미를 감쌌다. 거칠한 감촉이 느껴지는 손바닥이 목을 쓸자, 리바이는 목덜미가 날카로운 금속에 긁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엘빈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는데 리바이는 소름이 돋았고, 엘빈 스미스의 눈동자는 찌그러져 있었다. 그의 동그란 눈동자. 동그란 눈동자가 보고싶어 리바이는 눈을 감지 않았다. 엘빈 스미스가 고개를 숙여 리바이 아커만의 체액에 젖어있는 입술위로 제 입술을 겹쳤다. 리바이 아커만은 그 모든 것에 눈을 감지 않고, 밤을 바라보았더랬다. 엘빈 스미스의 감긴 눈위로 내려앉는 그의 밤을 바라보았더랬다.
그 모든 과거의 나날을 리바이 아커만은 다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잊은 날도 있을 것이다. 아, 잊어버린 날은 리바이 아커만이 어찌할수도 없었다. 도저히 어찌할수도. 매일이 칼날 위에서 춤추는 것 같은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내 금발 남자 하나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겨운지 아는가. 그래서 리바이 아커만은 거인을 죽이고, 대원들을 훈련시키고, 거인을 죽이고, 사람을 죽이고, 대원들과 회의를 하고 거인을 죽이는 그 나날들 사이에서 어쩔수도 없이 몇몇날들을 놓쳐버렸다. 그래도 기억하는 것들이 있어 놓친날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비록 보석같은 나날이었다 할지라도, 리바이 아커만은 여전히 엘빈 스미스의 성기의 모양을, 귀두의 뭉툭함과 음경의 두꺼움과, 허벅지 안쪽의 시푸른 동맥의 지도를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키스. 그 첫키스. 그 첫키스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리바이 아커만은 제 목숨을 미끼로 삼아 남은 동료를 구해내는 엘빈 스미스의 등을 바라보면서 그 날의 키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날의 키스가 없었더라면 부하대원들 모두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직후 몸을 돌려 엘빈 스미스가 있음직한 곳으로 달려 갈 생각도 어쩌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리바이 아커만은 그 날 엘빈 스미스가 해준 키스가 꼭 면죄부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하나있는 그의 목숨이 허공에 흩뿌려질 때, 그를 구해낼 사람이 리바이 아커만이어도 된다는 면죄부. 그의 죽음에서 그를 건져내도 엘빈은 리바이를 저주하지 않을 거라는 어떤 믿음과도 같은 면죄부.
사실은 그것이 면죄부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엘빈 스미스가 해준 키스에는 리바이 아커만이 부여한 의미 중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엘빈 스미스가 사실은 처음부터 그다지- 살고싶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그럼에도 리바이 아커만은 어떤 믿음만은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엘빈 스미스가 리바이 아커만의 남자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리바이 아커만이 오른팔과 왼쪽다리가 없는 엘빈 스미스를 등에 업고 다시 돌아왔을 때, 부하대원들은 그가 업은 엘빈이 이미 시체인줄알고 그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 중 몇몇은 엘빈 스미스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음에도 결국 자신들을 두고 엘빈을 구하러 간 리바이를 향한 희미한 원망을 채 갈무리하지 못하고 흘려버리고야 말았다. 