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의 어두운 조명속에서 스란두일은 점점 어두워지는 소린의 얼굴이 생각났어. 몸의 감도는 좋아졌지만 낯빛은 갈수록 좋지 않았어. 까무룩 기절했던 날엔 그 밤중에 급하게 주치의까지 불렀음. 원인은 뻔하지. 과도한 과로와 스트레스. 이대로 가다간 급사할지도 모른다고 주의를 줄 정도였음. 그래서 그날 이후로 몸을 더듬는건 그만두고 약만 먹이게 했단말야. 그 약이 소린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간다는걸 모를리는 없지만 포기할수는 없었어. 소린이 알파의 몸으로 첫 히트사이클을 겪었던 그날 스란두일은 소린에게 본딩이 되고 말았어. 알파인 소린은 그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대로 다시 약을 먹고 오메가가 되면 스란두일과의 본딩을 진하게 느끼게 되겠지. 하지만 평소엔 알파야. 스란두일은 이성과는 달리 본딩을 맺은 소린을 제 암컷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점점 마음을 쓰기 시작했어. 스란두일은 날마다 소린의 힛싸가 오기만을 기다렸음. 소린만 생각하면 일에 집중이 안되고 아랫배가 뻐근하게 당겨왔어. 회의중이라 매우 곤란해진 스란두일은 모두가 회의실을 빠져나간 이 후에도 한참을 나갈줄을 몰랐음. 적막이 깔린 어두운 회의실은 더더욱 스란두일의 ㅈ을 발기시키기 좋은 공간이었음. 애액을 내뿜던 ㄱㅁ. 누구도 침범하지 못했을 그곳을 범했을때의 쾌감이란. 새빨개진 눈과 코끝. 포인트를 찌를때마다 일그러지던 미간. 달큰한 숨과 정신을 어지럽히던, 고약할만큼 짙었던 오메가향 등. 힛싸가 지난 이후에 안았을때 그저 나 아프다고 온 몸으로 표현하는 소린도 좋긴 했지만 힛싸때의 소린은 소름끼칠정도로 소중하고 아름다웠어. 결국 텅빈 회의실에서 한발 뺀 스란두일은 나른한 숨을 쉬며 창 밖을 바라봤어. 해가 지고 있었음.
필리는 보푸르 형사의 15년전 행적을 찾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어. 왠 어린애가 그때의 사건을 물어오며 담당형사를 찾는데 되게 이상한거야. 경찰들은 필리의 추적에 협조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때의 일과 무슨 관계냐며 필리를 억압하기도 했음. 오메가인 동생을 위해서.. 라는 그 말이 끝끝내 나오질 않아 경찰서에서 쫒겨나길 여러번. 결국은 보푸르의 행적을 알게 되었지만 그는 그 후로 5번의 근무지를 옮겼고 마침내는 사직서를 쓰고 종적을 감췄음. 필리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경찰서를 빠져나왔어. 주머니에서 능숙하게 담배를 꺼내 문 후 불을 붙였음. 내뱉은 긴 숨과 맞닿은 차가운 공기가 입김을 만들어냈고 그 입김은 담배연기와 함께 공중으로 흩어졌어. 누가봐도 학생으로 보이는 필리가 담배를 물고 있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흘끔거리며 쳐다보긴 했지만 각자의 길이 바쁜듯 종종걸음으로 길을 재촉했음. 필리는 어둑해져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깊게 빨아들였음.
킬리는 하루종일 이 이름모를 금발남자를 따라다녔어. 남자는 킬리와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하고 맛있는걸 먹으러 가는 등등 전혀 몸을 사는 남자답지 않은 짓만 골라서 했음. 이 사람 뭐지 싶었던 킬리는 이게 이 남자의 진심이란걸 알자 놀리는것 같은 느낌에 화가 났음. 남자는 킬리를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데려가서 쉬폰케익을 골랐어. 케익이 서빙될 동안 남자는 자리에 앉아 킬리를 보며 싱글싱글 웃고만 있었음. "저기요. 지금 저랑 장난하시는거죠" "네? 무슨소리..?" "그쪽이 원하는건 제 몸이었잖아요. 이게 뭐하는거예요?" "? 전 그쪽의 몸 원한적 없어요." "뭐라구요?!" 킬리는 탁자를 쾅 치며 일어났음.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지만 지금 그걸 상관할 바가 아니었어. 금발의 남자는 움찔하더니 킬리를 진정시켰음. "@@사이트에서 저한테 한번 할때마다 10달러씩 주기로 했었잖아." "뭐라구요? 맙소사ㅋㅋㅋㅋㅋ전 그 사이트의 존재조차 몰라요." "뭐..?" "애초에 당신이 저와 누군가를 착각했던거 같은데요? 전 그냥 당신 하는 짓이 귀여워서 데리고 다녔던 거예요. 돈을 원해요? 그럼 오늘 하루 저와 다섯군데를 들렀으니 50달러면 되는건가요?" "와 씨발...." 킬리는 얼굴이 불타올랐음. 두 손으로 얼굴을 푹 가리고는 연신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어. 남창이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며 울먹이기까지 했음. 눈 앞의 남자는 발갛게 달아올라서 울망이는 킬리가 귀여워서 연신 웃었어. 주문한 쉬폰케익 두개가 테이블에 놓였고 남자는 킬리에게도 케익을 권했음. "아.. 진짜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신고만 하지 말아주세요 ㅠ" "몇살인데요?" "17살.." "와. 아청법이넼." "시발 ㅠ " 깔깔 웃던 남자는 그제서야 킬리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청했어. "레골라스예요. 아청법씨보다 5살 많아요." "저 이름 아청법 아니거든요?ㅠ" "그럼 뭔데요?" 남자-레골라스-는 아직도 울망이는 킬리를 죽자고 놀려댔음.
