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배판호로 그냥
돈도 없는 50줄의 병걸려서 아픈 판호랑 판호 돌보는 형배가 보고싶구나. 젊을땐 형배가 판호 패기도 많이 패고 얼굴도 그어놓고 몸 여기저기 칼로 많이 난도질을 해놔서 정말 성한곳이 없는 그런. 그러다 깡패들 다 잡아 쳐넣는다고 그러니까 형배가 판호 손 붙들고 진짜 깊은 산중으로 도망쳐서 둘이서 전기도 없이 사는거. 나는 죽어도 너 싫다고 울고불고 차라리 감방가겠다고 도망치려는거 붙잡아다가 다리분질러놔서 어디 다니지도 못하게 하고. 생기없이 시름시름하던 판호는 결국 마음의 병을 얻어서 자리에 눕게되고 형배는 진짜 판호가 죽을거같으니까 기세등등하던 모습 다 내려놓고 쩔쩔매게되고. 판호가 숨이 넘어갈거 같으니까 형배는 아무것도 못하고 판호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판호는 그런 형배 보면서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여태 자기 마음속에 쌓아왔던 한 같은것도 무시 못할정도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거라. 내는 니가 싫다. 니가 낼 이렇게 만든거 평생 후회했으면 좋겠다. 대체 내한테 와 그랬노? 내도 니 처음엔 참 좋아했는데 이 불쌍한 놈아. 형배는 그냥 판호가 딴놈들이랑 시시덕거리는게 싫었던거지. 그래서 그랬던건데 설마 죽기 직전까지 난 네가 싫다고 말할줄은 몰랐던거. 근 몇년간은 진짜 발닦개가 이런것이다라는 예시인것 마냥 그렇게 살았는데. 숨이 멈춘 판호 옆에서 형배는 그냥 몸만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없이 눈물만 떨구는거지. 멀 잘했다고 우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판호는 형배의 차갑고 거친 손을 꼭 잡고 문지르다가 천천히 숨을 놓아가고 형배는 가지말라고 내가 진짜 잘해줄게 하면서 울지만 그게 뜻대로 되나. 그렇게 판호는 가버렸고 형배는 오래전에 줏어온 장롱짝을 뜯어내고 하나밖에 없는 솜이불 판호에게 둘둘 둘러서 장롱 안에 넣고는 아주 깊게깊게 땅을 파들어가기 시작함. 날은 한겨울이었고 정말 추워서 손가락이 잘라질거같았지만 묵묵히 땅을 파내려가는거지. 그 속에 장롱을 넣어두고 흙도 못덮은채로 몇날며칠을 담배만 피우면서 바라만 보다가 겨우겨우 흙을 한삽한삽 떠서 뭍어두고는 사라지는거 보고싶다.