그들의 심정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 아니었고 그 흘려버린 감정이 정말로 아주 찰나이기도 했건만, 어쨌든 그들이 채 숨기지 못하고 흘려버린 그 감정이 리바이 아커만으로 하여금 미련없이 떠나게 해주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거의 붕괴되고 기본 토대만 남아있는 어느 깊숙한 숲 버려진 오두막에, 다른 것은 몰라도 그가 누울 침대하나만은 아주 튼튼하고 예쁘게 만들어, 리바이 아커만은 홀로 엘빈 스미스의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때로 바람이 불때에만 조금 수선스러워지는, 아주 고요한 숲속에서의 느릿한 생활이었다. 엘빈 스미스는 거의 깨어나지조차 않고 있었다. 기절같은 잠의 연속이었다. 한 번씩 깨어나는 것 같다가도 금방 다시 감기는 눈꺼풀을 보며, 리바이 아커만은 언젠가의 그의 동그란 눈동자를 떠올리곤 했다. 지금 저 눈꺼풀속의 눈동자는 어쩌면 또 찌그러져있는지도. 리바이는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는 엘빈의 몸을 닦거나 욕창에 걸리지 않게 그의 몸을 엎거나 뒤치거나 할때마다 피를 흘렸다. 제대로 다물리지 않은 상처에 일을 하느라 힘을 쓰니 또 한 번 피가 쏟아지는 것이다. 리바이는 제상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엘빈의 옷이나 그의 침대를 더럽히는 것만은 경계했다. 그건 그냥 습관이었다. 오래된 습관. 그의 침대를 체액으로 더럽히지 않으려 조심하는. 엘빈은 간간히 눈을 떴고 아주 조금 배고파했으며, 큰소리를 내지 못했다. 때때로 숨조차 멈춘 것 같아 리바이는 괜히 엘빈의 어깨를 더듬었다. 그럴때면 이미 없는 그의 오른팔이 꿈에 나왔다. 그의 왼쪽다리도 꿈에 나왔다. 아침에 잠깐 빨래를 하고 오두막으로 돌아오면 침대시트는 엘빈 스미스가 기절잠결에 흘린 배설물들로 그득했고 리바이는 어느새 모인 파리들을 손으로 휘저으며 빨래 시트를 재빨리 거뒀다. 엘빈 스미스는 제상태를 눈치챈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한 눈동자로, 잠깐 리바이 아커만의 피곤이 침잠한 창백한 얼굴을 쳐다보곤 했다. 그가 무생물처럼 느껴지는,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을 무생물로 만드는 것 같은, 그 눈동자였다.
어느 밤이었다. 아, 이 밤은 왜 그 첫날밤을 닮았나. 둘째날 밤도 닮았고, 열두번째, 스물일곱번째의 밤과도 닮아 있었다. 리바이 아커만의 금발남자가 처음으로 키스해 준 그 날의 밤과도 닮아 있었다. 리바이는 간이 다 서늘했다. 언제부터 허리를 세운 채 저리 앉아있었는지 모를 엘빈 스미스가 오두막의 작은 창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 뒷모습에, 온 몸이 서늘했다.
"...날 왜 살렸지?"
"......"
그제야 너의 목소리가 잠겨있는 것이 밤의 착각이 아님을, 너의 우울감이 밤의 장막으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인정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엘빈의 외면이 리바이의 눈앞을 캄캄하게 만들었다. 상체아래로 아무렇게나 접혀있는 한쪽다리. 텅 빈 오른팔. 엘빈은 원래의 목소리를 영영 잃어버린 사람처럼 말을 내뱉었다. "왜 날 살렸어." 그리하여, 리바이 아커만은 정말이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엘빈 스미스의 그 자살을 향한 영원한 소원을.
리바이의 남자가 리바이에게 해준 모든 것들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아니, 의미가 있었지만, 리바이가 바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엘빈 스미스는, 역시나 단 한 번도 리바이 아커만의 남자였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리바이는 제 감정, 이 마음만은 거짓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비록 그또한 엘빈이 바란 것은 아닐테지만. 그리하여 리바이 아커만은 제 남자가 아닌 엘빈 스미스에게 조금 화가 났다. 그리고 그 화는 한 번도 리바이 아커만의 남자였던적이 없던 엘빈 스미스에게 큰소리를 내지를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왜 널 살렸을 것 같아."
"...네 이기심. 네 우선심."
"그래, 잘 아는군."
"나의 무력, 나의 포기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오로지 네 마음의."
"맞아 바로 그거야!"