소린은 눈 앞에 놓은 투명한 알약을 멀거니 바라봤음. 매일 먹는 약인데 참 볼때마다 낯설어. 고개를 드니 스란두일이 웃으며 어서 먹으라 손짓을 했고 소린은 약을 냉큼 집어삼켰음. 스란두일은 물을 마시는 소린의 목젖을 가만히 바라봤음. 물이 넘어갈때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걸 보고있자니 저 입속에 내 것을 넣고 나의 ㅈ액을 삼키게 하고싶어. 소린은 스란두일의 눈빛을 느껴 눈을 내려 쳐다봤는데 흐려진 눈빛에 욕망이 그득 담겨있었어. 깜짝 놀라서 마시던 물컵을 내려놓고 두려움을 담아 스란두일을 쳐다봤음. 그 기색을 느꼈는지 스란두일은 정신을 차리곤 멋쩍게 웃었음. 스란두일은 소린을 집 앞까지 에스코트까지 해줬어. 소린은 갑작스러운 친절에 어리둥절했지만 스란두일의 기사가 모는 고급 차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음.
킬리는 레골라스가 태워다줘서 쉽게 집에 돌아왔어. 먼저 와있던 필리에게 하루종일 연락도 안된채로 어디갔었냐며 크게 혼나고는 울면서 잠들었음. 필리는 눈이 빨개진 킬리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요즘들어 너무 예민해진 탓인지 애가 늦게 들어올수도 있는데 그걸가지고 너무 화를 낸거 같아서 미안해졌음. 게다가 베타로 만들어 줄 약을 찾아 뛰어다녔는데 그것도 시원치 않고. 필리는 다시 밖으로 나가 쪼그리고 앉은 할아버지 곁으로 갔어. 날은 추운데 삼촌은 오늘도 늦을 예정인지 도무지 오질 않았어. 방에서 담요를 더 가져와 할아버지를 덮어줬을때 저 언덕 밑에서 어떤 남자가 누굴 업고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어. 취객인가 싶었는데 점점 다가올수록 업힌 남자의 머리통이 자세히 보였고, 그건 소린이었음. 필리가 놀라 달려가자 스라인도 덩달아 뛰어갔음. 남자는 이분이 피곤하셨는지 깨워도 안일어나시길래 직접 업고왔다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소린을 눕혔어. 필리에게 인사를 꾸벅 한 남자는 붙잡을 새도 없이 나가버렸고 스라인은 소린이 돌아온걸 확인하고는 미련없이 자기 자리로 들어가 누워버렸음. 모두가 잠든 조용한 방에서 필리 혼자 의문에 가득차서 삼촌을 바라봤어. 혹시 근래에 들어 강박스럽게 몸을 닦아대는것과 혹시 연관이 있는건가 싶었지만 잠든 사람을 깨워서 물어볼수도 없는 노릇이었음. 필리는 한숨을 쉬며 삼촌 옆에 누웠어. 잠이 오지 않는 춥고도 긴 밤이었음.
