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에 이끌려 깊은 산 속을 들어왔다 어느 절을 지나가고 있었다. 유의는 코 끝에 맴도는 향 냄새에 이끌려 그 앞으로 다가가고 말았다. 온통 한자로 써 있어 누군지 알 수 없었으나 관리가 잘 된 것으로 보아 최근까지 후손이 관리하는 위패인 듯 했다. 충..공, 장연.... 띄엄띄엄 읽을 수 있어 소리내어 읽어봤다.
-충숙공 장연우 이십니다. 고려 현종께서 몽진 하실 때 끝까지 보필하신 분 중 한분이죠.
약간의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가진 남자가 서글서글 웃으며 유의에게 묻지도 않은 설명을 해 주었다. 유의는 그런 남자를 흘끗 쳐다보았지만 이내 시선을 거두고 위패를 바라보았다.
-이 분이 당신의 선조이십니까?
-예, 뭐.. 그런 셈이죠.
장연우. 요즘들어 흔한 이름이긴 하지만 저 시대에도 그런 이름이 있었구나. 익숙한 어느 이름.
-이 분에게 관심이 있으십니까?
-아뇨 그냥. 향 냄새가 나길래 와 봤습니다.
-그렇군요. 황보유의 씨 되시죠?
남자는 초면에 제 이름을 알고 있었다. 미간을 확 찌푸리며 쳐다보자 그 남자는 여직 서글한 얼굴을 한 채 손을 내밀었다.
-제 이름은 장연우 입니다. 충숙공 장연우 선생의 후손? 뭐 비슷합니다.
-절 어떻게 아시는겁니까?
-얼굴이 똑같아서요.
-예?
-얼굴이, 천년이 흘러도 다른게 없네요. 당신은.
향 냄새에 이끌러 온 곳은 자신이 환생한 장연우라 우기는 남자가 존재했다. 하지만 유의는 그 남자를 차마 쳐 낼 수가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