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from Marvel 2023. 9. 27. 23:26

 스티브는 오늘도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추워 토니.

 온도를 좀 더 올려줄게.

 싫어 나 옷 입고 싶어.

 하지만 당신에게 맞는 옷이 없는걸.

 거짓말이다. 만들면 얼마든지 만들수 있는게 옷이란 물건이건만. 토니는 조용히 프라이데이에게 지시해 스티브의 나신을 촬영하라 이른다. 임신을 해 부푼 배와 가슴. 안그래도 큰 가슴은 젖이 차올라 탄력을 잃고 쳐지고 말았다.

 나, 앉을때마다 엉덩이가 차가워. 따뜻한거 입고싶어.

 모든 물건을 극세사로 바꿔줄게.

 그러면 따뜻해?

 물론이지.

 거짓말. 토니는 거짓말쟁이야. 내 뱃속에 아기가 생기면서 거짓말만 하고 있어.

 오 그럴리가. 난 당신에게만은 진실해. 당신의 몸이 좋은걸. 나와의 사이에 생긴 아이, 그리고 그걸 품은 당신의 몸. 전부 사랑해. 그래서 항상 내 눈으로 보고싶어.

 언젠가부터 배 위로 보이기 시작한 아이의 움직임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스티브의 몸. 토니는 그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벗으라 종용했다. 사랑이다. 사랑한다. 사랑했다. 사랑할 것이다. 너의 모든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스티브는 작은 생명을 감당하지 못했다. 힘들어. 토니. 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빽빽대며 우는 작은 핏덩이를 품에 안은 채 울고 있었다.

 그런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 당신에겐 무리야.

 하지만.

 스티브. 맡기자. 당신은 할 수 없어.

 응.

무기력을 주입시켰다. 당신은 할 수 없어. 못해. 하지 마. 다른 이들이 해줄거야. 넌 나의 사랑만 받으면 돼. 그들이 헤어지게 된 일을 항간에선 시빌 워라 불렀다. 남북전쟁이라. 그만큼 이념에 대한 차이가 컸기에 스티브는 떠나갔다. 말도 안돼. 그깟 일로 나를 등지고 떠나다니. 이 토니 스타크를. 당신이 얼마나 사랑 하는 나를. 배신과 모욕감에 치를 떨며 연락을 기다렸다. 겨우 작은 폴더 핸드폰과 구식 손편지. 그것이 토니를 떠나간 이의 사과였다. 편지를 손 안에 우그려뜨리고 와칸다로 향했다. 그리고 겨우 스티브를 얻었다. 지능이 한참 떨어지게 된. 만족스러웠다. 다른 생각을 못하게 되었으니. 이젠 다시 날 떠나갈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아이를 갖게 만들고 무기력을 주입시켰다. 넌 아무것도 하지 마. 내가 다 해줄게.

'Mar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거 보고싶다고  (0) 2024.06.24
예전에 꾼 꿈  (0) 2023.12.06
의심  (0) 2023.09.27
야생에서의 재회  (0) 2023.09.27
간만에 꾼 꿈  (0) 2023.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