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님* 2016. 1. 17. 20:23

홍인방만 평택에 도착하는거 성공해서, 군사를 일으키지도 않고 빈집에 들어가서 조용히 있는거 보고싶다. 행여나 사돈이 올까, 오면 같이 할까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려 봤지만 풍문으로 들리는 이야기는 새로운 삼한 제일검이 나타났다는 얘기.
그 얘기 듣고 홍인방은 바로 비단옷 다 벗어서 태워버리고 어디서 무명 천옷 구해와서 입고는 그 빈 집을 혼자 쓸고 닦고 사람 사는 집 처럼 꾸며놓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었으니 나무도 해서 군불때우면 거기다 고구마도 구워먹고. 어디서 서책 구해다 읽고.
봄이 오면 땅 좋은 평택 평야에서 가장 작은 곳 하나 구해다가 보리를 심고, 물을 대고, 여름이면 혼자 개울가로 가서 멱도 감고. 가을이 다가와 논이 노랗게 물들면 추수해서 곡식도 얻고. 그 곡식 탈곡해서 햅쌀로 밥도 먹고. 그렇게 태미가 태어나 살았던 곳에서 모든걸 다 누려본 후, 첫눈 오던 날, 평택에서 난 온갖 음식으로 조촐하게 제를 올리고는 그 집에 불을 놓는거. 집이 불타면서 숨이 막히고 몸이 뜨거운데 가만히 앉아서 타들어가는 제 음식들을 보며 울었으면.
자기 몸 타들어가는건 아랑곳 없이 우리 사돈 얼마나 아프게 죽었을까, 그 고통만 생각하면서 소리도 못지르고 울다 쓰러지겠지. 나 이렇게 그대가 태어난 곳에서 살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