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조선에서 노비로 환생해서 그냥저냥
가정 꾸린채로 살고 있는데 갑자기 주인집 먼
친척 최질이 나타나라. 한양 가는 김에 얼마간
묵으려고 들른 친척 형님네 집에서 질훈 서로눈
마주치고는 굳어서 꼼짝도 못하는거. 먼저 시선
피한건 김훈이고 최질도 곧 정신차리고 제 갈길
감.
이튿날 저녁. 최질은 김훈을 불렀음. 서로 아무 말 안하고 있다가
-마님. 부르셨으면 어서 말씀하시지요. 쇤네는 바쁘옵니다.
-...이름이 무엇이냐?
-훈이 이옵니다.
-누가 지어주었느냐?
-부모님께서 지어주셨습니다.
-내 이름자는 무엇인줄 아느냐?
-그걸 쇤네가 어찌
-최가 질이다.
이름 듣고 퍼뜩 고개를 들어버리는 김훈. 최질은 물기 가득한 눈으로 김훈을 바라봄.
-내 이름자도 부모께서 지어주셨느니라.
-....
-상장군.
-무슨..말씀이신지..
-상장군.
-....
-기억하시는거 다 압니다.
-...모르겠사옵니다.
최질은 김훈의 손을 덥썩 잡음. 그 시절에도 투박했던 손인데 지금은 정말 일을 많이 한 노비의 손. 최질은 숫제 울기 시작함.
-상장군... 많은 시간 동안 곱씹어 보았습니다. 간계에 눈과 귀가 멀어 당신을 멀리 한 죄가 너무도 크다는 것을요. 저는 고려가 너무도 싫어 한때 왜에서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장군과 제가 목숨을 내걸고 지킨 이 땅이 소중했기에 다시 이곳으로 왔습니다. 혹여 당신께서 다시 이 땅에 오셨을까봐서요. 그리고 지금, 이리 다시 만났습니다.
-...
-송구합니다 상장군. 제 죄가 너무도 커 이리 사죄하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닌줄 압니다. 하오나
-그만 하게.
김훈은 긴 한숨을 푹 쉰 채 고개를 들었음. 방금 전 까지 노비의 얼굴을 하고 있던 자가 맞는지 싶을 정도로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음.
-자네가 사과한대도 과거는 달라지지 않네. 어찌됐던 난 지금 노비이고, 다른 이의 재산을 이리 오래 붙잡고 있는건 실례가 되는줄 아네.
-상장군..
-나는 그때의 감정은 일말도 없으니 그런줄 알게. 그럼, 쇤네는 이만.
크게 절을 올린 김훈은 허리를 굽혀 최질이 기거하는 방에서 나옴. 최질은 엎드려 울기 시작함. 너무나 속상해서. 왜 하필 노비람. 왜. 그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데 왜. 다 알면서도 당신은.
그날 이 후 최질은 김훈을 따로 찾진 않았음. 남의 집 노비와 자꾸 어울려봤자 모양이 이상해지니 그저 아련하게 눈으로만 좆을 뿐. 김훈은 어린 딸 아이를 안아들어 예뻐해주다가 최질과 눈이 마주치고는 고개를 돌림. 그만좀 쳐다보지 닳겠네;
한양으로 올라가기 며칠 전. 최질이 집에서 데려온 노비가 크게 다치는 바람에 그를 대신 할 사람을 골라야 했음. 최질은 당연 김훈을 골랐고 할 수 없이 동행 할 수 밖에 없었음. 최질은 친척에게 말 한필 더 빌려달라 해서 사람들이 안볼땐 김훈이 타게 했음.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쇤네는 노비이니 노비처럼 굴리십시오.
-제가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러니
-쇤네가 더 불편합니다! 제발 정신 차리십시오 나리! 조선팔도 어디에서 천한 노비놈이 주인에게 하대를 하고 말을 함께 탄답니까!
김훈의 역정에 최질은 입을 꾹 다물고 길을 갔음.
갈 길이 멀었는데 밤이 너무 깊어 숲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 바람에 최질은 나뭇가지들을 모아온 후 차디찬 바닥에 철퍽 주저앉음. 김훈은 옷감 상한다며 제 겉옷을 벗어주려 했지만 만류함. 최질은 근처 돌들을 주워 불꽃을 만들어 장작불을 만들고 주변에 나무들을 주워 울타리를 만듬. 그것은 마치 야전에 익숙한 병사의 느낌이었기에 김훈은 멍하게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음.
-하하 제 몸이 이걸 기억하고 있었나 봅니다.
-...
-제가 스무살 때 즈음이었지요.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부대에서 낙오된 최질이에게 김 낭장께서는 밤에 불을 피울줄 알아야 한다 가르치셨습니다.
-...
-그리고 또.. 그날 밤에 당신은. 참으로 고왔습니다.
최질의 젖은 눈을 보던 김훈은 다시 고개를 돌려버림.
-다리를 다친 어린놈이 불쌍해서 어울렸을 뿐입니다.
-그 후의 일들도 단지 불쌍해서 였습니까?
최질이 가까이 다가오자 김훈은 눈을 질끈 감아버림.
-쇤네에겐 가족이 있습니다.
하지만 손이 잡히고, 입술이 맞닿으니 고삐가 풀려서인지 김훈이 먼저 최질을 부둥켜 안고 울기 시작함.
-거짓이야. 그날의 감정 일말도 없다는거 모두 거짓일세. 그립고 쓸쓸했어.. 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단 말일세..
통곡 하는 김훈을 마주 안은 채 최질은 마음에 충족감을 얻어버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