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육룡이 나르샤
하얀 침의
*고모님*
2016. 7. 20. 09:15
눈시울이 붉어진 채 하얀 침의만 입고 머리는 길게 늘어뜨리고 호롱불에 흔들리는 속눈썹 그림자..무릎꿇은 무휼의 뒤에는 자수가 놓인 고급 침구가 있고 그 모습이 제법 맘에 든 주체나 방원이가 휼이 턱을 손에 잡고 이리저리 훑어본 후에 만족스레 웃음. 무휼은 이 상황이 굴욕적이어야 한다. 주체라면 방원이 인질삼겠고 방원이라면 방지나 가족들 인질삼을듯. 네 이리 고운줄 미처 몰랐구나. 길들여지지 않은 망아지 같던 놈이 이리 얌전히 있다니. 이제 고삐는 내가 쥐게 되었다. 네놈은 얌전히 날 따라오거라. 하면서 어깨를 밀어뜨려 눕히는데.. 아직 몸은 길들여지지 않아 눈빛이 형형하고 혼란스럽고.. 침의를 벗긴 몸은 아직 구릿빛에 근육이 탄탄하고. 손으로 배 근육을 쓸며 점점 아래로... 몇년이 지나고 해를 못봐서 하얘진 무휼이 말랑한 몸을 갖고 있는게 보고싶군.
주체무휼로 좋네. 명나라 식으로 곱게 꾸며진 무휼이를 일부러 방원이 환영 연회에 불러서. 서로가 누군지 모른채로, 방원이는 검무를 즐기고 무휼은 어쩔수 없이 검무를 추는데 다 끝나고 서로가 누군지 알아봤을때의 그 당황스러움. 주체는 그걸 보고 웃겠지. 무휼 수치와 절망에 당황해 무릎이 꺾여 주저앉고, 방원인 분명 주체의 사람이자 얼마전에 들인 새로운 첩이란 말을 들었는데 그게 무휼일 줄은 몰랐고. 데려가려고 온건데 새로운 첩이라니 이 무슨 망극할 말이라며 항변하지만 씨알도 안먹혀야 한다. 네가 왕자라, 네 아비 비록 군왕이라 하나 지방의 군주일 뿐인것을 이토록 방자하게 구느냐. 나는 황제의 아들이자 친왕이다. 감히 내 하는 일에 토를 달다니. 웃으며 뱉는 말에 뼈가 있음을 알고 방원 안타까이 물러나고. 무휼은 방원이 돌아오면 다 해결될 줄 알고 참고 기다렸던건데 방원의 면목없단 한마디에 그 앞에서 목놓아 울어버렸으면. 미안하다 하시면 어쩝니까. 절 데려가셔야죠. 미안하다만 말고 저도 조선으로 데려가 주세요. 주체의 병사들에 의해 끌려가는데 발버둥치면서 옷들도 찢어지고 장신구들도 흐트러지고. 분칠도 눈물에 녹아내려 턱을 따라 흐르고. 그렇게 헤어지는.. 너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들이거늘 이리 찢어발겨 놓았단 말이냐. 힘도 좋구나. 방원이 떠난 그날 밤 주체가 무휼 침소에 들러 터진 장신구며 찢어진 옷들을 보고 기가 차 하는거. 이제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 이것이냐. 하루종일 울어 부어터진 눈으로 주체를 쏘아보는데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맹수같은 눈빛에 오히려 맘에 드는거. 그간 생기 없는 인형처럼 늘어져 있더니 돌아왔구나. 돌려보내 주신다 하지 않았습니까!! 누가 들어도 사내의 목소리 임이 분명한 울림. 분노에 차 떠는 애가 겁나지도 않는지 성큼 다가가 남은 옷가지들 죄다 벗겨내고 침구에 눕혀버리고. 옆에 버려진 비녀를 쥐어들어 주체에게 내리 꽂으려 했으나 주체가 더 빠르겠고. 네가 기어올라올 수 있는것도 여기까지니라. 그 말에 오열하면서 비녀를 놓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