대망의 봉사활동 마지막 날이 밝았음. 킬리는 부지런히 일어나 삼촌과 필리를 챙겼어. 필리는 그런 제 동생을 볼때마다 죄책감에 몸둘바를 몰랐음. 그렇다고 동생이 강ㄱ을 당하게 놔둘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자기가 개입해서 쫒겨난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 킬리는 필리가 밖으로 나가기 전 꼭 자신을 보며 우울한 표정을 짓는걸 보며 얼른 가기나 하라고 웃으면서 발로 뻥뻥 찼어. "나 괜찮아 필리. 진짜 괜찮으니가 어서 갔다 와. 오늘만 지나면 다시 등교하네! ㅋㅋㅋㅋ 학교가면 졸라 피곤하겠다. 그치? 점심먹고 잠이나 자지 마." 필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어. 집 안의 모두가 사라지자 깨발랄하던 킬리의 얼굴에서 점점 미소가 사라졌음. 괜찮다고 스스로 다잡아도 우울해지는건 어쩔수가 없었어. 이제 스라인에게 밥을 먹여야 하는 시간인데 갑자기 핸드폰으로 메세지가 왔음. 레골라스가 보낸거였어. [심심하면 오후에 나와. 오늘은 몇달러?ㅋㅋ] 킬리는 인상을 확 쓰며 레골라스와 메세지 배틀을 벌였음. 그러는 사이 우울했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번졌어.
오늘의 봉사장소는 학교 근처가 아닌 고아원이었어. 기왕이면 막날은 봉사시간이나 빵빵하게 채워보라고 이런 곳으로 보내준 것이었음. 필리는 생글생글 웃으며 아이들과 재밌게 놀아주고 있었음. "아, 그러고보니 오늘 보푸르씨 오시는 날이네." 필리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어. 제 곁에 서 있는 고아원 담당자들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오늘은 무슨 장난감을 가지고 오시려나. 기대되지 얘들아?" 아이들은 이미 '보푸르'를 잘 안다는 듯이 환호를 했어. 필리는 얼떨떨했지만 설마 싶은거야. 보푸르란 이름이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설마 그 사람일리가. 게다가 고작 장난감? 아닐거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데 문가에 서 있던 아이들이 크게 함성을 질렀어. 아이들은 커다란 상자를 이고 낑낑대며 들어오는 한 남자에게 모두 들러붙어 좋아서 방방 뛰었고 다른 봉사자들이 그런 아이들을 떼어놓으며 진정시켰어. 남자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아이들을 큰 품에 모두 끌어안았음. 군밤장수 같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수염을 길게 땋은 남자는 굉장한 괴짜처럼 보였음. 필리는 멈춰선 자리에서 혹시나 하며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다 눈이 커졌어. 신문에서 봤던 그 남자가 분명해. 당시의 차가워보이는 인상이 아닌 푸근한 옆집 아저씨같은 얼굴이었지만 확실해. 그 남자야. 오인일가 살인사건 담당형사 보푸르. 필리는 멍청하게 남자에게 다가가다가 아이들의 비명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어. 보푸르는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장난감을 나눠주며 환하게 웃고있었어. 진심으로 행복해보이는 표정이었음.
보푸르는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아주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추고 아주 난리가 났음. 누가 보면 유치원선생님인줄 알거야. 필리는 근처에서 서성이며 보푸르를 쳐다봤어. 시선을 느낀 보푸르는 필리를 쳐다보며 씨익 웃고는 저 형아의 어깨를 치고 오는 친구에겐 사탕을 주겠다고 말해버렸음. 자 게임을 시작하지. 필리는 어쩌다보니 도망을 가고 있었고 아이들은 까르르 웃어대며 필리를 쫒아가고 있었음. 그 중에 가장 날랜 아이가 필리를 쓰러뜨렸고 아이들은 모두 필리의 어깨를 치고는 보푸르에게 도도도 달려갔어. 필리는 어안이 벙벙해서 그 광경을 쳐다보다 피식 웃고 말았어.
저녁식사시간이 다가오고 봉사활동 시간은 종료되었음. 확인증을 받고 돌아가려는데 보푸르는 식당에서 아이들의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어. 필리는 머뭇거리다 식당 안으로 들어갔고 인기척을 느낀 보푸르가 뒤를 돌아봤음. "어라 학생 아직 안갔네? 저녁 먹고가게?" 가만있어봐 지금 애들 머릿수대로 양을 조절해서 모자를거같다고 중얼중얼 얘기하는데 "아저씨 보푸르씨 맞죠? 오인 살인사건 담당 형사." 보푸르의 움직임이 멈췄고 부엌 안은 보글보글 끓는 소리만 들렸어. 크흠 하며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렸고 다시 국자를 휘휘 저으며 좀 전의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왔음. "아 그 사건? 나도 들었어. 그거 되게 잔인했다고 하던데? 학생 아주 어렸을때 있었던일이라" "말 돌리지 마세요. 아저씨 맞잖아요." "어허 이놈이 어른 말을 잘라먹고! 사람 잘못봤어." "아저씨인가 다 안다구요." 보푸르는 끈질긴 필리에게 질렸다는 제스쳐를 해보이곤 뒤를 돌았어. 앙증맞은 앞치마를 입은 모습과는 달리 표정은 차갑게 굳어있었음. "원하는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