리바이는 손을 뻗어 엘빈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오른팔은 없고 공기조차 아주 적게 있는 늘어진 오른팔부분의 옷을 붙잡았다. 리바이는 소리쳤다. 절망어린 기분은 아니었는데, 어째서 목소리는 이다지도 세계의 끝에서부터 올라오는 고통인지 모를 일이다. "너 죽은 줄 알았을 때, 내 두 눈에 비친 세상에서 너만 안보였을 때, 그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알아? 조금은 내 생각 해줘도 되잖아!" 리바이의 목소리에 뚝뚝 떨어지는 어떤 감정을, 엘빈 스미스는 한 번 죽었다 살아나 시체처럼 딱딱해진 몸으로 느꼈고, 내가 정말 살아있었다면 이 흔들림이 이 공기의 스침이 좀 더 선연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했다. 엘빈은 천천히 리바이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붕대투성이의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며 엘빈은 삶을 깨닫는다. "...내 생각도 좀 해주면 어때서.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그래서 엘빈 스미스는, 정말이지 좀 웃고싶었다. 굳어버린 입꼬리가 잘 움직이지 않아 아쉬움을 느낄 정도였다.
어쩌면, 네가 날 웃게해주는 유일한 존재였을까?
리바이. 하지만 나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동안 웃음이란 게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가 않아서.
그게 꼭 필요한 것 같지가 않아서.
그래서 난 너도 그렇게 내팽개치고 만 걸까.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너의 남자가 될 수 없다면, 너에게 그 모든 밤들조차 허락하지 말았어야했나? 아니면 차라리 너의 항문을 엉망진창으로 유린하는 게 더 나았을까. ...네가 나의 위로가 되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엘빈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래.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 아닌걸. 네 머리 한 번 쓸어올리는 것 정도야. 네 상처에 키스 한 번 하는 것 정도야. 엘빈 스미스는 천천히 오른팔을 움직였다. 그리고 한참을 리바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나서야, 제 팔이 이제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눈치챘다. 한 번 죽다 살아나면 이다지도 멍청해지는가보다. 엘빈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이번에는 왼팔을 들어올렸다. 로봇이었다면 삐그덕하는 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둔한 관절과 관절을 겨우 움직여, 리바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딱 한 번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쳐서. 대신에 까만 속눈썹을 타고 툭 떨어지는 눈물 한방울도 훔쳐줄 수 있었다. "아저씨의 눈물은 아름답지 않네." 리바이 아커만은 미간을 찡그렸다. 엘빈 스미스의 얼굴은 언제나, 리바이가 홀렸던 그 엘빈 스미스의 얼굴 그대로였다. "너에게 성적 욕구를 느껴." 엘빈은 움직이지 않는 입술을 움직여가며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는, 어쩌면 엘빈이 영영 잃어버린 목소리의 대가같은 거였지만, 리바이는 꼭 다른 의미처럼 느껴졌다. 어차피 그의 진위는 상관없이 내 멋대로 왜곡하며 받아들이는 평생이지 않았던가. 저 목소리도 꼭 그렇게 생각하리라. 리바이는 홀로 그렇게 생각했다.
"너에게 성적욕구를 느끼지만, 정확히는 너를 향한 욕구인건지 아니면 욕구 그자체인건지 모르겠다."
"...후자일거다. 내가 그랬잖아. 이런 생활이다. 쌓이지 않을 리 없어."
"이런 생활에, 기력이 넘쳐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쪽으로 가뜩이나 모자른 힘을 빼고 싶어하는 걸까."
"글쎄."
"인류보존욕구에서 기인하는건가."
"번식말이야? ...그걸 믿나?"
엘빈 스미스는 느리게나마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의 늦은 발기만큼이나 느린 움직임이었다. "아니."
