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年華) - end
조선을 세우는데에 있어 큰 공을 세운 길태미와 홍인방, 이 유. 나라가 세워진 세상에서 서로 각인을 맺은 후 어린 아이를 낳아 평화롭게 살고 있었으나 이성계는 후처의 아들에게 세자의 자리를 넘겨줬고 이 후 이방원에 의해 살해된다. 사건을 접하고 그 즉시 큰 일이 날 것을 직감한 홍인방은 가족을 망명길에 오르게 하려 했으나 길태미는 거부한다. 모양 빠지게 망명이 뭐야 망명이. 당신이나 어린 것 데리고 가. 나 길태미는 삼한 제일검이었어. 누가 덤빈다 해도 난 죽지 않아. 길태미는 겁 많은 홍인방을 걱정해 제가 남아 미끼가 되려 한다. 홍인방은 안된다며 같이 가야 한다고 실갱이를 벌였고, 그 사이 길태미의 아들 유는 정도전을 지지하다 조영규에게 살해되고 이 소식을 들은 길태미는 분개한다.
이제 이방원의 화살은 길태미에게로 향했고, 열심히 검을 연마하여 이방원의 호위가 된 무휼은 앞으로 일어날 비극을 알리기 위해 밤 늦게 길태미와 홍인방이 숨은 곳간을 찾아갔다. 나으리. 제발 도망치세요. 도망치셔서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대감님의 군대에 이기실 수 없어요 나으리. 제발. 그런 무휼을 보며 길태미는 어린 아기를 건네준다. 무휼 네가 키워줘. 나으리! 우린 이방원에게 찍힌 몸이야. 이 애를 데리고 숨어 살기는 힘들어. 그러니 부탁해. 무휼은 울며 제 짝인 방지가 기다리고 있을거라 생각 한 집으로 달려갔고 같은 시각 이방원은 무휼을 미행해 길태미와 홍인방이 숨어있는 곳을 찾아왔다. 나오거라 홍인방. 정도전과 정몽주는 죽었다. 아, 네 아들 이 유도 죽었지. 그를 따르던 모든 이들이 죽어 없어져야 나는 조선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야. 안에서 별안간 홍인방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길태미가 동앗줄로 홍인방의 양 손목을 묶어 기둥에 매달아 놓은 탓이다. 안됩니다! 이러실 수 없습니다! 길태미! 길태미는 조금 수수한 차림으로 그들 앞에 나타났다. 유는 편하게 보내줬어? 그래. 한방에 끝내줬지. 그것이 그동안 함께한 이들에 대한 자비니까. 고맙네 그래. 하지만 이젠 아니야. 홍인방 대신 내가 나온 이유는 알겠지? 날 죽여야 그를 죽일 수 있어. 그 이 후는 끝이 없었다. 과연 일개 무사인 길태미는 대적할 수 없는 군대다. 심지어 현 삼한 제일검 이방지가 섞여있는 군대라니.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자꾸만 곳간을 바라보았다. 어쩌지요 홍인방 나으리. 그대는 나 없으면 살 수 없을텐데. 이방지의 일격을 끝으로 길태미는 숨을 거두었고 그 사이 곳간에서는 아직도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방원의 군대는 대미를 장식할 홍인방의 처형을 앞두고 있었으나 홍인방의 모습을 본 즉시 전의를 상실했다. 마치 광인같은 그의 모습은 모든 이들이 소름끼쳐 했고 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아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지략을 갖춘 홍인방이었던 자는 그저 제 짝을 잃어 분개한 한 마리의 짐승에 불과했다. 울부짖으며 제 머리를 뜯고 온 몸을 쥐어 뜯었다. 사람의 말소리 마저 나오지 않았다. 홍인방은 그저 광인이 되었다. 그에 죽일 가치를 느끼지 못한 이방원은 군을 곧바로 철수시킨다. 보아라. 이것이 조선을 향해 제 잇속을 차리려 했던 이들의 결과다. 오늘 일을 모두가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집으로 돌아간 무휼은 방지가 없는 것에 놀라 안절부절 했으나 곧 짙은 피냄새를 풍기며 집으로 돌아오는 방지를 보고 아연실색 했다. 어디 갔다 오는거야? 방지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조금 비틀어 말했다. 훗날 사실을 알게된 무휼은 분개하여 방지와 헤어졌고, 음인이면서 제 자식도 낳지 않은 채 길태미의 자손을 지극 정성으로 키우게 된다.
어느 날 산을 넘어가던 한 노인은 칼에 난도질 당한, 다 썩어가는 시신을 등에 업고 신나는 노래를 불러가며 언덕을 넘는 선비 차림의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