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와 보푸르를 쫒고있던 정부의 끄나풀 중 한 무리가 그들을 포획했어. 그 무리 두목의 이름은 아조그. 천성이 고약하고 비열했는데, 이번 사건에 보푸르가 연관되었다는걸 알자 매우 흥미를 가지며 직접 이 일에 뛰어들었어. 스란두일이 고용한 경비업체의 직원들도 죽인 놈들이 이놈들이야. 되도록이면 살인은 하지 말라 일렀지만 아조그가 그걸 지킬리가 없었어. 최종적으로 두 사람을 잡았을때, 보푸르가 아조그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하며 소리를 질렀어. 네놈이 왜 여기 있느냐며 목에 핏발을 세웠어. 묶여서 꿇려있는 주제에, 겁에 질려 떠는 금발의 꼬마에게 질질 기어가 그 앞을 막았어. 이녀석은 아무런 죄가 없다며 이를 부드득 갈았음. 아조그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어. "왜 그녀석을 감싸는거야? 소중한 존재라도 돼?" 보푸르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어. 필리만큼은 그냥, 그냥 지켜주고 싶었어.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 단지 오래전에 죽은 친구 오인을 지켜주지 못한 속죄였을 뿐이었어. 왜 하필 그 대상이 필리였는지는 몰라. 그저 목적을 향한 순수가 닮았었을지도. 오인은 자신은 오메가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보푸르 너의 어머니도 곧 베타가 되어 새 삶을 찾을수 있을거라고 웃었을 뿐이었어. 그 점잖고 착하던 친구가 자신이 맡은 사건 현장 아래에 처참하게 누워있던 모습이 생각났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에 그 친구는 고깃덩이가 되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어. 그리고 그 건너편에는 아조그가 웃으며 서 있었지. 그리고 지금 보푸르는 친구를 죽인 녀석과 재회를 했어. 보푸르는 복수심과 분노가 벼려진 눈으로 그를 쏘아봤는데, 아조그의 사나운 눈은 보푸르를 지나 필리를 향해 있었어. "알파인 네녀석이 그렇게 목을 메는걸로 봐서는 본딩 오메가라도 되나? 아닌데. 그녀석은 베타라고 알고있는데." "베타 맞아." "그래? 베타인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보면 알겠지." 필리의 옷을 벗기려는 놈들을 저지하려다 물어뜯고 개싸움이 되었다가 곧 일방적인 린치로 바뀌었어. 필리는 겁을 먹어서 하지 말라는 소리도 못한 채 울면서 보푸르가 맞는걸 볼 수 밖에 없었어.


킬리는 그 시간에도 레골라스와 함께 있었어. 평소와 다른점이 있다면 할아버지의 간병을 하고 있다는 거였지. 혼자서라면 꽤 힘들었을테지만 둘이서 하니 조금은 재밌기도 했어. 스라인은 레골라스의 노란 머리가 맘에 들지 않는 듯 레골라스만 보면 궁시렁대며 등을 돌렸어. 그때에, 누군가가 그들이 있는 병실로 들어왔어. 레골라스가 막아서며 누구냐 물었는데 그들은 레골라스가 누군지 모르니 스란두일이 지시한 일이라며 킬리를 데려가려는거야. 킬리는 스란두일의 지시라는 소리를 듣고 게거품을 물면서 그자식이 왜 이런짓을 시키는거냐며 방방 뛰었어. 레골라스는 자기가 그의 아들이라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킬리의 반응을 보니 도저히 말 할 수가 없는거야. 그래서 킬리를 데려가려면 나도 데려가야한다고 억지를 썼어.


