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힘으로 존을 엔터호에 탑승시키자. 항상 위험의 선봉에 나설것이며 너 자신의 목숨보다 타인의 목숨을 우선시 여기라는 명을 받겠지. 숨이 조금이라도 붙어있으면 다시 회수 가능 ㅇㅇ 이것만큼 손에 더러운 피 묻히지 않고 깔끔하게 사형시킬수 있는 방법은 없을거야. 존-칸은 그 사실을 알고있겠지. 그 명령을 받자마자 자조하며 쓴 웃음을 짓고는 순순히 명령을 따라.
그리고 엔터호에 올라타자마자 여기저기 굴러다니기 시작하니 이것은 본즈에게 대단한 눈도장을 찍게 될 운명이다. 본즈는 칸이 다쳐올때마다 안쓰러움에 온갖 인상을 쓰며 보기만해도 괴로운 상처를 돌봐주겠지. 돌봐주면서도 안쓰러움을 느낀다는 스스로에게 역겨움을 느끼기도 할거야. 이놈은 칸이야. 칸 누니엔 싱. 그러나 비록 많은 인명피해를 낸 놈이지만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그 느낌은 이성으로 눌러도 어쩔수 없이 튀어나오곤 하니까 본즈는 입술을 짓씹으며 다음부터는 조금이라도 몸을 사려보라며 어깨를 툭 쳐줌. 칸은 그 한마디에 담겨있는 본즈의 마음에 차갑게 가라앉아있던 마음에 조금씩 파장이 일기 시작하겠지. 그리고 그 파장이 본격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한건 칸이 정말 죽을정도로 심하게 다쳐왔을때. 본즈는 끊임없이 칸에게 정신잃지 말라며 말을 걸어주고 칸이 아파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치료를 하겠지. 아무리 우월한 종족이라지만 이토록 심하게 다쳤을땐 회복도 더디기 때문에, 칸은 꼼짝없이 메디베이에 누워있을수 밖에 없었는데, 본즈는 가서 쉬라는 후임들의 배려도 마다하고 칸의 옆에서 꼬박 간호를 하는거야.
"저딴 살인자녀석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러시는겁니까?"
"..중요해서 그러는거 아냐. 일단 살아있고, 내 환자야."
칸의 안정을 위해 경비들도 죄 물리고 본즈는 혼자 위험을 감수하고 있었어. 제 아무리 칸이라지만 이런 몸상태로는 날 못건들일거라고 으름장을 놓았겠지. 본즈 덕분에 잘 쉰 칸은 닷새가 지나기 전에 몸을 회복하고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어. 본즈는 뿌듯해하며 그간 말 잘 듣고 얌전히 치료에 임해준 칸의 등짝을 두드리며 뿌듯해하고. 이놈의 서론성애자 과정은 zip하고 여차여차해서 저 사건으로 칸과 본즈는 매우 가까워졌지. 그런데 그 이상 가까워지지는 못하는게 엔터호 선원들의 살벌한 눈초리와 칸의 태도때문일거야. 자기딴엔 본즈에게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사랑한번 해본적 없는 칸의 행동은 자꾸만 엇나갔고 본즈는 그로 인해 상처받고. 그렇게 두사람 사이가 위태로운 얼음벌판 위를 걷던 중 사고가 생겨야 한다. 내가 보고싶은건 이건데 이걸 보기위해서 나는 뭘 쓴 것인가. 엔터호가 탐사를 해야할 곳은 조금 위험한 곳이었고 일단은 근방의 생물체와 병원균등을 알아보기 위해 본즈들과 칸이 우선적으로 그 행성에 내려가겠지. 본즈는 흥미로운 눈으로 여기저기 다니며 샘플들을 채취하다 그 행성에서 제일 위험한 생물을 마주치게 된거야.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칸은 서둘러 본즈에게 달려갔고 가까스로 본즈를 보호할 수 있었는데, 자기 밥을 놓친 생물은 더더욱 화를 내며 일행들을 몰아갔어. 이때 무전기는 깨져야겠지. 칸은 크게 다쳐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어 본즈에게 부축된 상태로 겨우 도망가고 있었어. 생물은 점점 가까워졌고 이제 곧 있으면 두사람 다 먹힐 위험에 처해버렸지. 칸은 점점 희미해져가는 의식속에 소리를 지르며 자길 놔두고 도망을 가라 했지만 본즈는 입을 꾹 다문 채 계속해서 칸을 끌고갔어.
