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시해리

from 킹스맨 2015. 3. 19. 18:30

가느다랗게 곡선을 이루던 선이 평행을 유지하게 되면서 에그시의 세계는 무너지고 말았다. 많이 아끼셨나봅니다. 보통 마지막에 의식을 되찾는 분들이 없어요. 의사가 해주는 위로의 말이란 것이, 방금 떨어져내린 바삭한 잎사귀를 밟고 난 이후의 품평과 다를게 뭔가, 하고 에그시는 느꼈다.

해리와 사랑했던 순간은 고작 2년이었으며 그 중 마지막은 병실에서 다 소비해 버렸다. 에그시의 인생에서 가장 밝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되돌려 추억해도 항상 행복했다 느꼈던 시간. 해리가 아파하며 몸을 비틀었어도 그 시간마저 그와 함께여서 행복했다는 시간.


그가 에그시를 만나기 전에 짐이라는 젊은 연인을 교통사고로 보내고 심하게 앓았던 적이 있었다. 이제와 행복해 지려는 그에게 그때의 병이 다시 도졌노라 이야기를 전했을 때, 해리는 왜 하필 지금이냐며 차분히 탄식을 했다 한다. 

에그시는 근 몇달 새 살이 내려 뼈만 보이는 해리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의식을 차리지 못한 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던 해리는 에그시의 울음섞인 부름에 천천히 눈을 떠 자신의 어린 연인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곳에 모인 모두는 해리가 팔을 움직여 에그시의 얼굴을 쓰다듬는걸 보았다. 눈물을 닦아주려는 듯 서툴게 손을 놀리다 에그시, 이름을 부르고는 그대로 몸에 힘을 풀었다. 눈도 감지 못한 그는 마지막에 뭘 보았을까. 부디 제가 몸부림치며 우는 모습은 아니었길 바래요. 짐이었어도 좋아. 그의 환상이 웃고 있었어도 좋으니 좋은것만 보고 갔으면 좋겠어요. 에그시는 관에 누워있는 해리에게 울며 마지막 키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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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래간만이죠. 장기 임무였어요. 무사히 돌아왔는데.. 도착해서 당했네요. 아 이렇게 갤러해드의 천하가 끝나는건가. 어때 록시?"

-이젠 아서라고 불러줄 때도 됐잖아.

"그래 아서. 그렇게 불러줄 때가 됐지. 마지막이니까."

-웃기지 마. 사람을 보내줄 테니까 치료받아.

"아냐. 보내지 마. 난.. 난 지금 이대로가 좋아."

-갤러해드.

"이름으로 불러줘."

-에그시.

"응. 고마웠어 록시.."

-..갤러해드를 위하여.


비까지 내려 더욱 내려가는 체온에 몸이 잘게 떨렸다. 에그시는 안경을 벗어 발치에 두고는 빗물에 손을 씻고 애달프게 해리의 비석을 쓰다듬었다.


"해리와 사랑했던 2년을 기억하며 30년을 살았어요. 이제 난 당신과 동갑이 된 채로 마지막을 보내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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