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드왈린소린

*고모님* 2013. 7. 21. 01:52

*알오버스


드왈린이랑 소린이 에레보르가 건재하던 어릴적에 사고쳐서 애를 낳았던 거지. 둘은 알파와 오메가. 부왕이 노발대발하면서 어디 두린의 직계인 자가 몸을 함부로 하냐며 혼내다 그래도 손이 귀한 드워프의 자손이라며 받아들였어. 그 아이를 사생아로 둘 수 없어서 드왈린과 소린을 결혼시키려고 했는데 스마우그가 나타나버림. 에레보르는 함락되고 소린은 제 백성들을 무사히 대피시키느라 미처 아기를 돌볼 틈이 없었고 뒤늦게 나타나 소린을 보좌하고 있던 드왈린도 아이를 생각 할 겨를이 없었고. 스마우그의 화염이 먼 발치에 놓이자 두 사람은 그제야 아기가 에레보르 안에 있다는걸 깨달았어. 드워프 나이로 3살 밖에 안된 어린 아기는 혼자의 힘으로 에레보르를 빠져나올 수 없었던거지. 너무나 놀라 발을 멈춘 소린을 두고 부왕 스라인은 걸음을 재촉하라 꾸짖었고 눈물을 삼키며 외로운 산을 뒤로 했어.


모리아에서부터 청색산맥에 이르기까지 소린은 갑작스레 짊어지게 된 왕의 무게를 짊어지고 모든 일족들을 이끌었어. 정신을 차렸을땐 필리와 킬리가 곁에 있었고 발린의 수염은 하얗게 새었고 드왈린의 머리는 벗겨져 있었어. 소린은 어느정도 삶에 여유가 생기자 철을 두들기며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어. 필리와 킬리가 관심을 보였지만 이건 너무 아가야꺼라며 곧 관심을 거뒀어. 소린은 그날 만든 모빌을 침대 위 천장에 걸어뒀어. 침대에 누워 천천히 돌아가는 모빌을 바라보며 에레보르를 떠난 후 처음으로 아이의 이름을 불러보았어. 모습을 그려둔 그림 조차 없는 아이가 사무치게 그리워 숨죽여 울었어.


얼마 후 간달프를 만났고, 오인이 계시를 들고왔어. 소린은 에레보르로 원정을 떠나겠다 팀을 꾸렸고 한동안 소린과 떨어져있던 드왈린의 귀에 들어갔어. 당신이 가는 곳, 그 어느 곳이라도 따르리다. 드왈린의 의지는 강했고 소린은 웃음지었어. 팀이 만들어졌고 모두가 빌보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소린은 짐 주머니에 아기 장난감을 챙겼어. 에레보르를 떠난 직 후부터 늘 생각해왔던 것들 중 하나, 그 곳에 두고 온 아기를 되찾는 것이었어. 하루라도 빨리 도착해 어미가 널 위해 손수 만든 것이 있다고, 언제나 널 생각했다고 말하며 묻어주고 싶었어. 여정을 떠나는 동안 캠핑을 하게 되면 소린은 드왈린과 떨어져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아기 장난감을 만지작거렸는데 그걸 보푸르가 보게되었어. 굴러다니는 나무토막을 주워들곤 직업을 십분 발휘해 멋드러진 새 장난감을 만들어 소린에게 건네주었어. 선물입니다. 갖다주면 좋아할거요. 소린은 말 없이 웃으며 호의를 받아들였고 소린의 짐 가방 가장 안쪽엔 소린이 만든 모빌과 보푸르가 만든 장난감이 함께 하게 되었지.


그리고 에레보르에서. 소린은 결국 아기를 다시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말았어. 필리와 킬리의 죽음에 비통해 하며 외로운 산 안에 잠들어있을 아기를 찾았어. 드왈린은 아기의 흔적이라도 소린의 손에 쥐어주고 싶어 외로운산으로 뛰어갔지만 그가 산 입구에도 닿기 전에 비보를 들어야만 했지. 


소린의 시신을 수습하며 천천히 외로운 산의 안으로 들어갔어. 스마우그의 발 아래에 짓밟히고 화염에 녹은 흔적이 여전했어. 온갖 수습되지 못한 시체들은 오랜 세월동안 뼛가루가 되어 에레보르 왕국 곳곳에 들러붙어있었어. 드왈린은 왕국의 가장 깊숙한 곳, 아기의 방이 있던 곳으로 들어갔어. 녹슨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어. 어두운 방 한 가운데 오도카니 자리잡은아기용 침대 곁엔 당시 유모로 보이는 자의 늘어진 뼛조각이 자리했어. 촛불을 가까이 가져가자 아기가 누워있던 요람엔 아이 크기만큼의 짙은 자국이 배어있었어. 100년 가까이 되는 세월동안 아기는 뼈조차도 남지 않은 채 모조리 풍화 되어버렸고 오직 썩다 만 요람 만이 이 곳에 아기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었어. 소린이 죽기 전 이곳에 당도했다 해도 그의 손에 쥐어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거야. 드왈린은 아기와 수많은 이들의 명복을 빌며 마치 아기가 요람 안에 살아있는 것 처럼 안아들었어. 어머니를 만났느냐. 그분이 그 곳에 계시느냐. 입술을 꾹 깨물며 요람을 소중히 안아들고 왕궁 밖으로 나왔어. 소린 왕의 장례가 진행되는 마지막 날. 드왈린은 소린의 짐 가방 깊숙한 곳에 있던 아기 장난감 두개를 꺼내 요람으로 감싼 후 소린의 품에 안겨줬어. 죽어서나마 함께 하시라며. 성대하고 침울한 장례가 끝난 그날 저녁. 드왈린은 꿈에서 아기를 안은 채 행복하게 웃고 있는 소린을 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