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보유의. 친구들이랑 대학교 관련 신점 보러 갔다가 거기서 한소리 듣는거지.
-선생님은, 아주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있어. 전생부터 이어진 깊은 연이야. 그런데 사별할 거니까 그 사람 되도록이면 만나지 마.
재수 없다며 투덜대다가 다시 새까맣게 잊고 수능 치고 대학교 들어갔는데.
-저 채충순 교수님 오늘 휴강이세요?
교수 휴강 확인하러 간.. 그 뭐냐 그.. 학생실? 졸업한지 오래되서 기억이 안나는데 여튼 거기서 조교 장연우를 만나는거지.
보자마자 유의는 퍼뜩 작년에 봤던 이상한 그 신점이 기억나버림. 전생부터 이어진 인연. 사별. 자기가 먼저 질문들 던졌던게 무색하게 뒤돌아서 뛰쳐나왔음.
-내가 왜.. 왜그랬지?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친순간 이상하게 도망을 쳐야겠단 생각이 들었음. 내가 그 사람을 다치게 할 것만 같은 착각까지. 이상하다. 뭐지? 그 무당 돌팔이가 아니었던거야?
유의는 홀린듯이 그날의 모든 수업을 제끼고 그 무당을 찾아감. 무당은 유의가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눈 하나 깜빡 안하고 있었음.
-오랜만이네.
-혹시 저, 아니 그, 전생인가 뭔가 그거 뭔소리였어요?
-그 사람 만났구나?
-그, 대체 뭡니까?
-말 그대로야. 너희들은 전생에서부터 이어져있어.
-사별은 뭐구요?
-원래 다른 양반의 명은 긴데, 너랑 만나는 순간부터는 명줄이 반토막이 돼.
-왜요?
-왜긴. 설계자들이 그렇게 만들었겠지. 그거까진 몰라 나도. 천기누설이야.
-아니 알려줘야 뭔갈 대비라도 하죠.
-만나지 말랬잖아. 그 사람이 오래 살 길은 너랑 연 자체를 안 만드는거니까 만나지마.
무당은 유의를 쫒아내듯 내보냈고 유의는 그 길로 다시 학회실? 거길 찾아갔음. 연우는 늦은 시간임에도 그 곳에 있었고 유의를 알아봄.
-어, 아까 그 학생이잖아?
-저기요.
-내 이름은 저기요가 아닌데.
-아, 여튼. 혹시 저 모르십니까?
-내가 자길 어떻게 알아. 오늘 처음 봤는데.
-우리 오늘 처음 본거 맞죠? 그럼 앞으로 보지 맙시다. 괜히 찝찝해지기 싫으니까.
-뭐? 이 새끼가 초면부터
-잘 사세요.
그러고서 씩씩대며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 조교 같은데, 앞으로 볼 날이 많다는거잖아. 원래 점같은거 안보는데 그때 괜히 혹해서 갔다가 아아... 이대로 군대를 가버려야겠다. 그날 바로 입대 신청하려고 했다가 점쟁이 말에 너무 휘둘리는거 같아서 신경질적으로 노트북을 끄고 자버림
그렇게 반년간 존재도 까먹은채 바쁘게 지내다가, 종강 기념으로 카페를 갔는데 재수없게도 거기서 채 교수를 만나겠지. 그 옆에 익숙한 조교도 함께.
-어..
-오래간만이네. 싸가지 없는 학생.
-왜 당신이 여기 있어?
-여전히 싸가지 없네. 당신이 아니고 장연우야. 장연우.
채교수는 자기 애인이라고 연우를 소개함. 애인을 조교로 두는 교수도 미친놈 같고 그 밑에서 조교 하는 연우도 미친거 같아서 친구들에게 여기 말고 다른 카페 가자고 말하려는 찰나, 채교수가 음료 쏘고 저녁 먹여주고 노래방도 같이 가는 바람에 반나절간 같이 있게 됨.
