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하트의 사정(?)

from 킹스맨 2015. 3. 23. 18:26

*킹스맨, 싱글맨 크로스오버 주의


바람이 차게 얼굴을 스쳤다. 문을 열어놓았던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이내 곧 깨닫고 만다. 조지는 막 테라스에서 실내로 들어오던 참이었다. 그의 발 하나는 실내에 걸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아직 테라스에 남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연인 짐에게 가 있었고 짐은 조지의 눈 앞에 불안하게 서 있었다. 불안한 시선이 조지의 눈 앞에서 흐트러졌다.

행복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병증이 돋아났다. 짐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모든것을 알고 싶어했다. 일순 짐은 조지의 눈 앞에 사진을 한장씩 버려두고 있었다.


"나는 지난 17년간 당신을 다 알아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젠 다 거짓이란걸 알앗죠. 어느게 진짜 당신인가요? 조지 팔코너? 빌 헤이든? 아니면, 벤 루카스?"

"난 조지야, 짐."

"그럼 이 사진들은 다 뭐죠? 쌍둥이 일리는 없잖아요? 조지? 도플갱어? 말도 안돼요. 당신은 뭐죠? 낯설어요. 지난 세월동안의 사랑이 다 거짓인것만 같아요."

"내 사랑은 한순간도 거짓인 적이 없어."


짐은 이내 웃으며 쇼파에 앉았다. 넋이 나간듯한 모습에 조지는 서둘러 그의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오래도록 짐은 말 없이 조지만을 바라보았고, 조지는 짐의 손에 수없이 입을 맞췄다. 내 사랑. 나는 당신이 없으면 못살아. 진짜 당신을 알려줘요. 


"..해리 하트."

"해리 하트. 해리..멋진 이름이예요, Old man."


중얼거리듯 이름을 읊조리는 그의 목에 암네시아를 주사하고 쇼파에 몸을 길게 뉘였다. 해리 하트.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보여 순간 주저할 뻔 했다. 짐은 이제 이 일을 잊을 테지. 그의 기억을 지운것이 이걸로 세번째 였다. 어디서 흘린걸까. 완벽하게 조지 팔코너로 살고 있었는데 어디서 힌트를 흘려 어린 연인이 자꾸 줍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해는 아직 오후를 넘지 않아 밝았다. 해리는 아직 열려있는 테라스의 문을 닫고 천천히 냉장고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중 반쯤 열려있는 문 틈에 시선을 던졌다. 이대로라면 그는 또다시 해리의 흔적을 쫓을 것이고 또다시 기억을 삭제당한 채 행복에만 잠식되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 것이었다. 이대로는 아니었다. 그를 위해서도 해리 자신을 위해서도.


-오래간만이군요 갤러해드.

"영국으로 돌아가고 싶군. 준비를 해주게, 멀린."

-그곳에서의 생활이 맘에 들지 않으신가요?

"그래. 말하지만 너무 완벽해서, 찰나에 불어닥칠 불행에 겁먹어 떨고 있지.

-알겠습니다. 처리해드리죠. 조만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교통사고.. 가 좋겠군"

-교통사고요. 알겠습니다. 잘 마무리짓고 오십시오, 갤러해드.

"고맙네."


해리가 영국으로 떠나기 전, 짐은 잠시 부모님댁에 다녀온다며 강아지를 두마리 데리고 갔고 해리는 그 길로 영국에 돌아갔다. 그리고 해리의 위장 사망 소식을 전한 직 후 짐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같이 데려갔던 강아지 두마리 중 암컷 한마리는 사라졌으며 해리는 그의 장례식에도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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