"날 놓으라 했다! 열등한 인간!!"
"넌 얼마나 우등하면 이런 열등한 인간에게 의지나 하고 있냐! Damn it! 닥치고 있어. 널 살릴거야. 살릴거야. 난 의사니까."
두려움에 눈에 눈물이 고인 얼굴이 자기를 향해 웃는 순간, 어디선가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 광경을 지켜보며 칸은 정신을 잃고 말았어.
눈을 뜬 메디베이 안은 차가웠고, 칸이 눈을 뜨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우는 커크함장의 목소리가 귓가에 찢어지게 울렸어. 커크는 네놈이 죽었어야 한다며 칸을 향해 온갖 저주의 말을 내뱉었고 스팍은 커크를 진정시키며 칸에게 둥글게 말린 어떤 꾸러미를 건네줬어. 의아해 하는 칸에게 스팍은 서늘한 목소리로 그 꾸러미가 무엇인지 설명해줬어.
"수습할 수 있던 닥터 맥코이의 유해는 그것 뿐입니다. 닥터와 당신간의 사이가 유별했던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니, 가족이 없는 닥터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그 유해를 당신에게 주는 것입니다."
순식간에 엄청난 정보를 들은 칸은 말이 이해되지 않는지 연신 미간을 찌푸리며 더 설명을 요구하는 눈이었으나 스팍은 메디베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어. 아마 칸에게도 시간이 필요할거라 생각이 되서.
칸은 그들이 나가자마자 꾸러미를 풀렀는데 그 안에는 창백하게 질려있는 본즈의 왼팔 뿐. 차가운 무기질 같은 팔을 들어 이리저리 꼼꼼하게 살펴봤어. 정말 닥터의 팔인지, 일부러 어느 한 곳은 눈길도 주지 않은채 한참동안을 이곳저곳 확인했지. 이제 더 이상 확인할 곳이 없어지자 칸은 문득 두려워졌어. 왼 손의 약지. 저 곳을 확인했을때 그게 있다면 그건 정말로 닥터일거라고. 진짜 이게 닥터의 팔일거라고. 사실 수백번은 맞잡았던 손의 감촉으로 이미 이 팔의 주인이 본즈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믿고싶지가 않는거지. 하지만 정말 더 이상 확인할 곳이 없자 몸이 떨려와. 이 우월한 종족이 두려움을 느낀다니 말이 안된다고 중얼거리며 왼손 약지에 그려져 있는 작은 하트를 보았어. 우주를 돌아다니는 엔터호 안에서는 반지같은건 존재할 수가 없어서 각자 왼손 약지에 하트를 그려넣었던거지. 칸은 이따위것 왜 하냐고 빈정거렸지만 본즈는 참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 아 진짜 이게 그의 팔이구나. 정말로. 문득 칸은 다급해져 자신의 피를 빼내 혈청을 만들었어. 몸뚱이가 없는 팔에 혈청을 주입해봤자 본체가 되살아날 수 있는것도 아니라 헛수고라고 할 수 있는데, 칸은 정말 열심히 만들었어. 겨우겨우 만든 혈청을 팔만 남은 본즈에게 주입을 했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손가락 하나가 꿈틀거렸고 또 한참이 지나자 팔 전체가 미약하게나마 움직였어. 칸은 얼른 본즈의 왼손을 얼굴에 문지르며 수 없이 키스를 퍼부었는데 꿈틀대던 손가락이 칸의 얼굴을 더듬거리는게 느껴졌어. 칸은 가만히 팔을 들고 있었는데 혈청을 맞고 혈색이 돌아온 팔이 기괴하게 움직이며 칸의 얼굴을 하나하나 더듬었어. 이마, 코, 눈, 입술을 천천히 더듬더니 눈가를 계속 강하게 문질러줬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울고 있었던거야. 본즈의 손은 끊임없이 눈물을 닦아주다 갑자기 덜덜 떨며 축 쳐졌어. 절단부위에서 주입해놨던 혈청들이 쏟아지고 미약하게 꿈틀대던 팔은 움직임이 사라졌지. 칸은 소리만 나오지 않다 뿐이지 통곡하는 얼굴로 다시 늘어진 팔을 들어 키스를 하며 레너드의 이름을 부를거야. 아무 말도 못하고 오직 이름만 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