찜찜한건 뒤로 하고 일단 밥도 맛있고 노래방도 재밌었기에 애써 잊어보려고 했음. 채교수 일행과 집 가는 방향만 같지 않았어도 참 좋았겠지만. 연우는 싸가지없는 신입생의 매서운 눈초리가 자꾸 자길 향해 있어서 그냥 웃김. 이유를 물어봐도 그냥 난 당신이 맘에 안드니까 만나지 말자고 했던거래.
채교수 차에 타놓고 그 애인한테 틱틱대는 신입생 너 맘에 든다며 강제로 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는데. 그날 새벽 유의 핸드폰에 불이 나는거임. 전화 한두개는 자다가 신경질적으로 끊었는데 그 뒤로도 계속 연락이 와서 받음.
-뭐야 시발 새벽에..
-[이새끼야 너 무사하네?! 왜 전화를 안받아!]
-뭔데.. 졸려 새끼야 끊어.
-[너 채교수 차 타고 갔었잖아!]
-근데.
-[사고나서 죽었대!]
-뭐? 누가?
-[채교수! 지금 그 조교도 위험하다는데?]
유의는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음. 그러니까 날 데려다주고 그 두 사람은 사고나서 지금..
결국 학교에 채교수 부고가 뜨고 학생들은 조문을 하러 갔음. 채교수의 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안절부절 못하던 유의는 구석에 앉아있는 환자복 차림의 연우를 보게 됨.
-저기, 아니 연우씨.
-어.. 왔네?
-안좋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십니까?
-지금은 괜찮아.
파리한 얼굴에 울어서 부은 눈.
-하루 아침에 이게 무슨 일인지.. 충순이 내 지도교수인데 나 큰일났어.
-...
-걔 덕분에 내가 여태 살았는데... 어쩌지 유의야?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안될텐데 어째서인지
-지켜드릴게요.
말이 나왔음.
-뭐? 무슨 소리야? 날 지켜?
-그야 저 때문에
-너랑 무슨 상관이야.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하지만 제가 그러고 싶어요.
비장한 얼굴의 스무살짜리 남자애. 연우는 웃음을 터뜨렸음.
-그래. 잘 부탁해. 백마탄 기사님.
유의는 그날 지독한 꿈을 꿨음. 눈 앞에서 수많은 장연우들이 죽는 꿈. 신라에서, 백제에서 고려, 조선, 왜정시대 까지.
그동안의 유의와 연우는 전생을 기억하지 못했었고, 유의는 연우를 항상 먼저 보냈음. 그런데 이게 두 사람이 연을 잇기 시작하면 생기는 문제였다니. 하지만 어떡해. 이미 두 사람은 다시 만났는걸. 이렇게 된 이상 연우를 지켜줘야 하는거지. 자신과 함께 차를 탔다가 사고가 난게 우연이 아닐지도.
사고로 채교수만 죽었다는 건 아직 연우의 목숨이 남아있다는 뜻일거임. 저 사람은 저 사람대로 잘 살고 있었는데 자기가 인생에 끼어드는 바람에 한순간에 애인도 잃고 명줄도 줄어버린거겠지. 전날 밤의 꿈이 예사 꿈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필시 전생부터 연이 있었을거임.
유의는 다시 그 점쟁이를 찾아감. 점쟁이는 질색을 하며 유의를 쫒아내려 했지만 유의가 꿈 얘기를 꺼냈음. 그제야 점쟁이는 주저앉아 중얼거리며 울다가 겨우 말을 꺼냄.
-너희들은 그저 하늘의 벌을 받고 있는게야.
하늘의 벌? 법도 없이 살 사람인데 무슨 짓을 벌였다고 벌을 받은것인지.
쫒겨난 유의는 정처없이 걷다가 연우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급히 그의 집으로 찾아갔음.
-갑자기 오라해서 미안해. 나 지금..응급실 가야 할거 같은데 보호자로 동행해줄 수 있어?
-응급실이라뇨? 어디 안좋으십니까?
-으응..사고 났던 곳이 너무 아픈데..
연우는 왼쪽 다리를 가리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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