이 밤, 새벽이 오기 직전, 리바이 아커만은 첫날밤 이후 처음으로 바지를 벗었다. 바지와 아랫속옷을 잡아 한꺼번에 밑으로 내리고, 헐벗은 다리를 움직여 엘빈 스미스의 침대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의 바지를 벗기고 그의 허벅지를 아프지않게 누르며 그의 위에 올라탔다. 엘빈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그 모습을 고스란히 바라보고 있었다. 리바이는 제 타액으로 적신 손가락으로 제 항문을 천천히 풀었다. 엘빈 스미스에게는 비밀이었지만, 사실은 종종 했던 행위였다. 언젠가 그에게 이 작고 볼품없는 항문을 보일날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 리바이가 항문을 탐탁잖게 여기는 것은 자신의 입과 비교해봤을 때 썩 쓸모가 있어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입은 스스로 조절하기가 편했고, 목구멍을 부풀리기 어려워서 그렇지 이미 충분히 적셔있는데다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혀까지 있어 썩 괜찮은 도구, 아니, 부위같았다. 그에비해 항문은, 좁고 좁은데다가 길들이기도 불편하고 원하는대로 좁혔다늘렸다 하기도 어렵고. 하지만 어쩌면, 연습하면 될 것 같기도 했다. 연습하면 느니까, 리바이 아커만은 연습해 느는 것에만은 자신이 있으니까. 그래서 충분히 길들이면, 어쩌면 어느날은 정말로 입보다 더 그를 기분좋게 만드는 부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그리고 오늘이 그 막연히 생각만해왔던 기회의 날이었다. 물론
리바이 아커만은 실패했다. 그가 생각해왔던 모든 엘빈 스미스가 다 틀렸던 것처럼. 엘빈 스미스의 성기는 발기하지 않았다. 그의 평소 느릿한 발기속도같은 게 아니었다. 기능 부전 상태였던 것이다. 요인은 다양할 것이다, 망가진 육체, 망가진 정신. 어쩌면 그 상대가 리바이 아커만이기때문일지도. 하지만 리바이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으로는 이렇게 작은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팽대해진 성기와 비교했을 때의 말이었지만. 그런데 사실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견뢰도였다. 발기하지않은 성기는 물렁하여 전혀 힘이 없었고, 그래서 항문으로 우겨넣으려야 넣을 수가 없었다. 억지로라도 밀어넣어버릴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건만, 그러면 살덩이가 이상하게 접혀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어 버리리라. (아직 엘빈 스미스의 감각이 살아있다면 말이다.) 리바이는 실패를 아쉬워했다. 그의 위로 올라탄 것이 허망하고 면구했다. 엘빈 스미스는 그의 면구를 이해했지만 어떤 위로를 해줄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리바이는 한숨과 함께 스러지듯 엘빈의 옆으로 내려앉았다. 엘빈의 피식거림이 새벽동을 타고 방안 가득 퍼졌다. 그러니까, 오늘은 첫날이었다. 엘빈 스미스와 리바이 아커만이 같이 맞는 첫 새벽날.
어쩌면, 아니 역시, 엘빈 스미스는 리바이 아커만보다 먼저 죽음에 이르리라.
리바이 아커만을 두고 죽으리라.
리바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너는 그 날의 키스처럼 날 의미없는 곳에 두고 홀로 떠나갈거야. 리바이는 조금 그가 미워졌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괴롭기도 했다. 하지만 리바이의 얼굴은 결국 무표정으로 딱딱해졌고, 엘빈은 절망어린 리바이가 약간, 아주 약간은 사랑스러워졌다. 너의 슬픔이 이렇게 기꺼운 것보니, 어쩌면 난 널 좀 괴롭히고 싶었던건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이렇게 잔인한 부분이 있었던가? 리바이, 네가 또 계속 힘들어지는 게 내가 너에게 가지는 유일한 바람이야. 엘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리바이 아커만의 입술이 경직된 입술위에 내려앉았다. 아, 이런. 눈을 감지 말 것을 그랬다.
- done
'진격의 거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케 뼈테로 (0) | 2020.12.19 |
---|---|
엘빈 장례식장에 혼자뿐인 리바이 (0) | 2020.12.19 |
조사병단 홍보 음식 씨엪 (0) | 2020.12.19 |
스미스 2세 (0) | 2020.12.19 |
엘빈의 셔츠에서 더이상 엘빈의 냄새가 나지 않아 울어버리는 리바이.. (0) | 2020.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