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에서

from 고려거란전쟁 2024. 7. 5. 23:01

 

 

유의까지 유배에서 풀려나 복귀 한 어느날. 밤 늦게까지 비가 추적 오는데 퇴청도 아니한 채 파리한 얼굴로 바깥만 보는 연우.

 

-상공. 가셔야죠.
-으응. 조금만 더 있다가.
-밤 비가 좋으십니까?
-으응...


대강 대답한 연우는 그 후로도 한참 밖을 보다가 유의의 손을 이끌더니 밖으로 나감. 비에 젖는게 싫었지만 제 상공이 오래간만에 하고 싶은게 생겼다는게 기쁘기도 했음.
모두 퇴청한 정전의 밤.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고 빗속에서 춤을 추었는데.

-날 기억해주게.
-..예?
-나를, 이 겨울에, 비오는 밤 마다, 기억해주게. 
-....상공.
-날 기억해 주는 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하네.
-그리 슬픈 얼굴로 말씀하지 마십시오. 유의는 이어질 말을 삼킴. 알고 있지만 할 수 없는 말. 떠나지 마십시오.

 

그 날의 비가 원인이 되어 안그래도 좋지 않은 몸, 지독한 열감기까지 더해져 보름만에 가고 말았음.
황보유의는 죽을때 까지 겨울 그 비오는 추운 밤을 잊지 못했으며 겨울비가 내리면 병을 핑계로 등청하지 않기도 했음.

유의에게 겨울비는 이제는 없는 상공과 제게 오롯이 남겨진 유일한 끈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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