소린은 조카들이 걱정되서 이동하는 내내 불안에 떨었어.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필리가 왜. 킬리는 또 왜. 스란두일은 나에게 왜.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처음 보는 외진 숲속이야. 어디냐고 물었더니 머크우드 가문의 오래된 별장이라는 소리를 들었지. 별장이라는것 치고는 매우 작은 집 한채였을 뿐이었지만. 고용인은 이곳에서 기다리면 고용주께서 올 거라 말했어. 언제 올지는 정확히 모르니 안으로 들어가 있으라고. 핸드폰같은 통신기기는 도청이나 추적의 위험이 있어서 가지고 있지 못했어. 소린은 그 별장에서 꼼짝없이 혼자 있어야만 했지. 자그마한 집은 오래됐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손때가 많이 타 있었어. 낡은 경칩을 울리며 집 안으로 들어가자 꽤 싸늘한 공기가 느껴졌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벽난로도 때우지 못하고 오돌오돌 떨다가 집을 둘러봤어. 방이 두개가 있었는데 그중 큰 방에 들어가니 서랍장 위에 사진들이 빼곡히 놓여있었어. 금발의 남자아이가 부모님 품에 안겨있었는데 이 전 사진에서 둘이던 부모는 다음 사진에선 한 사람만 남아있었고 금발의 꼬마는 점점 커갔지. 그 꼬마는 지금이나 어릴때나 모습이 똑같았어. 그리고 그 옆에는 꽤 최근인 듯 한, 스란두일과 그를 닮은 또다른 남자아이가 있었어. 이 아이는 누구지. 그 사진에 손을 뻗었다가 이내 다시 거뒀어. 누구지 누구지 하면서 자꾸만 되묻는 머릿속과는 달리 가슴은 이미 이게 누군지 알고 있었어. "아들?" 아들이라기엔 너무 나이가 많은데. 친척아이인가. 혹시 이 전에 나 말고도 다른 오메가에게서 이 아이를.. 거기까지 생각한 소린은 소스라치게 놀랐어. 이미 소린은 자신을 온전히 오메가라 여길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상대방을 질투하고 있었어. 나 이전에 본딩을 맺었던 다른 오메가가 있었던 건가. 얼마 되지 않아 죽지는 않았을텐데. 아니. 상대방이 오메가일거라는 법은 없는데. 혹시 그 상대방이 여자라면. 소린은 자괴감을 느꼈어. 불과 2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스스로 알파라는것에 굉장한 자긍심을 갖고 있었고 여자나 오메가라는 것은 원할때 취하면 되는 존재들이었는데. 이제 자기는 본딩 알파의 옛 사람에게 질투따위나 느끼는 오메가에 불과하게 되어버렸어. 어째서인지 사진 안에서 웃고있는 스란두일과 남자아이가 너무나 미워서 그 사진을 덮어버렸어. 만약 날 이리로 보낸것이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함이었다면. 본딩을 숨기기 위함이었다면.. 조카들이 위험하다는것도, 내가 위험하다는것도 다 거짓이라면. 하지만 떠나오기 직전 바라봤던 그의 눈은 거짓을 말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어. 부어서 빨간 볼에 닿았던 입술의 감촉을 생각하면서 침대로 가 앉았어. 아직 정신이 혼란스러웠기에 스스로의 의견은 믿지 않기로 했어. 그저 조용히 기다려보자. 소린은 스란두일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얌전히 눈을 감았어. 


보푸르는 거의 떡이 될 정도로 맞았고 필리는 울다 지쳐서 벽에 기대 늘어져 있었어. 보푸르는 하도 맞아서 폐라도 터졌는지 숨쉬는 소리가 사람 숨소리같지가 않았어. 필리는 다가갈 수도 없고 그냥 벽에 기대서 딸꾹질만 해대고 있었음. 아조그가 웃으며 필리에게 다가가려 하자 보푸르가 바르작거리며 기어와서는 아조그의 다리를 물었어. 그대로 얼굴을 차버렸지. 깨진 어금니가 보푸르의 몸과 함께 굴렀어. 필리는 그만하라고 소리를 질렀고 아조그의 시선이 필리에게 닿았어. "그만 해!!" 피를 끓는 보푸르의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고 곧 이어 숨넘어가듯 헐떡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어. 아조그는 눈썹을 한번 씰룩이며 다시 보푸르를 발로 찼고, 흥이 깨졌는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어. "너무나 애절해서 숨이 막힐거같아. 응? 어떻게 생각해? 반시체씨." 실핏줄이 터진 눈이 아조그를 쏘아보다 이내 빛을 잃었어. "뭐야. 죽었어?" 아조그는 축 늘어진 보푸르의 몸을 집어들어 이리저리 흔들다 필리의 앞에 던졌어. 그냥 힘없이 털썩 쓰러지는게 정말로 시체같아서 너무 무서웠어. 이제는 필리도 보푸르도 달아날 수가 없게 되어 묶어놓을 필요가 없으니 손목의 끈을 풀러줬어. 필리는 피범벅이 된 보푸르를 끌어안았고 그대로 끌려가 어딘가의 창고에 갖혔어. 


킬리와 얼결에 함께하게 된 레골라스는 검은색에 선팅이 잔뜩 된 고급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어. 위치추적과 도청때문에 갖고있는 기기를 다 시설에 버려두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그냥 강제로 태워져서 가고있는거였음. 한참을 가던 때 레골라스는 굉장히 익숙한 느낌을 받았어.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까지 자주 들렀던 길이었어. 최근에는 아버지가 별장이랍시고 가꾸고 있다는 소리를 듣긴 했어. 그래서인지 예전보다는 도로가 좀 평탄해진듯한 느낌이었음. 별장으로 숨기려고 하나보다 싶어 그냥 멀뚱히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어. 킬리는 와중에 매우 겁먹었나봐. 무릎에 올려놓은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어. 그 떠는 손을 꼭 잡아주었어. 이윽고 아담하고 작은 집이 보였고 차에서 내렸어. 무서운 분위기의 사람들은 고용주께서 오실것이니 이곳에서 기다리라 말 하고는 킬리와 레골라스를 그곳에 버려두고 훙 가버렸어. "여기가 어디야..?" 을씨년스러운 느낌에 킬리는 더더욱 움츠러들었고 레골라스는 괜찮다면서 위험한데 들어가자며 킬리를 집안으로 이끌었어. 그리고 두 사람은 큰 방 침대에 얌전히 잠들어있는 소린을 보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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