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육룡이 나르샤

방지무휼 한강다리에서

*고모님* 2016. 4. 20. 23:22

치매걸린 할머니 모시고 사는 고딩 무휼이 보고싶다. 매일 집을 나가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 찾으러 돌아다니느라 바쁜.. 기초수급도 제대로 못받아서 알바하느라 바쁜데 자꾸 경찰서에서 할머니 찾아가라 전화오고, 경찰서에 없는날엔 직접 찾으러다니느라 바쁘고 그러느라 무단결근으로 매번 알바 짤리고. 사정을 얘기해도 봐주는게 한두번이겠지. 어차피 망할 수능이고 대학도 못가겠지만; 하필이면 수능전날 할머니가 또 집 나가서 지친 무휼이가 울면서 할머니 찾아다니고. 자정이 넘어서 찾은 할머니는 어디서 넘어졌는지 손바닥이 다 까져있고. 무휼이 끅끅거리면서 할머니 제발 그만 하세요.. 저 너무 힘들어서 죽고싶어요 엉엉 우는데 얼마 뒤 할머니가 집에서 자다가 돌아가시고. 정말 목이라도 멜까 하다가 포기하고 한밤중에 한강다리서 기웃거리는데 바닥도 안보이는 시커먼 한강이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는거. 

무섭지? 

네, 네?

무서울거야. 죽는거. 네 몸뚱아리 치울 청소부들 생각도 해줘야지.

..누구세요?

난간에 기대서 담배 피고 있는 남자는 검은색 상복을 입은채 웃고있었는데 기분이 묘하겠지.

이방지라고 한다. 몇달전에 아내가 우울증으로 한강에 뛰어들었어. 얼마전에 남은 살점이 퉁퉁 불은채로 나타났더라고. 그렇게 사랑했는데.. 역겹더라. 난 연희가 어떤 모습이던 사랑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시체는 예외였나보지.

그 얘길.. 왜 저에게..

멀쩡하게 생겼잖아. 생긴거 아까워서 그래. 몇살이야?

19살요.

아까운거 맞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집에가서 엄마밥이나 쳐먹어라.

저.. 혼자입니다. 가족 없어요.

아, 그래? 잘됐네. 나도 이제 가족 없는데. 너 나랑 살래?

그렇게 동거 시작하는 방휼 보고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