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린은 해산하자마자 이곳저곳을 떠돌며 청색산맥의 번영을 위해 몸소 뛰었다. 조금이라도 가만히 있으면 아이 생각이 너무나 간절해져 몸을 혹사 시켰다. 젖을 먹일때가 아니면 킬리를 안아주지 않았다. 일부러 디스에게 아이를 건네주며 어서 서로 정을 붙이라 했으나 킬리는 소린의 품을 더 편안해 했다. 디스는 제 품을 거부하는 킬리를 돌보기 힘들어 했다. 소린은 디스의 품에서 꾸물거리며 제 엄마를 찾는 킬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칭얼거림이 심해지자 한숨을 쉬며 몸에 두르고 있던 모포로 킬리를 감쌌다. 조용해졌다. 엄마의 체취가 묻어있는 모포안에서 편안해 진 듯 했다. 소린의 속에서 감정이 울컥하며 치밀어 올랐다. 킬리를 너무나 안아보고 싶어 절로 팔이 올라가는것을 다른 한 팔로 꾸욱 눌렀다.
"내일은 나와 드왈린만 이동을 할 것이다. 킬리가 먹을.. 젖은 짜두고 갈 터이니 너는 여기서 아이들과 기다리거라."
소린은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디스가 얼굴을 보지 않았어야 하는데. 아까부터 가슴속에서 치대던 감정이 터졌는지 눈물이 흘러나왔다. 킬리가 어서 자라 낳아준 엄마의 품을 잊어주길 바랬다.
청색산맥으로 돌아온 날 밤. 킬리는 긴 여정에 지쳤는지 한번도 깨지 않았다. 킬리를 본 매제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띄우며 기뻐했다. 빈 말 이라도 디스 당신을 닮았다 해주고 싶었지만 아이는 소린을 많이 닮았다. 매제는 더 이상 기뻐하는 감정을 내비치지 않은 채 2년만에 돌아온 자신의 가족을 반겼다. 자고 가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소린은 끝내 거부했다. 각인된 채 오래도록 떨어져있던 알파와 오메가가 다시 만났다. 이것 만으로도 이 이상 함께 있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매제는 디스가 깊게 잠들었다는걸 확인한 순간 소린의 집으로 향했다. 소린도 이 이상 거부할 수는 없었다. 각인이라는 것은 이토록 지독한 것이었다. 서로의 몸을 탐해야지만 몸과 마음이 정돈된다. 매제는 서둘러 침대에서 벗어나 옷을 입었다.
"그나마 디스가 베타라서 다행이에요.."
매제의 말에 움찔했다. 베타는 오메가나 알파의 페로몬을 맡지 못한다. 디스는 날이 지나도 제 남편에게서 나는 오메가의 페로몬을 맡지 못할 것이다. 그래. 그래서 정말 다행이야 라는 생각이 들자 매제와 자신이 너무나 추악하고 역겨웠다. 동생의 남편과, 아내의 오빠와 몸을 섞으면서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여긴다니. 매제가 집을 완전히 빠져나가 알파의 페로몬이 집안에서 사라지자 소린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썼다. 몹시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필리와 킬리는 드워프의 시간으로 눈깜짝 할 새에 부쩍 자랐다. 겨우 걸음마를 떼던 필리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고를 쳤고 킬리는 짧뚱한 팔다리로 열심히 필리를 쫒았다. 청색산맥의 희망은 제일가는 사고뭉치들이 되었다. 아이들이 자라자 소린에겐 버릇이 하나 생겼다. 밤이 되어 놀다 지쳐 잠든 아이들을 쓰다듬어주며 잘자라고 키스를 해주는 것. 이것이 그나마 서슬퍼런 디스의 눈 아래에서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스킨쉽이었다. 디스는 아이들이 자랄수록 날카로워졌다. 그것은 소린과 매제의 관계가 끊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각인된 알파와 오메가가 오래도록 관계를 맺지 못하면 서로의 기력이 다해 자칫하면 죽을수도 있다. 디스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머리가 이해한 것을 마음이 다 이해하는 건 아니었다.
소린은 일부러 킬리를 피했다. 갓 낳았을때만큼 지독하게 아이를 품에 안고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삼촌이라 부르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안아달라 팔을 벌리면. 킬리의 입에서 삼촌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 견딜수 없을만큼 괴로워 절로 아이를 피했다. 그것이 킬리의 눈엔 필리만 예뻐하는 것으로 보였을 터였다. 왜 삼촌은 킬리를 안아주지 않냐며 주저앉아 떼를 썼다. 떼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알지 못해 이 무슨 추태냐며 큰 소리를 내버렸더니 아이는 그만 주저앉아 와앙 울어버렸다. 킬리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울려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다.
"울지말거라!"
"삼촌 미워!"
밉다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에게 미움을 받았다는 것에 놀라고 말았다. 떨면서 킬리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려는 찰나 디스가 나타나 우는 킬리를 안아달래며 소린을 지나쳐 갔다. 그날 밤 소린은 아이들의 방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겨우 용기를 내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마음도 모른 채 킬리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걷어 찬 이불을 덮어주며 언제나처럼 필리와 킬리 두 아이들에게 키스를 해 주었는데 오늘따라 킬리에게서 손이 떠나질 않았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몇번이고 쓰다듬었다. 몸을 뒤척이며 입을 우물거리자 그 모습이 귀여워 그만 웃어버렸다. 통통한 볼에 다시 한번 키스를 해주고는 잠든 아이에게 나즈막히 말을 했다.
"내 아들 킬리. 다시는 밉다고 하지 말아주거라. 엄마 가슴이 아프단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급히 킬리에게서 떨어져 방을 나왔다. 방 앞에는 디스가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소린은 어색하게 웃으며 잘 자라며 인사를 해주곤 그 집을 빠져나왔다. 자꾸만 아이들이 있을 방쪽을 돌아보며 천천히 집으로 들어갔다. 발린이나 드왈린이 지피고 간 듯한 벽난로 앞 의자에 앉았다. 불을 쬐고 있어도 추워 몸을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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