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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의의 첫사랑 2024.05.09

유의의 첫사랑

from 고려거란전쟁 2024. 5. 9. 22:39

 

 

키스로 상대방에게 씌인 나쁜 기운을 자기에게 덮어 씌우는 개신교 집사 장연우<

 

어떻게 된거나면 유의가 어느날 신병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몸살이 심하게 나서 죽을동살동 하는데, 신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유의의 부모님이 수소문으로 어느 집사님을 데려오는거라. 신병이나 빙의를 전문으로 치유해준다고 소문난 장연우 집사.

 

장연우는 원래 무교였음. 자기의 이런 인생이 싫어가지고 개신교에 귀의해서 종교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디서 이상한 병이 났대. 그래서 하나 둘 치료 해주다 보니까 넘 유명해진거.

 

여튼 이번에도 12살밖에 안되는 어린애가 아프다니까 어떡해. 가야지. 혹시나 이 방식을 들킬까봐 시전 전에는 무조건 아픈 사람과 단 둘이만 있어야 되는 장연우씨. 역시나 열두살 남자애랑 둘이서만 있게 되고.

 

"미안해. 그.. 유의라고 했지. 꼬마야. 아저씨가 정말 미안해."

 

어차피 키스하고 손으로 얼굴을 한번 훑으면 아무도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뭐가 그리 미안한지 연신 사과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어린 유의의 버석한 입술에 버드키스를 찍고 난 후 잘 나으라고 얼굴을 쓰다듬어 줬는데.

 

장연우가 돌아가고 난 후 유의는 잘 나았고 잘 커서 청년이 되었는데. 문제는 그 날의 기억을 한톨도 잊지 않닸단거. 부모님한테 물어봐도 그때 니가 많이 아파서 헛것을 봤나보다고 진지하게 들어주질 않으니 울화통이 터질 지경. 애한테 신병 비스끄무리한거 났었다는걸 숨기는 바람에 그 사람을 찾을만한 단서를 하나도 모르는 상황.

 

그런데 왜 유의는 기억을 하느냐. 신병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근데 어째서 그렇게 아팠는지는 모름. 그냥 그 아저씨를 만날 운명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 그게 진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던 어느날 꿈에 아주 약간의 힌트가 나왔는데, 엄빠가 그 사람을 집사님이라고 부르더라고.

 

'이제.. 서, 성령이 임하실 것이니 곧 나을겁니다.'

 

그래 맞아. 그 사람일거다 생각하고 부모님께 집요하게 물어봤더니 그런 일이 있었대. 그런 사람이 있었대. 맞아. 아팠었어. 그건 확실히 기억해. 그 아저씨가 날 살려줬구나. 뽀뽀를 해서 말이지. 자신의 까슬한 입술에 닿던, 아저씨 치고는 보드랍던 그 입술을 한톨도 잊은적이 없는데.

 

"그래서 그 집사님은 어디 계신대요?"
"모르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대. 전국을 돌아다니던 사람인데.. 어쩜 그렇게 연기같이 사라졌는지."
"하..."


이제 단서를 찾은거 같았은데 또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런데 미칠거 같은거지. 왜? 그 아저씨가 뭐라고 이렇게 애걸복걸하면서 안절부절 하는건데? 유의는 그제서야 깨달았음. 그 아저씨가 첫사랑이란걸. 자신을 걱정스레 내려다보던 초롱한 눈빛을. 장연우란 사람을 사랑해서 그리워하고 있노라고.

 

첫사랑은 자고로 쟁취해야 하는 법. 느닷없이 집을 뛰쳐나와 물어물어 그 사람을 찾으러 다닌지 만 1년째. 장연우는 이렇게 가까이 있었나 허무할 정도로 근처에 살고 있었음. 본가에서 버스로 다섯정거장. 유의는 너무나 빡쳐서 그의 집 앞에 서자마자 문을 마구 두드렸음.


"안사요!"

 

쾅쾅쾅쾅키ㅏ

 

"안산다니까!"


콰콱ㅇ

 

"경찰 부...! 쿨러억쿨럭"


안에서 숨넘어갈듯한 기침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두들기기를 멈춤. 사람 생명이 빠져 나가는 듯한 기침소리. 유의는 흠칫 놀라서 문고리를 잡아당김. 열릴 리는 없지만.

 

"장연우씨?"
"..."
"장연우씨 저 기억 안나십니까? 저.. 12년전에, 도와주셨던 초등학생 꼬마 입니다. 이름은 황보유"


우당탕

철컥
끼이이익....


문이 빼꼼 열리고 시커먼 아저씨가 그 사이로 보이는데. 정리 안된 더벅머리에 수염이 빼곡반 얼굴이지만 눈만 보이는 모습이었음.

 

"누구..시라고?"
"황보유의 입니다."
"아! 아.. 되게 작았는데?"
"..12년 지났습니다."

"아 그러네. 그런데 왜..찾아오셨어?"


유의는 연우의 몰골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그의 집 안을 그냥 밀고 들어갔음.

집은 굉장히 작고, 뭐가 없었으며 홀아비 냄새로 쿰쿰했고, 건강한 사람이 사는듯한 모습은 아니었음. 탁자 위엔 두툼한 약봉지가 있었고 방금 일어난듯한 이부자리는 두꺼운 솜이불이 있었음. 지금 7월인데.

 

"어디 아픕니까?"
"그, 반갑긴 한데 다짜고짜 남의 집에 들어와서"
"아프냐고 묻잖아요."

"아? 어. 아파."
"어디가요."
"그냥 몸이 아픈건데."
"의사가 뭐래요?"
"뭐긴 뭐래. 원인 불명이지"
"정말 원인이 없어요?"


있었다. 장연우의 진짜 능력은 남의 나쁜 기운을 먹어서 몸에 가두는거였음. 근데 그게 누적이 되니 몸이 이지경이 된거고 정말 죽기 직전까지 가서 일을 그만둔거. 연락 다 끊고 아무도 몰래 옛날에 살던 집으로 돌아와서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점차 회복이 되는거. 이상하지만 일단 죽지는 않으니 그간 모았던 돈으로 병원을 다니면서 살고 있었겠지. 그러다 지금. 여름인데도 추워서 솜이불을 덥고 있었는데 분명.


뭐야 왜 덥지? 왜 몸에 활기가 돌지? 이상하다. 얘가 온 뒤로


"장연우씨?"


아. 입을 맞추자마자 몸에 생기가 확 돌기 시작했음. 와. 와 이게 뭐야.

 

"아.. 아하하. 아하하하!"


유의는 지금 매우 당혹스러웠음. 첫사랑의 안타까운 꼴을 보고 속상해 죽겠는데 갑자기 뽀뽀를 하더니 웃어. 

 

"뭡니까?!"
"너 혹시 이 근처에 살아?"
"예? 예."
"와하하! 날 살린게 너였어!"


하더니 와락 안는거.

그러고보니 성인 남자 둘이 끌어안고 있는 7월인데, 유의는 갑자기 몸이 시원해짐을 느꼈음. 오늘 최고온도랬는데 왜 시원하지.

 

"우리 둘이 뭔가 있는거 같다. 빨리 들어와."


황보씨는 그렇게 연우의 집으로 끌려들어갔고 길고 긴 대화를 나눈 후 베드인. 첫사랑 성공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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