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의식이 없어 불러온 의원은 산욕열이 거세어 몸이 회복을 못한다 하였다.
지금이 몇번째인줄 아는가. 세번째 아이다. 고작 세번.
사람이란 각양각색입니다 마님. 누구는 첫아이에 병을 얻어 죽고 누구는 다섯째에 얻어걸려 죽습니다. 고작이 아닙니다. 사람을 잉태하고 낳는것이 어찌나 힘든 일인지요.
이번 아이를 가졌을때 무휼은 유독 먹지 않았다. 먹기 싫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이상하지요. 배는 자꾸만 커져가는데.. 아무것도 먹고싶지가 않아요. 과연, 뱃속 아이는 어미의 양수도 그만 먹고 싶었는지 달을 채우지 못하고 나왔다. 어미의 젖도 먹고 싶지 않았는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울다가 차게 식었다.
끝없는 우울감. 무휼의 우울이 뱃속 아이에게 옮아버렸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삶을 연명하는 것 조차. 무휼은 이 아이를 낳으며 이 내 생이 끝나길 기도했다. 지겨워. 영원히 눈을 감고 싶다. 방원의 노력에 사흘만에 눈을 떴으나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눈가에 눈물이 고여 흘러내렸다.
아이는 워낙 작았다. 작아 나오는데 어렵지 않았을 터이지만 그래도 무휼은 병에 걸렸다. 이틀을 내리 열만 내고 있으니 방원은 발을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작았는데. 세번째이니 어렵지 않았을텐데. 무휼이 이럴리가 없는데.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로 죽는다면? 나는 과연 살 수 있을 것인가. 무휼을 이렇게 만든 업을 어찌 감당하고 살 것인가. 그러나 사람의 간사함이란 대단해서 무휼이 정신을 차렸단 말에 위의 생각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다행이다.
무휼은 무사하니 아이는 또 얻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